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국 국왕에게 숨겨진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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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이 지나고 9월도 하순에 접어드니 가을 문턱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곳 LA는 지난 한 주 동안 예년 기온을 되찾는가 싶었는데 이번 금요일부터 다시 화씨 90도대, 섭씨로는 32도를 넘는 여름 날씨가 일주일 이상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제 남가주에서는 가을과 겨울은 잠깐 얼굴만 비추고 1년 대부분을 여름 날씨로 지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날씨 이야기가 길었는데요. 여전히 지난 주의 주요 뉴스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와 관련된 소식이 많았습니다. 특히 공식 조문과 장례식 등이 치러지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도 이 자리에 참석하면서 다양한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 언론에는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영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주요 뉴스로 다뤄지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이번 주에는 이 내용을 똑개비 211호의 메인 뉴스로 다뤄볼까 합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호주에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파커 볼스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주인공은 사이먼 도란트-데이(Simon Dorante-Day)라는 인물입니다. 최근에는 찰스 왕세자와 자신의 55세 때 사진을 비교할 수 있도록 언론과 SNS에 함께 공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요. 영국 왕실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이 상당히 닮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도란트-데이(왼쪽)와 찰스 왕세자 시절 사진
SNS에도 이 사진이 돌면서 많은 사람이 “당신의 아버지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도란트-데이 역시 스스로 이런 사진들이 자신과 찰스 3세 국왕과의 부자 관계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런 사진을 나에게 보내는 다수의 지지자와 팔로워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면서 “이들은 끊임 없이 나를 놀라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검사, 즉 DNA 검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요.
왼쪽부터 찰스, 도란트-데이, 커밀라의 젊은 시절
그는 “DNA 검사에 앞서 이런 사진이 사람들에게 유전적 유사성을 구별하게 하는 한 중요한 방법이다”라면서 “명백히 나는 찰스∙커밀라 부부와 함께 DNA 검사를 받기 원하고 이를 위해 싸울 것이지만 법정에서 이를 확인하기까지는 기나긴 과정이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란트-데이는 자신이 찰스와 커밀라 부부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단지 사진 비교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요.
그는 또 “나는 분별력 있고, 지성적이고 아주 존경받는 사람으로서 사랑스러운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이며 남편”이라고 말하고 “내 이야기가 믿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말한 어떤 것도 확인 가능하다. 못 믿겠으면 확인해 보라”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그들이 나의 가족임을 믿기 때문에 그들과 (가족으로서의) 관계를 가져야만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도란트-데이는 자신이 찰스와 카밀라의 아들이라고 어떤 사실을 근거로 주장하는 것일까요.
우선 도란트-데이는 영국의 포츠머스 고스포트에서 1966년 4월 5일 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생후  8개월 때 호주에 살고 있는 캐런과 데이비드 데이 부부 가정에 입양됩니다. 입양된 가정의 조부모인 위니프레드와 어네스트 보울든은 두 명 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부군인 필립 공을 위해 영국 왕실에서 살림을 돌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어네스트 보울든은 왕실봉사상을 받은 경력까지 있을 정도로 충직한 신하였습니다.
도란트-데이의 할머니는 그에게 여러 번 그가 커밀라와 찰스의 아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두루뭉술하게 돌려 이야기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도란트-데이는 말합니다.
도란트-데이와 그의 아내
그는 또 자신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찰스와 커밀라가 처음으로 친하게 지낸 시기는 1965년이며 커밀라는 자신이 태어날 때까지 최소 9개월 정도 영국 사교계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찰스는 이때 호주로 보내졌다고 주장합니다. 일반에게는 찰스와 커밀라가 1970년 윈저성의 폴로 경기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 역사가는 도란트-데이의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태어난 병원을 조사한 결과 그 병원에서는 도란트-데이 출생연도 기준 10년 동안 한 명의 아기도 태어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그의 부모 이름은 가명이었다는 것입니다.
도란트-데이는 왕실과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커밀라가 자신을 생후 8개월때까지 숨기며 양육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기가 커지면서 왕실 측에서 여왕을 측근에서 돌보던 도란트-데이의 딸 가정에 입양시키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퍼스트 네임과 미들 네임인 사이먼 찰스(Simon Charles)가 생물학적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그는 “내 양어머니는 입양 조건의 하나가 아이의 이름을 그대로 두는 것이었다고 나에게 말해줬다”면서 “당시 찰스와 커밀라에게는 사이먼이라는 친한 친구가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일방적인 주장일까요, 아니면 감춰진 진실일까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나올법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이제 왕과 왕비가 됐으니 숨겨진 비밀을 밝히고 혈육의 정을 나눌까요, 오히려 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더 숨기려 할까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더 확대될지, 실제 친자 확인을 위한 DNA 검사가 실행될 수 있을지, 만에 하나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영국 왕실은 차기 왕권을 놓고 왕자의 난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식이 친부모를 찾는 인륜이 걸린 문제이지만 영국 왕실 입장에서는 나라의 운명이 달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지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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