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결혼’ 이제 연방법으로 보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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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상원에서 29일 ‘결혼존중법안’을 통과시킨 뒤 관련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방 상원이 29일 동성결혼과 인종 간 결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결혼존중법안(Respect for Marriage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이야 당연히 찬성이지만 완고한 보수주의자들이 많은 공화당에서도 12명이 찬성표를 던져 61대 36으로 통과됐습니다.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이제 하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 통과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어서 동성결혼은 이제 미국에서도 연방법의 보호를 받게 됐습니다. 아니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동성결혼을 허용 했었잖아 라고 말씀하는 분도 있을텐데요.
사실 지난 2015년 연방대법원은 5대4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수십년 간 이어온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이 끝난 것 같았는데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보편적인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결정을 내리면서 동성결혼의 합법성을 인정한 기존 판례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지요. 특히 9명으로 구성되는 연방 대법원이 현재 보수 성향이 강한 대법관이 6명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졌고 이들 중에서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로 대 웨이드’ 폐기에 찬성하는 의견문에서 피임과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기존 판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동성결혼을 아예 연방 법으로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성애자들과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일었고 결국 이를 관철하게 됐네요.
결혼존중법안을 공동발의한 민주당 태미 볼드윈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자 “결혼존중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수백만 명의 동성 그리고 인종 간 부부가 느끼고 있는,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어디에 살든 그들의 결혼은 합법이며, 다른 모든 결혼이 제공하는 권리와 책임을 누릴 것을 법안이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볼드윈 의원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인물입니다.
하지만 법안 통과와는 별도로 여전히 이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는데요. 마이크 리 의원은 “주 정부들이 동성결혼 인정을 거부하지 않고 있어 (동성결혼이 결혼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할, 심각한 위험은 없다”면서 “결혼존중법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동성결혼은 미국에서도 여전히 찬반 논란이 팽팽한 이슈 가운데 하나인데 어쨌든 이번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관련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인데요.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이 12명이나 법안 지지로 돌아서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미국 사회에서도 동성결혼에 대한 여론이 인정 내지는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요. 지난 5월에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71%에 달했습니다. 1996년 관련 여론조사가 처음 실시됐을 때 지지율이 27%였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럼 ‘결혼존중법안’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요? 핵심은 동성 커플의 결혼도 합법적인 결혼으로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의 결합’으로 제한한, 지난 1996년에 제정된 ‘결혼보호법’을 폐지하고, 동성 커플의 결혼도 합법적인 결혼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또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라고 해도 다른 주에서 이뤄진 동성 간 결혼을 보호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은 적잖은 반발과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법은 모든 주에 대해서 동성결혼 법제화를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만 해야 하는 관습으로 믿고 살아온 사람들과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차별 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갈등은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다수와 다른 특성이 있다고 해서 소수를 소외시키는 것, 특히 권리적인 면에서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방 차원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5년 미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가 결혼을 승인함과 동시에 상속, 재산분할, 소득공제, 의료보험 등 1000가지의 권리가 발생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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