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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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어려워 #족집게 과외

얼마 전 유명래퍼 카디 B가 트위터에 올린 질문이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이 리세션(경기후퇴)에 들어섰다는 걸 당국이 언제 공식 발표할 거라고 다들 생각해?(When y’all think they going to announce that we going into a recession?)’였죠. 아마도 국민 모두, 아니 전세계가 궁금한 질문일 겁니다. 요즘 경제학자를 비롯해 정치인들까지 전세계 전문가들이 관측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현재 경제 상황은 분명 안정적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개스, 식료품 등 물가는 다 오르고 있습니다. 주가는 폭락이다 싶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죠. 그뿐인가요. 3개월을 넘어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3년째에 접어든 코로나19로 국가간 무역은 거북이걸음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전반적인 분위기는 형편없습니다. 지난 10일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는 50.2로 역대 최저로 떨어지면서 경기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죠. ‘R(recession)의 공포’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경제의 또 다른 면은 건강해보입니다. 회사들은 서로 고용 경쟁이라도 벌이듯 직원을 뽑고 있고 연봉 인상률은 최근 10년 사이 최고라고 합니다. 가장 놀라운 건 소비자들의 식지않는 쇼핑 열기죠.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소비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니 경제 문외한인 저같은 일반인들로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어려운 수학공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카디 B 역시 그래서 경기후퇴에 대한 질문을 올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혼란스러운 요즘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설명드리려 합니다. 공식을 풀려면 용어부터 알아야 하겠죠. 핵심 단어들의 정의와 이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말씀드렸듯 전 경제 전문가가 아닙니다. 저와 비슷한 눈높이에 계신 분들에게 더 큰 그림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먼저, 카디 B의 질문에 나온 ‘리세션’이 뭐야?

우리말로는 ‘경기후퇴’ 혹은 ‘경기침체’라고 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후퇴로 보는데요. 쉽게 말해 경기가 최고 정점에서 바닥을 향해 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의미입니다.(언제 좋은 시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경기순환’의 과정중 하나로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운데요. 경기순환은 불황(depression), 회복(recovery), 호황(prosperity), 후퇴(recession)의 4개 과정을 반복하면서 변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기 침체 징후는 실업률 증가, 주식 하락, 급여 삭감 등이 있습니다.

침체와 불황이 다른 건가?

불황은 영어로 ‘Depression’이라고 하는데요. 경기후퇴(경기침체)와 나누는 기준은 경제가 악화하는 기간입니다. 마이너스 성장이 2분기 이상으로 장기화될 때를 뜻하는데요. 침체에서 악화하면 불황, 불황에서 더 악화하면 ‘공황’이라고 합니다. 불황과 공황 두가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불황은 이웃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고, 공황은 내가 일자리를 잃는 것”이라고 비유했을 정도니까요. 통상 불황이 공황이 되려면 2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GDP가 10% 이상 떨어지는 경우, 다른 하나는 불황이 2년 이상 지속될 경우라고 합니다. 1929년 대공황이 대표적인 경우인데요. 10년 이상 지속됐다고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실업률은 10% 정도였는데 대공황 때는 25%였다고 합니다.

침체건 불황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경제가 가장 어려울 때는 물가가 뛸때야. 요즘 물가, 얼마나 오른거야?

물가 상승이라는 말의 정의부터 설명드려야 하겠습니다. 영어로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거의 대부분’의 상품값이 올랐다는 뜻입니다. 물건값은 등락을 반복하게 마련이지만 대부분이라는 말이 중요하죠. 음식, 집, 차, 옷, 장난감 등등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고 그 기간이 오래 지속될 때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통상 인플레이션을 이해할 때 물가 상승만 생각하지만 한가지 빠진 것이 있습니다. 그 효과인 ‘화폐가치의 하락’도 포함된 말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물건을 사면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줘야하니 돈의 가치는 자연히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물가가 얼마나 오른거야?

현재 물가는 지난 40년 내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13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6%가 올라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의식주 전반에 걸쳐 ‘대부분’ 올랐는데요. 특히 에너지 가격이 폭증했습니다. 개스 값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8.7% 올랐죠. 6월9일 기준 작년 갤런당 평균 3.067달러였던 개스값은 4,970달러까지 뛰었습니다. 또 주거비 역시 5.5% 올랐고 식품지수도 10.1%나 급증했습니다.

물가, 왜 뛰는 거야?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수요 인플레이션’입니다. 소비는 느는데 공급량은 늘지 않을 경우죠. 가계에 돈이 많아져서 소비 수요가 늘어나 물건이 부족해지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비용 인플레이션인데요. 제품의 생산비가 오르면 가격도 함께 올라서 전반적인 물가가 모두 오르게 됩니다. 현재 상황은 두 번째가 주원인이겠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당국은 긴축정책에 나섭니다. 말씀드렸듯 물가가 뛴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니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세금인상,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을 시행하게 되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고강도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13일 월요일 증시는 폭격을 맞았습니다.

주가가 엄청 떨어졌다면서?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폭락했습니다. 다우존스는 2.7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88%, 나스닥은 4.68% 급락했죠. 특히 S&P500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는데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주류언론들은 앞다퉈 현재 증시 상황을 ‘bear market’이라고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곰 시장? 무슨 뜻이야?

곰이 싸울 때 아래로 내려찍는 자세를 하는 데 빗대어서 베어 마켓이라 부릅니다. 주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말하는데요. 특히 주가가 직전 정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 즉 베어 마켓으로 간주합니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할 때는 황소 시장(Bull Market)이라고 합니다. 황소가 싸울 때 뿔을 위로 치받는 형상을 뜻하죠.

용어 정리는 됐는데, 그래서 지금이 경기침체인거야?

용어들을 종합해보죠. 먼저 현재 ‘인플레이션’에 ‘베어 마켓’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경기침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고용 시장이 강하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시간 문제일 뿐 다들 경기침체가 온다는데 대부분 동의합니다. ‘내년’을 그 시점으로 보고 있는 의견이 많은데요.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학자 4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전문가 68%는 내년에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죠. 경제학자 뿐 아니라 미국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도 1년 안에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제매체 CNBC가 5월 12일~6월 6일 주요 기업 CFO 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 전원이 “내년에 미국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침체보다 더 무서운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뭐야?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입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데도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죠. 원유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생산비용이 늘어나 제품 가격을 올리긴 하지만 기업의 이익은 늘어나진 않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올려주기가 어려워지죠. 이렇게 되면 일반 가정에 돈이 없으니 소비를 줄이게 되고, 기업은 제품이 안 팔리니 더욱 어려워져서 도산하거나 경영을 축소하게 됩니다. 결국 실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죠. 스태그플레이션은 명쾌한 해결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질병에 비유하면 암 같은 존재라고 불립니다. 이와 관련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지난 12일 CNN과 인터뷰에서 “경기침체가 일어날 순 있지만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달러가 강세인데다 유가 역시 1980년대 수준보다 3분의 1정도 낮은 상황 등을 감안한 분석이죠.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라해도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시련을 내다보는 현명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