그림 읽는 할아버지 90세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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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튜버54번째 꿈튜버는 가장 연세가 높으신 분입니다. 1932년생이시니 올해 아흔이 되셨네요. 걸작 속에 숨겨진 역사와 배경, 그림을 그린 거장들의 삶을 이야기해주시는 최승규 교수님입니다. 종종 미술작품을 보면서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를때가 많은데요. 평생 미술사를 공부하고 가르치신 분이신 최 교수님의 설명은 쉽고 재미있습니다.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신 교수님은 1961년 미국에 유학오셔서 ‘우연한 사건’으로 미술 역사로 전공을 바꾸게되셨다고 합니다. 그 후 독일, 중국까지 가서 미술 역사를 다시 공부하게 되죠. ‘그림 읽어주는 할아버지’가 되신 최 교수님의 사연, 함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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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님은 2년전에 유튜브를 시작하셨습니다. 88세의 고령에 혼자 콘텐츠를 기획해 동영상을 찍고, 편집까지 해서 올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그 동기를 첫 번째 동영상 ‘88세에 유튜브를 시작하며…’에서 말씀해주셨죠. 그 세대 어른들이 겪었던 순탄치 않았던 삶을 먼저 말씀해주셨습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공산치하, 쿠데타로 이어진 격변의 세월이죠. 영어는 어쩌면 암울한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였을지 모릅니다. 크리스천 미션스쿨인 전주 신흥 고등학교 재학시절 교장인 존 린튼 선교사에게서 영어를 배우면서 넓은 세상에 눈을 뜨게됐죠.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린튼 선교사가 세운 한남대학교에서 영문과 강사로 재직중에 미국 국무성 스미스먼트 펠로우십에 뽑혀 유학을 오게됐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공을 미술사로 바꾼 계기에 대해 교수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나이까지 살았지만 운명은 하나님만 아시고 인간은 알 수 없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도착한 때는 크리스마스 방학 시즌이었다고 해요. 텅텅 비어있는 대학 기숙사에 혼자 덩그러니 있던 교수님에게 한인 유학생 부부가 볼티모어로 밸리댄스 공연을 구경가자고 초청합니다. 젊은 총각이었던 교수님은 매혹적인 밸리댄스를 보러갈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죠. 그런데 가보니 공연관이 휴관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요. 그냥 돌아갈 수 없어 워싱턴 국립미술관으로 차를 돌렸다고 해요. 별 기대없이 찾았던 미술관 내부에 발을 디딘 순간, 별천지가 펼쳐졌다고 합니다. 듣도 보도 못하던 세계적인 미술 걸작품들로 꽉 차있었죠. 특히 ‘빛을 훔친 화가’로 불리는 렘브란트(1606~1669)를 좋아했던 교수님은 17세기 바로크 시대 웅장하고 경이로운 작품들에 매료되고 말았죠. 문화적, 예술적 충격속에서 교수님은 결심했다고 해요. ‘미술 역사를 공부해 조국에 돌아가 가르치자’고요. 당시 한국 대학에는 미술사학과가 전무했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유튜브에서 그림을 쉽게 읽어줍니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의 첫사랑’편에서는 미켈란젤로가 60이 넘은 나이에 열정적으로 사랑한 여류시인 비토리아 콜론나를 소개합니다. 미켈란젤로는 그녀에게 143편의 시와 그림을 그려주었죠. 비토리아가 1547년 사망하자 미켈란젤로는 그 절망감을 “태양의 빛조차 지워진 지금”이라고 썼습니다. 그녀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을 메우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 ‘최후의 심판’ 속 성모 마리아의 모델이 됩니다. 또 교수님은 비운의 화가 모딜리아니(1884~1920)를 소개할 때엔 ‘누드화 감상법’이라는 주제로 ‘소녀의 누드’ 등의 걸작들을 소개합니다.

교수님은 그림을 자세히보면 관객에게 말을 건다고 합니다. 선, 모양, 형태, 공간, 색, 빛, 질감이 미술의 언어죠. 그림에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언어가 도상학인데요. 쉽게 말해 그림의 족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해요.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아는 것이 그림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유튜브 말미에 교수님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예술은 아름답고 영원합니다. 미술을 아시는 여러분도 멋지십니다.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