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체포 7명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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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기부 #알고보니 #사기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소식을 지난 8호 편지에서 전해 드렸죠. 배넌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모금캠페인에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왜 이 소식이 중요한 지 검찰의 기소장과 지난 보도들을 바탕으로 전체 그림을 그려드리겠습니다. (흥행요소는 다 갖췄다는)

먼저, 국경 장벽이 뭐야?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대선공약입니다. 멕시코에서 미국 사이 철책을 넘어오는(일명 담타기)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벽이죠. 트럼프 장벽(Trump wall)이라고도 합니다.
 
장벽 있잖아 왜 또 만들어?
 
기존 장벽보다 더 높게,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뜻이에요. 미국과 멕시코 국경 길이는 2000마일인데요. 기존 장벽은 15피트 높이 철제기둥 형태로 전체 국경의 30%인 580마일에만 세워져 있어요. 나머지 공백에 트럼프 벽을 쌓겠다는 거죠. 국토안보부가 원하는 새 장벽 크기는 높이 30피트(9.15m), 지하 깊이 6피트(1.8m)의 콘크리트 벽이어야 해요. 또 대형 해머나 산소용접기 등을 동원해도 최소 30분, 길게는 4시간 이상 견디는 구조여야 한답니다. (차라리 만리장성을 쌓지)
 
돈 꽤나 들 텐데?
 
건설비만 120억~38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장벽 유지비에요. 다 세우고나서 7년이 지나면 유지비가 건설비를 넘어설 것이라고 해요.(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래서 민주, 공화 할 것 없이 다 반대했죠. 배넌이 국경 장벽 모금을 시작한 이유기도 해요.

왜 하필 배넌이 나선거야?

말씀드렸듯 배넌은 2016년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전략가입니다. 대표적인 극우성향 매체인 ‘브레이브바트’ 설립자로 오바마케어 폐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 찬반 논란을 부른 트럼프 공약의 설계자이기도 하죠. 의회가 반대하니 민간차원에서라도 대통령 공약을 지원하려 했죠.

혼자 힘으로 그게 돼?

모금운동을 함께 한 사람들이 있어요. 이번에 배넌과 같이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죠. 이라크 참전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은 공군 예비역 영웅 브라이언 콜페이지, 벤처 투자가 앤드루 바돌라토, 티모시 셰이입니다.

어떻게, 얼마나 모았대?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콜페이지와 셰이가 시작했어요. 2018년 12월17일 온라인 모금사이트인 고펀드미에 ‘우리가 장벽을 세우자(We Build The Wall)’는 이름으로 10억달러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죠. 불과 1주만에 1700만달러가 모이면서 대성공을 거둬요. 문제가 생겨서 중단할 때까지 35만여명이 2500만달러를 냈다고 합니다.(트럼프 지지층 자금력 입증)
 
왜 모금을 중단한건데?

원래 정부에 기부하는 돈은 특정 목적을 위해 지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요. 이때 구원투수로 배넌과 바돌라토가 등장해요. 이들이 캠페인과 동명의 비영리단체(We Build The Wall Inc.)를 만들어 그 계좌로 모금된 기금들을 이체했죠.

검찰의 주장은 뭐야?

한마디로 배넌 등이 자기들 배를 불리기 위한 사기라는 입장이에요. 이들은 그동안 ‘기부금 100% 전액을 장벽에만 쓰겠다’, ‘우린 기부금을 한푼도 쓰지않고 자원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왔죠. 검찰은 기소장에 ‘100%’라는 단어를 14차례 되풀이해서 썼어요.
 
어떻게 얼마나 횡령한거래?

또 다른 비영리단체와 유령회사를 통해서라고 해요. 쉽게말해 자기들 비영리단체에서 A라는 단체에 기부금처럼 돈을 이체한 뒤 A단체는 이들에게 컨설팅 등의 명목으로 돈을 주는 식이죠. 또 존재하지 않는 건설회사에 장벽 건설비 명목으로 돈을 보내고 이 회사에서 돈을 빼내는 방식이에요.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배넌이 자기가 운영하는 다른 비영리단체를 통해 100만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어요.
 
배넌의 변명은 뭐야?

당연히 무죄라는 입장이죠. 검찰의 정치적 저격(political hit job), 혹은 실패한 기획 수사(fiasco)라고 반박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뭐래?

체포 당일인 지난 20일 ‘유감(feel bad)’이라면서 “그와 연락 안한지 아주 오래됐다. 애초에 난 그 프로젝트(장벽 건설 모금 캠페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과시용이라고 생각했다”고 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돼?

검찰로서는 어려운 수사를 맡았어요. 통상 사기는 의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배넌 등이 처음부터 사기칠 생각으로 장벽 모금을 시작했다는 증거들을 보여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들의 재판은 그 자체로 트럼프 대통령에겐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어요. 게다가 대통령 측근이 기소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처음이 아니라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지금까지 배넌을 포함해 백악관이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측근 7명이 기소됐어요.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는 2018년 금융사기 등 8개 혐의로 7년6개월형을,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은 의회 위증 등으로 3년형을 선고받았죠. 또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본인이 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지만 지난 5월 법무부가 기소를 취하했어요. 전 외교고문 조지 파파도풀러스, 릭 게이츠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도 각각 실형이 선고됐어요. 민주당으로선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을 상대로 ‘측근 비리’ 프레임으로 정치공세를 펼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