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관두고 여행 떠난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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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튜버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상에 지쳐서 두 눈 딱 감고 멀리, 길게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다들 한번쯤 해보셨을 텐데요. 오늘 꿈튜버 주인공도 그 용감한 선택을 한 분입니다. 테네시주의 한 종합병원 내과 전문의였던 장영성(38)씨는 지난해 사표를 냈습니다. 탄탄한 직장을 버리고 경험을 택한 이유는 ‘버킷리스트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였는데요. 장씨의 유튜브 채널 ‘시골쥐TV’를 보면 과감한 결단을 한 이유를 알 수 있죠. 장씨는 3년 전 유튜브를 시작해 지금은 구독자수가 12만명을 넘는 인기 유튜버입니다. 그의 인생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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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명을 보고 눈치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시골쥐’는 장씨의 삶을 상징합니다. 그는 84년생 쥐띠로 테네시주에서도 시골동네인 채터누가에 살고 있죠. 채터누가는 테네시에서 4번째로 큰 도시긴 하지만 10분만 외곽으로 벗어나도 소나 말을 키우는 농장들이 많은 ‘촌동네’라고 합니다. 한인 식당도 1곳, 한인 마켓도 1곳 뿐인 곳이라는데요. 장씨는 그 시골스러운 곳을 만끽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의 채널을 보면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타 의사 유튜버들처럼 의학 정보나 병원내 일상 등의 동영상은 찾기 어렵죠. 대신 길 없는 절벽 꼭대기까지 차로 올라 캠핑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레이싱트랙을 질주하는 레저 활동들이 대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부업으로 시작한 한인 식당 운영 경험도 전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의사 연봉 실태와 이자까지 40만여달러에 달했던 학자금 대출을 어떻게 매달 갚아나갔는지 설명하는 영상도 있습니다.

1.5세인 장씨는 고교 2학년때 부모님과 이민왔다고 합니다. 교직에 계셨던 부모님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누구보다 낙담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행을 결심하셨죠. 장씨는 한국에선 성적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 낯선 땅에 와서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죠. 장씨는 의사가 될 수 있었던 지난 과정을 “한국에 남아있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레지던트를 마친 그는 첫 직장으로 테네시주의 한 종합병원에 취직해 꼬박 7년간 전문의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첫 2년간은 야간 당직 내과의인 ‘낙터니스트(Nocturnist)’로 고된 근무를 했고 그 후 5년은 암병동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그 사이 후배 의사들도 많이 들어와서 고참 대접을 받으면서 편해졌다고 합니다. 연봉도 대우도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그는 지난해 9월 병원을 그만두게 됐다는 폭탄 발언을 합니다.

장씨는 사표를 쓴 이유를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했는데요. 혹시 ‘팬아메리칸 하이웨이(Pan-American Highway)’라는 길을 아시는지요.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들어보셨을 텐데요. ‘현존하는 세계 최장 도로’로 잘 알려져있죠. 아메리카 대륙 북에서 남까지 이어진 국제고속도로로 길이가 2만9800마일에 달합니다. 북으로는 알래스카의 프루도에서 남미대륙 최남단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까지 이어지는데요. 자동차 여행 마니아라면 인생에 한번쯤은 꿈꾸는 길이라고 합니다. 장씨는 ‘땅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꿈을 위해 큰 용기를 내야 했습니다. 집을 팔고, 부업인 식당도 정리하고 가구니 짐도 버릴 건 버리고 통장까지 정리했다고 합니다. 원래 여행 기간을 6개월으로 예정했다가 1년으로 늘려 잡았기 때문이었죠. 장씨는 근무 마지막날인 작년 8월31일 올린 영상에서 여행을 떠나는 심정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게 불확실하고 백수가 된 만큼 경제적 어려움도 있겠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미련없이 떠납니다. 설사 계획했던 것들을 다 이루진 못하더라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9개월이 지났는데요, 그의 근황이 궁금하시죠?
당초 그는 지난해 10월 여행을 떠나려 했었는데요. 걱정했던 대로 여러 난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멕시코까지 가긴했지만 더 이상 진전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네요. 그 과정들을 동영상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막힌 길 앞에서 돌아서야 했던 그는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지난 3월 테네시로 돌아왔습니다. 꿈꿨던 여행도 못가고 백수가 된 그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현타(현실자각타임)’를 심하게 겪고 있다고 합니다. “백수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이 축복이라는 걸 득도하고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여행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랍니다. 올가을 다시 도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니 일단은 단기알바 의사직을 찾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여의치 않으면 작년까지 근무하던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테네시주의 의사 유튜버 ‘시골쥐’ 장영성씨의 꿈, 한인들도 함께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