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된 아빠, 딸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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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기 #다(섯가지) 알(아야할) 기(사)

①아빠의 억울한 죽음, 딸의 분노

지난 5월 사우스LA에서 괴한의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된 한인 업주 이달근(70)씨의 유가족이 그의 죽음에 대해 사법 당국에 명확한 답변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씨의 딸 이다미(40·영어명 캐시)씨를 미주중앙일보 장수아 기자가 만나 인터뷰했는데요.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다미씨는 “LA경찰국(LAPD)과 LA카운티 개스콘 검사장 사무실에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범위 내에서 피고인을 충분히 조사하고 ‘증오범죄’를 포함 적절한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촉구하기 위해 민권 옹호 단체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 협회(AAAJ)’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5일 이씨가 운영하는 코인론드리 밖의 야외 주차장에서 자신의 벤에 앉아있던 이씨를 괴한이 흉기로 목을 찌르고 달아났습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다미씨는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잔인하고 무작위적인 범행에 그저 기괴한 악몽처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됐죠.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사건 발생 불과 며칠 전에 비슷한 수법으로 다른 아시안을 해치려다 체포됐던 건데요. 하지만 용의자는 구금되지 않고 풀려났고 다미씨의 아버지는 그에게 살해됐습니다.
이 모든 사실이 드러난 것은 변호사인 다미씨가 기소장 사본을 확인하면서입니다.
살해 및 살상 무기에 의한 폭행 중범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성 킨테 우즈(25)는 이씨를 살해하기 6일 전인 4월 30일, USC 캠퍼스 뜰에서 공부하고 있던 중국계 남학생 제이미(20)를 뒤에서 덮쳐 흉기로 목을 찌르려다 피해자의 저항에 실패하고 도주했습니다. 당시 범인 손에는 날카로운 금속 헤어핀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당시 LA경찰국(LAPD) 수사관은 체포된 우즈를 살상 무기에 의한 폭행 중범으로 LA카운티 조지 개스콘 검사장 사무실에 송치했지만, 불기소됐습니다. “헤어핀이 치명적인 무기로 사용됐거나 의도된 것임을 입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검찰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렇게 검찰은 5월 4일 경범죄 심의를 위해 LA시 검찰로 사건을 넘겼고, 다음 날 이씨는 살해됐죠. 우즈의 폭행 중범 혐의가 살인 혐의와 함께 묶여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아버지 사건에 관한 혐의라 생각했다”며 “폭행 중범 혐의에 대해 검사가 다른 사건의 텍스트를 잘못 붙였다고 생각했다”고 다미씨는 말했습니다. 이는 LAPD 수사관이 이씨의 살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건의 유사성을 고려해 우즈의 앞선 혐의를 중범죄로 기소해달라고 재요청했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사실을 알게 된 다미씨는 분노했습니다. 경찰과 검사 모두 다미씨와 가족에게 앞선 폭행 혐의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미씨는 “이전 사건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어야 했다”며 “피해자 제이미가 무능력한 중국 유학생이 아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범인을 경범죄로 기소한 것은 그가 또 다른 아시아인 피해자(아버지)를 찾게 하였다”며 맹비난했습니다.
다미씨는 조지 플로이드 죽음 이후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차별했던 사법 체계의 부당함에 맞서 사법 개혁을 지지해왔지만 이와 상관없이 개스콘의 정책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그녀는 지난 30년간 쉬지 못하고 밤낮없이 일해온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허망함도 토로했습니다. 다미씨에 따르면 아버지 이씨는 한국에서 전기기술자로 일하다가 1991년 가족들과 LA로 이민 왔습니다. 기업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언어 장벽으로 길이 막힌 이씨는 코인론드리를 열고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했죠. 그녀는 “새벽녘부터 늦은 밤까지 일만 했던 아버지가 쉬기 시작한 건 그의 나이 70세 때”라며 “그제야 아버지는 골프를 치거나 증손자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우는 등 여유시간을 가졌다”고 전했습니다.

