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오토바이 헬멧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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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아니면 죽음을 #마스크와 백신

델타 변이(기억하시죠 왜 델타 변이인지? 모르시겠다면 95호 뉴스레터 참조)가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각국마다 코로나19로 다시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죠. 각 정부는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재차 들고 나섰습니다. 이탈리아 등 몇몇 나라에서는 백신 접종자만 식당 입장을 허용한다는 방침까지 시행하고 있죠.
똑개비뉴스에서도 지난 뉴스레터에서 몇차례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한 찬반 논란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USA투데이지가 2일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제목부터 관심을 끕니다. ‘코로나 문화 전쟁: 공공 이익을 위해 어느 시점에 개인의 권리를 양보해야 하나?(The COVID culture war: At what point should personal freedom yield to the common good?)’입니다. 지금부터 요점 정리 들어갑니다.

먼저, 기사 의도가 궁금해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마스크나 백신 모두 개인의 선택입니다. 현재 지구촌 어디든 인간의 선택은 2가지로 나뉩니다. 마스크의 경우 쓰거나 쓰지 않거나, 백신의 경우 역시 맞거나 맞지 않거나죠. 그 선택으로 인한 분열은 어디든 목격됩니다. 직장, 학교, 마켓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매체는 이런 상황을 우리에게 익숙한 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바로 미국 독립혁명의 지도자인 패트릭 헨리의 연설인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죠.

어떤 선택이든 국가 권력이 간섭하면 안되는 건 맞는 말 아닌가?

분명 개인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전염병의 확산은 그 선택의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팬데믹이 터진지 18개월 이상이 지난 지금 미국에선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전체 사망자 545명당 1명꼴이라고 합니다. 매체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사망률이 어디까지 올라가야 미접종자들이 생각을 바꿀까? 전체 사망자 100명당 1명? 10명당 1명?’

잠깐, 비약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백신을 맞는다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건 아니잖아?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매체는 현재 미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짚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국민의 의견이 둘로 나뉘어 오는 동안 델타 변이는 급증했습니다. 최근 1주 평균 코로나19 사망자는 2000여 명 수준으로 올라갔고 1일 평균 신규확진자수는 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6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AP통신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코로나19 사망자의 99%는 백신 미접종자들이라고 합니다.

AP 원문기사 참조
미접종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감염되기 쉽고 바이러스 퍼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매체의 논리입니다.

마스크나 백신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

마이클 산델 하버드대 교수는 마스크와 백신 찬반론이 ‘문화 전쟁의 새로운 전선(a new front in the culture wars)’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문화 전쟁은 ‘이념ㆍ종교ㆍ철학 등의 차이에서 기인한 대립’을 뜻합니다. 산델 교수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마스크를 거부하는 이유는 정부가 강요하는데 대한 반발이 가장 크다. 반발의 원인은 공공 보건 논리가 아니라 정책 그 자체에 있다. 결국, 내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으려는 ‘저항의 행위(act of defiance)’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까지 거창해?

또 다른 교수도 이에 공감합니다. 에모리대학의 스티븐 팁튼 교수는 그 근저에 깔린 정서를 이렇게 표현했죠.
누구든 내게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지 못한다. 결과가 어쨌거나 난 자유를 누릴 권리를 선택한다.

결국 정부에 대한 반감인거야?

가장 큰 원인이겠죠. 팬데믹은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불평등과 사회적 고립 현상을 풍선처럼 부풀렸습니다. 정부와 소위 엘리트로 불리는 기득권층으로부터 배신당했다는 불신이 깊게 뿌리내리게 됐죠. 그래서 팁튼 교수는 “마스크를 쓰라거나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정부 지침에 대한 반발은 이기적 행동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도덕적 분노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거부하는 또 다른 원인이 있나?

매체에 따르면 이랬다 저랬다한 정책의 혼선도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연방정부는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하고 지방정부는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죠. 그 반대일 때도 있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서로를 향한 정치적 공격에 마스크와 백신이 사용되기도 했죠. 하나의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추진한 것이 아니니 무엇이 바른 선택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이 와중에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뒤틀린 정보가 검증없이 주민들에게 퍼지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11일 열린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 정부 타운홀 행사에서 목격됐죠.

어떤 일이 있었는데?

이날 행사는 원래 백신 접종  확인서를 디지털화하려는 정책에 대한 주민 의견을 묻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반대파 주민 수백명이 참석했는데요. 이들 대부분은 백신 접종서 디지털화가 ‘백신 여권 제작’이라고 잘못 알고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USA투데이지는 이날 반대 주민 중 한사람을 인터뷰했는데요. 마이클 토머스(62)라는 분입니다. 마스크와 백신을 거부하는 분들이 있다면 아마 공감할 내용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을 했는데?

토머스의 의견을 그대로 옮겨드립니다.
“마스크를 쓴다고 코로나19에 안걸리겠는가? 백신은 소용없다. 왜냐하면 결국 개개인의 면역체계가 코로나19를 이겨내던가 아니면 견디지 못하고 사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토머스는 본인의 선택이 타인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건 개인의 권리이자 하나님께서 주신 권리다.”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질문 답변도 들어보시죠.
“코로나19는 전쟁 무기로 개발됐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바이러스를 개발한 사람은 전쟁범죄자로 심판받아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뭐야?

사실 매체가 던진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애초부터 찾기 어렵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강요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워싱턴포스트는 백신 접종에 대한 선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뜻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오토바이 운전자 헬멧 착용 의무화 정책과 비교했습니다.

두가지를 비교하는게 가능해?

다소 무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보호하는 도구라는 점과 선택에 따른 결과를 알려주기엔 효과적인 비교일 수 있죠. 1970년대까지만해도 오토바이 운전자의 헬멧은 대부분의 주에서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개인 선택의 자유라는 점을 들어 의무화를 철회하는 주가 생기기 시작했죠. 공교롭게도 의무화를 폐지한 주 대부분이 공화당 텃밭 지역이었습니다. 선택의 결과는 예상하신대로 입니다. 1975년 대부분의 주가 헬멧을 의무화했을 당시엔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운전자ㆍ탑승자)가 3200여명이었는데요. 1980년에 전국의 절반 이상이 헬멧 의무화를 철폐한 뒤엔 5000명 이상으로 늘었죠.
워싱턴포스트는 이 비교가 무리라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결론을 맺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았다가 숨진 사람은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상상해보라. 백신을 맞지 않아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는 것처럼 만약 헬멧을 쓰지 않는 행위가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면? 헬멧 착용 의무화 폐지는 더이상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