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돌 던질 자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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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기 #다섯가지 알아야할 기사

①내게 돌 던질 자 누구냐

지난주 54호 뉴스레터 ‘다알기’ 코너 4번째 소식으로 전해드렸던 ‘공화당 의원의 망언 공유’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조지아주 연방하원에 첫 입성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이 과거 공유한 글들 때문에 비난을 받았었습니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이자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QAnon)의 신봉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CNN이 과거 그녀의 글들을 문제삼는 보도를 했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급기야 민주당은 그녀가 맡고 있는 하원내 모든 상임위원회 직책을 박탈하기로 결정하고 4일 표결을 했는데요. 찬성 230표, 반대 199표로 통과됐다고 합니다.
상임위에서 직책을 맡지 못한다는 것은 하원내 영향력이 크게 쪼그라든다는 뜻입니다. 특히 그녀는 알짜배기 상임위라고 할 수 있는 예산위와 교육위에 소속되어 있었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녀의 위원직 박탈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날 표결에 앞서 그녀에게 의회에서 소명의 기회가 주어졌는데요. 10분간 이어졌던 ‘변명’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변명을 듣기 전에 그녀의 과거 발언중 문제가 된 것들을 먼저 소개할까 합니다. 그녀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국방부 건물 펜타곤에 충돌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 혹은 다른 발사체라며 9·11 음모론을 부추겼죠. 또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교에서 17명이 희생된 총기 난사 사건은 총기규제를 위해 의도된 위장 작전이라는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총기난사 생존자 데이비드 호그를 “멍청이, 개와 같다”라고 비하하기도 했죠.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19년 그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인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로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눌러 공유했습니다.
그녀는 4일 표결에 앞서 의회 발언대에 올라 ‘과거의 글들이 현재의 내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변명을 요약했습니다.
“전 아주 전형적인 보통 미국 시민입니다. 2018년부터는 큐어넌의 음모론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의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것을 믿을 권리가 있었죠. 언론도 큐어넌만큼이나 거짓보도에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911 테러가 실제 발생했고, 총기난사에 애도를 표한다고 과거 문제가 된 발언들을 후회한다고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다음 발언은 참 안타깝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있습니까. 2018년 그런 글들을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전 이자리에 설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상처를 입었을 테러 희생자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을 했어야 할 차례에 억울함을 토로한 거죠.
그렇지 않아도 칼을 갈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그녀의 상임위 박탈의 명분을 준 발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짐 맥거번 의원은 “그녀의 변명 중에서 과거 발언에 대한 부인이나 사과를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또한 그녀가 ‘좋아요’를 눌러 공유함으로서 계속해서 온라인에서 퍼져나간 폭력적 발언들에 그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②바이든 대통령의 골칫거리

바이든 대통령이 남동생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앞세워왔죠.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장녀와 사위 등 가족에 백악관 고위직을 서슴없이 내줘 비난을 샀었죠. 만약 한국의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친인척에게 직책을 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바이든 대통령은 그래서 새 행정부를 윤리적으로 엄격하게 이끌겠다고 공언했었습니다. 그런데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의 남동생 프랭크 바이든(67)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4남매중 장남으로 여동생 발레리, 남동생 프랭크와 브라이언이 있죠.
프랭크가 골치거리가 된 건 취임 직후부터 입니다. 취임식날 프랭크가 재직 중인 로펌 ‘베르만 로 그룹(Berman Law Group)’이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를 내세운 광고를 게재해 물의를 빚었죠.

광고 내용은 프랭크가 웃는 사진과 함께 형제는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면서 로펌의 업무가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과제의 가치와도 연결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일례로 사탕수수 농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을 소개한 뒤 이는 환경과 사회정의를 구현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철학과 맞아떨어지며 프랭크가 소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죠. 마치 바이든 대통령이 소송을 지지하는 입장인 것처럼 오해하기 충분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비판이 쏟아졌죠.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직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낸 놈 아이슨은 “대통령의 가족, 그들과의 동업 관계 및 대통령 이름까지 들먹이는 것은 대통령뿐 아니라 백악관, 더 나아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광고 게재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프랭크가 물의를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고 얼마안가 한 지역 방송국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는 인터뷰에서 “(형과 나는) 언제나 가까웠다. 지금은 더 가깝다”며 바이든 대통령과의 우애를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버먼법률그룹’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였죠.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도 차남 헌터가 부친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익을 도모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도 입을 열었다. 그는 대중잡지 피플과 한 첫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할 것이라면서 “내 가족의 누구도 국정이나 외교정책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국정 관리만큼이나 어려운 친인척 관리, 바이든 대통령이 제발 약속을 지키길 바랍니다.

