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세자는 천만장자 사업가이자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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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조선왕실 황세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지난 18일 LA한인타운 서쪽 끝에 있는 한 고급 아파트 앞에서 롤스로이스에 타고 있던 흑인 래퍼가 2인조 무장 강도의 총에 맞고 금품을 강탈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뺏긴 금품 속에는 롤렉스 시계와 금팔찌 등 값비싼 물건도 포함됐다고 전해졌는데요. 초호화 차량에 초고가 귀금속, 래퍼, 무장강도와 같은 요소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한인들에게는 또다른 귀가 번쩍 뜨이는 요소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롤스로이스 차량의 소유주가 대한제국 황실 후계자로 지명된 앤드루 이씨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는 혹시 피해자가 바로 황세자 본인이 아닐까라는 추정도 많았는데요. 다행히 당사자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아직도 대한제국 황실이 존재하는가, 또 그 황실 후계자가 미국에 살고 있었나, 그렇다면 어떻게 롤스로이스를 소유할 정도로 부유하게 살고 있나 등등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왕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제국 황실의 황세자가 어떻게 지금까지 계승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우선 이번 래퍼 총격 무장강도 사건을 계기로 롤스로이스 소유주인 앤드루 이씨에 대한 신상 정보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한인 언론이 관련 소식을 다룬 적이 있기는 하지만 주류 언론에서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다룬 것은 처음인 듯 합니다. 미주 한인사회에 앤드루 이씨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2018년 황세손 지명식, 2018년 대저택 구입 등이 잇달아 알려지면서입니다.
앤드루 이씨는 미국 태생 한인 2세입니다. 일부 자료에는 앤드루 이씨가 황손인 이석 씨의 아들이라고 나오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개인 언론 매체를 운영하고 있는 안치용 씨에 따르면 앤드루 이씨는 1983년 12월 생으로 한국이름은 상민이라고 합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이씨 성을 가졌으며 1950년과 1953년생으로 알려졌습니다. 앤드루 이씨는 지난 2013년 아버지로부터 자신이 대한제국 황실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아마 아버지가 황실의 후손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추론이 나옵니다. 어쨌든 황손인 이석 씨의 친 아들은 아닌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앤드루 이씨는 인디애나에서 태어나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주로 거주했고 퍼듀대학에 입학한 뒤 뉴욕 주 버펄로 대학으로 전학했으나 이후 학업을 중단하고 IT사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상사설망(VPN) 서비스 업체를 설립한 뒤 매각해 1억 달러 가까운 돈을 벌었고 이후 2014년에는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거래소를 설립해 운영하다 역시 이를 매각해 큰 돈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한제국 황손 이석씨 부부(왼쪽)와 황세손으로 지명된 앤드루 이씨 부부
그러다 갑자기 2018년 10월 초 LA 지역 한인 언론에 대한제국 의친왕 이강의 10번째 아들인 황손 이석 씨가 앤드루 이씨를 황세손으로 지명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당시 보도자료에도 앤드루 이씨가 이석 씨의 아들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단지 황세손으로 지명했다는 내용만 들어 있습니다. 당시 LA 베벌리힐스 고급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열린 황세손 임명식에는 이석 황손 부부, 앤드루 이씨 부부 외에도 한국에서 김광수 국회의원, 장영달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고 하는데요. 이날 이석 씨는 앤드루 이 씨에게 황태자를 상징하는 검을 수여했습니다. 2019년에는 한국에서 다시 황세손 책봉식을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대한제국의 황세손 앤드루 이가 로스앤젤리스에 1260만 달러의 대저택을 매입했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됩니다. 벤투라 카운티의 히든 밸리 지역에 있는 이 저택은 대지가 16.8에이커(2만1000여평), 건평 1만4703스퀘어피트(413평)로  방이 7개, 욕실 8.5개, 이외에도 와인시음실, 영화관, 체육관, 테니스장, 수영장 등이 갖춰져 있다고 하네요. 1년 재산세만 해도 12만 달러가 넘습니다.
래퍼 차림의 앤드루 이씨와 래퍼 J머니.
앤드루 이씨는 음악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랩에 빠져 있고 직접 래퍼로 활동하기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무장강도의 총격을 받은 래퍼 J머니와는 아주 친한 사이로 지난달 28일 래퍼 활동명 ‘킹리(KingLee)’로 J머니와 함께 ‘던잇올(Dun It All)’이라는 음원을 발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튜브에는 ‘J머니와 킹리 조선 원스 던잇올’이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의 영상도 올라 있는데요. 영상에서 이씨는 래퍼 차림으로 J머니와 노래를 부릅니다. 확실히 시대가 변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황세자가 래퍼로 활동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안치용씨도 지적했듯이 대한제국 황세손에 대한 적통 논란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앤드루 이씨가 황세손에 지명 또는 임명된 것은 2018년 황손인 이석 씨가 지명하는 행사를 통한 것이었지만 이보다 13년 앞서 이씨 조선의 혈통인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 등은 한국에 있는 이원 씨를 황세손으로 지명했습니다. 이미 황세손이 있는데 또 다른 황세손이 나타난 것이지요. 이를 두고 대한제국의 끝나지 않은 비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대한제국 초대 황제는 고종황제입니다. 고종의 다섯째 아들이 의친왕이고 의친왕의 9남인 이갑씨의 장남인 이원 씨가 2005년 황세손으로 책봉됐습니다. 이후 모든 제례를 주관하고 있는데요.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은 지난 2003년 6월 1일 이갑 씨의 아들 이원을 황세손 이구의 계자로 입적하고, 이구 씨가 2005년 7월 16일 사망하자, 이원 씨가 대한제국 황가의 주상으로 등극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주 이씨 가문이 공식 인정한 황세손이 있고 한국에서 조선과 대한제국 관련 모든 제사 등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석 씨가 자신의 후계자로 앤드루 이씨를 지명한 셈이어서 적통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사실 적통 논란은 진짜 황손이 누구냐부터 시작됐는데 이 논란은 여전합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황손 이석 씨는 엄격하게 따지면 서열 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황세자 등을 임명할 위치는 아니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또 이석 씨가 LA에서 행한 황세자 책봉식에서 ‘검 인도 의식’을 행한 것은 대한제국이나 조선의 예법에는 없는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적통을 누가 잇느냐는 문제는 워낙 왕의 자식이 많기도 했고 또 서열을 따지거나 중간에 입양과 같은 편법 등이 난무해서 쉽게 정리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사라진 왕국의 황세자가 지금에 와서 무슨 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에게는 가치 있는 일이 되는 것이고 평양 감사 자리도 내가 흥미가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긴 하네요.
아무튼 이곳 미국 LA지역에 거주하는 대한제국의 황세자는 그 지위에 걸맞게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에 더 좋은 일은 많이 하고 나쁜 소식은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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