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기준금리 동결 여부, 향후 2개월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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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또 한 번 0.25%포인트 인상될 지, 아니면 동결될 것인지는 9월에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장은 26일 연방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연준이 오는 9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과 동결할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인 8월에는 FOMC 회의가 없습니다.
그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금리를 9월 회의에서 다시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는 “데이터가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한다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유지를 선택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덧붙였는데요. 결국 지금부터 2개월 동안의 경제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간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금리를 동결하며 숨고르기에 나선 바 있는데요. 이날 다시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한 0.25%포인트 인상이 올해의 마지막 금리인상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파월 의장은 아주 신중하고 원칙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주면서 시장이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최신 경제지표에 기반해 ‘그때그때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도 말했는데요. 이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미래에도 변함 없이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6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을 지적하는 질문에 “한 번의 좋은 지표”일 뿐이라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는데요. 당시 전문가들은 이 지표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이 이미 잡힌 것으로 판단하고 연준이 7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향후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기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통화 긴축 기조를 당분간 더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것은 갈 길이 먼 과정”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연준이 물가상승률을 3% 정도에서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면서 2%로 내려갈 때까지 인플레이션 잡기에 전력투구할 것임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진정한 인플레이션 하락을 보려면 근원인플레이션을 살펴야 한다. 에너지와 식품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서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아직 높은 수준이다. 계속해서 (상승률이 떨어지는) 지금 궤도로 가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금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그 일(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내지 않는 것은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라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단기간의 사회적 비용이 무엇이든 간에 인플레이션 통제 실패에 따른 장기간의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곁들였는데요. 그는 현재 통화 정책은 “원하는 효과를 낼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제약적이지 못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 목표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정책을 계속 긴축적으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연내에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는 것에 대해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통화 긴축 기조에 대해서도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 통화 긴축 기조가 경기 둔화와 노동시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연준 입장에서는 “더는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연준 내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두 차례 FOMC 정례회의에서 연내 ‘가벼운 경기침체’를 예상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전망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의 진원지인 노동시장 과열에 대해 “노동시장은 아직도 매우 타이트하다”며 “노동 수요가 노동자 공급을 상당히 초과하고 있다”고 노동시장을 보는 연준의 시각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삶을 즐기는 모습이 보이는데 경제가 연착륙한 것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가 오르긴 하지만 그 폭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달성했다.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 소비자 신뢰도 복귀하고 있다”며 현재의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화법을 애매모호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23% 오르며 13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마감한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소폭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시장은 여전히 이날 결정이 연준의 마지막 금리인상일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인데요. 6월과 마찬가지로 7월과 8월의 경제지표 역시 꾸준히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올해는 더 이상 금리인상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 말대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고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수치를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26일의 금리 추가 인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기존 5.00~5.25%에서5.25~5.50%로 상향됐습니다.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3.50%인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최대 2.00%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