③수지의 죄는 무전기 소지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해드렸던 미얀마(혹은 버마) 쿠데타 후속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정부가 아웅산 수지 고문을 감금했었습니다. (왜 이름이 아웅산 수지인지 궁금하신 분은 지난 뉴스레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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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군부가 수지 여사를 감금한 죄목을 발표했는데요. ‘수출입법 위반’ 혐의라고 합니다. 언뜻 듣기엔 대단한 죄 같지만 알고 보면 실소가 나옵니다.
군부는 수지 고문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소형 무선장치를 발견했는데 이 장치가 불법으로 수입됐고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무선장치라는 것이 10개의 ‘워키토키’ 무전기입니다. 미얀마에서는 수출입법 위반 혐의는 유죄 확정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하네요.
군부가 수지 고문의 혐의를 발표하자 수지 고문을 옭아매려는 군부 정권의 술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 소속 찰스 산티아고 말레이시아 의원은 dpa 통신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로부터 불법적으로 권력을 빼앗은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군사 정부의 터무니없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④아마존 신임 CEO 재시

이번 주 가장 주목을 받은 소식 중 하나가 제프 베이조스(57) 아마존 CEO의 사임 발표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다들 아시죠? 미국 온라인 쇼핑몰 매출 1위 기업입니다. 시가총액이 1조6000억 달러로 삼성전자(5200억 달러)의 3배에 달할 정도의 막강 기업입니다. 그 기업을 일군 베이조스 CEO가 올해 3분기에 물러난다고 합니다. 베이조스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죠. 그래서 똑개비뉴스는 아마존의 2인자에서 1인자로 올라선 베이조스의 후임 CEO 앤디 재시(Andy Jassyㆍ53)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그는 현재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최고경영자(CEO)인데요. 전자상거래가 주요 사업인 아마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를 도맡아 키워왔죠.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는 아마존에서 아직 비중은 작지만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 중 하나입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재시는 24년 전 27세되던 1997년 아마존에 합류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마존은 직원이 200명 정도밖에 안 된 작은 회사였죠.
입사 후 마케팅 매니저 직책을 맡았던 그는 2003년 베이조스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기로 합니다.
여기서 잠깐, 클라우드 컴퓨팅을 쉽게 설명 드릴게요. 통상 우린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합니다. 예를 들어 문서를 작성한다고 가정해보죠.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나 아래아한글을 클릭하고 문서를 작성한 뒤 내 컴퓨터에 저장하는 식이죠.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은 프로그램과 문서를 다른 곳에 저장해 놓고 내 컴퓨터로 그곳에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자동차를 사지 않고 필요할 때 빌려서 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죠.

아무튼 재시는 2006년 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자회사를 창설해 이끌게 됩니다. 오래지 않아 AWS를 급성장시키며 일등공신 역할을 했죠. 지난 2일 발표된 아마존의 작년 4분기 실적에서 AWS가 아마존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했지만, 전체 영업이익(69억 달러) 중 비중은 절반이 넘는 52%에 달했습니다.
그와 베이조스의 관계를 설명할 때 흔히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괴짜인 베이조스를 모범생인 재시가 보필해오지 않았다면 아마존이 이렇게나 빨리 성장하지 못했을거라고들 할 정도입니다.
신사업 성장을 주도한 그는 2016년엔 베이조스보다 20배 많은 연봉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그의 자산이 얼마인지 궁금하시죠? 2020년 11월 현재 3억7700만 달러라고 합니다.
아마존을 재시가 이끌게 되면 앞으로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식 한가지 더, 아마존 로고 amazon 아래 노란색으로 미소 입모양이 그려져 있죠? a에서 시작해서 z에서 끝나는데요. A부터 Z까지, 고객이 온라인으로 구입하길 원하는 어떤 것이든 제공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⑤김치는 중국음식?

똑개비뉴스에서도 꿈튜버라는 코너를 통해 유튜버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제작자가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리쯔치(李子柒ㆍ영문명 Liziqi)’라는 유명 유튜버인데요. 산골에 사는 그녀는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할머니와 가족들과 먹으면서 시골 풍경을 영상에 담고 있죠. 가녀린 체구의 그녀는 음식뿐만 아니라 화덕, 가구, 원단 등 뭐든 직접 뚝딱 만듭니다. 고즈넉한 산골과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그녀의 모습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죠.
유튜브 채널보기

그런데 그녀는 지난달 9일 배추김치를 절이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중국 전통요리, 중국음식(#Chinese Cuisine #Chinese foo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김치가 중국 전통식품이라는 논리를 4개 단어로 시사한 것이죠. 그녀는 ‘절임채소’라고 주장했지만 만드는 법은 우리 김치와 똑같습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김치소를 만들어 담근 뒤 장독에 넣어 숙성시키죠.
이 동영상이 올려진 시기는 중국 매체들이 김치가 자국 음식이라는 주장을 펼친 직후입니다. 물론  리쯔치의 영상에 김치 장면이 삽입된 것에는 중국 정부의 요구나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쨋든 정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죠. 그래서 동영상이 올려진 직후 한국과 중국인들간 김치의 기원을 놓고 불이 붙었습니다.

다소 수그러들던 논쟁에 기름을 끼얹은 건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기사 때문입니다. 그녀가 중국어 유튜브 채널 중 최다 구독자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는 보도였죠. 그녀의 영상을 정기적으로 지켜보는 구독자가 전세계에서 무려 143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녀가 단 4개 단어만 써서 ‘김치’가 중국음식이라고 말한 주장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녀의 잘못된 주장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보다 김치가 우리것이라고 알릴 수 있도록 한국인 유튜버들도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