②233년만에 첫 흑인 여성 대법관 취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잭슨 연방 대법관이 30일 공식 취임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33년간 백인과 남성 위주였던 미국 대법원의 역사도 새로 쓰이게 됐습니다.
잭슨 대법관은 이날 워싱턴DC 연방 대법원에서 취임식을 갖고 “헌법을 수호하고 지지하며 두려움이나 선호 없이 정의를 집행하는 엄중한 책임을 받아들인다”고 선서했습니다. 잭슨 대법관은 이날 퇴임한 스티븐 브레이어 전 대법관 후임이며 잭슨 판사 취임에도 대법관의 이념 성향 분포는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동일합니다.
최근 낙태 권리를 공식 폐기한 연방 대법원은 조만간 휴정기에 들어가는데요. 연방 대법원은 통상 10월에 업무를 시작해서 다음 해 6월 말이나 7월 초까지 회기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잭슨 대법관의 본격적인 활동도 후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입니다. 앞서 브레이어 전 대법관은 올해 1월 퇴임 의사를 밝혔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잭슨 판사를 그 후임으로 지명했습니다.
대선 때 여성 흑인 대법관 임명을 공약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명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대법원이 이 나라 전체의 역량과 위대함을 반영할 시간이 됐다”면서 “미국 정부와 사법부는 그간 미국처럼 보이지 않았다”며 흑인 여성 대법관 후보를 지명 소회를 밝힌 바 있습니다. 잭슨 판사의 상원 인준 투표는 지난 4월 53대 47로 가결됐습니다. 올해 51세인 잭슨 판사는 마이애미 출신으로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퇴직한 브레이어 전 대법관 밑에서 재판연구관으로 일했으며 워싱턴에서 판사로도 활동했죠. 이어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발탁됐습니다.

③‘원정낙태 금지법’ 나오나

일부 주에서 낙태가 금지되지 않은 주를 찾아가 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이른바 ‘원정낙태’를 막는 입법이 추진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보수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 보수 시민단체 다수가 원정 낙태에 도움을 준 주민을 겨냥해 누구라도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금전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한 기존 판례를 49년만에 폐기한 데 따라 이어지는 공방의 일부입니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각 주는 개별적으로 낙태금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낙태가 금지되는 주에 사는 여성은 낙태가 불가피할 경우 낙태가 허용되는 주를 찾아갈 유인이 생겼죠.
WP는 여러 주 의원들이 지난 주말에 열린 전국 차원의 낙태반대 회의에서도 원정낙태 금지법안 제출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주 정부가 원정 낙태를 직접 단속하지 않고 목격한 이들이 민사소송을 걸도록 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주 정부가 집행에 나서지 않으면 낙태권을 옹호하는 단체가 맞소송으로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구상입니다.
반대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주에서는 원정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맞대응하려는 법안이 추진됩니다. 코네티컷주는 임신중절 사건과 관련해 다른 주의 개입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을 올해 4월에 이미 가결했습니다. 낙태 때문에 다른 주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되고 수사당국도 다른 주의 협조 요청이나 처벌 권고를 따를 필요가 없죠. 진보진영의 아성 캘리포니아주도 최근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켜 의료기관과 환자가 민사소송을 당해 타격을 입지 않도록 했습니다.

④CDC, 원숭이두창 긴급상황실 가동

미국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세를 보이면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긴급상황실(EOC)을 가동했습니다.
EOC 가동에 따라 원숭이두창에 대응할 인력과 자원을 추가로 지원하게 됩니다. 현재 CDC 직원 300여명이 지역·연방 의료 인력과 협력하며 원숭이두창에 대응 중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2020년 1월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당일에 EOC가 가동된 바 있습니다.
스콧 폴리 CDC 대변인은 “EOC 가동은 CDC 직원들이 (원숭이두창) 발발에 대응하는 작업을 더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보고하고 조사하기 위해 CDC와 연락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9일 기준 29개 주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 351명이 CDC에 보고된 상태입니다. 주별로 보면 캘리포니아주가 80명으로 최다였고, 뉴욕주가 72명, 일리노이주 46명 순이었습니다. 다른 주에서는 대체로 확진자가 10명 이내로 발생했습니다.

⑤식어가는 주택시장

팬데믹 이후 2년간 고공행진하던 미국의 주택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대출 금리에 식어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진단했습니다. 그동안 도시든 교외든, 상태가 좋든 나쁘든 매수 대기자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매도인은 원하는 가격을 다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때 뜨거웠던 텍사스주 오스틴과 같은 곳에서도 매수 문의가 끊기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주택시장 열기를 식힌 주범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 금리’의 시대를 끝내고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여파로 모기지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 중입니다.
국책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올해 1월 초 3.22%에서 최근 5.81%로 거의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로 인해 평균적인 주택 매수자들은 종전보다 매달 600달러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금리뿐 아니라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도 추가 매수세가 약화된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최대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의 집값은 40% 급등, 대다수 미국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의 글렌 켈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사람들이 집 한 채도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높은 집값과 더욱 커진 대출 부담이 맞물린 영향으로 수요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요.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조사 결과 5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541만 건(연율)으로 전월보다 3.4%, 전년 동월보다 8.6% 각각 줄었습니다. 집값은 아직도 사상 최고가를 매달 경신하며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지만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데에는 통상 여러 달이 걸린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