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집값 이어 렌트비도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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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개비 뉴스를 시작한지 벌써 3개월이 됐습니다.  지난 주에 메인 뉴스로 올렸던 찰스 국왕의 숨겨진 아들 이야기는 상당한 호응을 받았습니다. 예상 외로 관심들이 많으셔서 조금 놀라기도 했는데요. 이런 반응 때문에 똑개비 뉴스에서 소개한 내용과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버전으로 기사를 정리해 인터넷에도 올렸는데 무려 사나흘 동안 톱 뉴스에 걸리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앞으로도 흥미로운 기사 발굴에 더 신경쓰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이번 212호에서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정리해봤습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지나야 했던 주택시장은 2010년쯤 바닥을 찍고 이때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작년 말까지 최고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팬데믹과 팬데믹 기간에 벌어진 공급망 대란, 과다한 유동성 공급 등으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주택시장도 휘청거리기 시작했는데요. 올해 들어서부터는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모기지 이자율까지 6% 중반대까지 오르면서 첫 주택 구입자들이 더욱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 가운데 일부는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주택시장 경기가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초반이고 앞으로 한동안은 주택시장이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연준은 올해 말까지 2번  더 금리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지금의 3.0~3.25%에서 4.25~4.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기지 금리도 덩달아 더 오를 여지가 생기는 것이지요. 이미 6% 중반대까지 올랐기 때문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7%대까지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온라인 재정정보 분석업체 뱅크레이트닷컴은 현재의 주택시장은 낙관적인 전망이 힘든 상황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침체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라고 전합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 거래는 7월 기준으로 7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전달 대비로 5.9%,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0.2%나 빠졌습니다. 미국 주택시장의 경우 각급 학교가 시작하기 전인 여름철이 성수기인데 그럼에도 주택거래가 절벽 수준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거래건수로 살펴보면 500만채에서 100만채가 감소한 것인데요. 이런 추세라면 올 겨울까지는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거래 모두 더 줄어들면서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택가격이 지난해 말까지 매년 두자릿수 비율로 상승하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입니다. 주택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상황이 이렇게 급변한 원인으로 인플레이션과 모기지 이자율 상승을 꼽습니다. 특히 모기지 이자율 상승은 월 페이먼트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집을 장만하려던 사람들을 주저 앉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주택시장이 가라앉자 지난 2008년부터 약 3년 동안 진행됐던 주택가격 폭락 현상이 또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당시는 거의 재앙 수준으로 수 많은 사람이 파산신청을 하며 길거리에 내몰렸었지요. 지난 10년 동안 주택가격이 너무 올라 거품이 끼었기 때문에 이 거품이 터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인데요.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거품 현상이 전국적인 것은 아니고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사태 때와 같은 재앙은 다시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같은 분석의 배경에는 은행권의 강력한 융자기준 강화로 부실 대출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을 꼽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소득증명 서류가 없어도 융자가 가능한 느슨한 대출 관행이나, 집값의 100%까지 융자를 주는 과도한 모기지 대출 비율과 같은 불안 요인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의 주택가격 급등은 투기적인 목적으로 수요가 몰려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매물 공급이 원인이어서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현재 주택 압류율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대비 50% 수준에 머물러 있고 모기지 연체율 역시 평균을 밑돌고 있습니다. 이른바 모기지 대출금보다 낮은 가격의 주택을 말하는 ‘깡통주택’이 급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의 주택시장 침체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은 더 있습니다.

지난 7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그 중의 하나인데요. 전달보다 0.2% 하락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전달과 비교해 10대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0.5%, 20대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0.4% 각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중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가 전월보다 하락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7월 집값은 전년 동월보다 15.8% 올랐는데요. 전년 대비로는 높은 수준으로 집값이 오른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 6월에 기록했던 18.1%와 비교하면 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큰 낙폭입니다. 정확히는 2.3%가 빠진 것인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기준으로는 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의 낙폭이라고 하네요.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는 이제 렌트비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렌트비는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이었는데요. 특히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상승세가 가팔랐지요. 그런데 전국의 임대주택 시장이 2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 보도했습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 업체인 코스타 그룹의 정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아파트 렌트비는 한달 전보다 0.1% 내렸습니다. 소폭이기는 하지만 이 업체의 월별 집계로는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한 것입니다.
다른 아파트 렌트 웹사이트인 렌트닷컴 집계에서는 같은 달 원룸의 렌트비가 2.8% 내렸고,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 리얼터닷컴 조사에서도 조금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팬데믹 기간 동안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껑충 뛴 렌트비에 마음을 졸이던 세입자들에겐 희소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는 임대주택 시장이 앞으로 최소한 몇 달 더 하락하거나 적어도 연말까지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렌트비 하락은 그동안의 렌트비 급등에 따른 피로감, 신축 임대주택의 증가, 계절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분석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가격 하락폭이 워낙 미미해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락세가 트랜드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높은 주택가격과 모기지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매매가 거의 얼어붙은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임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지출이 늘어나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인데 아파트 렌트비라도 내려가 숨통을 틔어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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