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도둑질,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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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기 #다섯가지 알아야할 기사
①탄핵, 세 가지 장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돼 오늘(12일)이면 나흘째에 접어들죠. 첫날인 9일엔 전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합법적인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고 투표가 있었습니다. 10일과 11일엔 검사격인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이 16시간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라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오늘부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16시간에 걸쳐 무죄임을 반박하게 됩니다. 이어 배심원단인 100명의 상원 의원들이 4시간에 걸쳐 양쪽에 질문할 기회가 주어지죠. 12일과 13일엔 증인 호출 여부를 놓고 투표한 뒤 4시간 동안 최종 변론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유죄 여부를 가릴 최종투표를 하게되죠. 말씀드렸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로 판명나기 위해 필요한 표는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2인 67표입니다. 지난 사흘간 탄핵 심리의 주요 장면을 정리했습니다.

장면 1. 56표 vs 44표
심리 첫날인 9일 하이라이트는 투표였습니다. 상원이 퇴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할 권한이 있는지, 즉 퇴임 대통령 탄핵이 헌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투표였죠. 결과는 찬성 56표, 반대 44표로 ‘합헌’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심리는 진행될 수 있게됐지만 이 투표 결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투표에서 유죄 평결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다시 입증됐습니다. 양당 의석이 50:50인 가운데 민주당 50명 전원은 탄핵에 찬성했지만 공화당에선 불과 6명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한다고 본 겁니다. 말씀드렸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가 되려면 67표가 필요합니다. 11명이 더 탄핵에 찬성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한 숫자입니다.
여러 주류 언론들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아무리 유죄 증거가 나열된다 해도 어쨌든 탄핵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장면 2. 트럼프가 자주 쓴 세 마디
심리 두 번째 날 하이라이트는 9명 탄핵소추위원의 발표였죠. 소추위원들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들을 일일이 나열하며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소추위원인 조 니구스 민주당 의원은 의회 폭동 사태 전후로 트럼프가 자주 썼던 구절 3개만 기억해달라고 공화당에 호소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가 예시한 트럼프가 자주 사용한 구절은 선거가 조작됐다는 거짓 주장을 뜻하는 ‘새빨간 거짓말(The big lie)’, 지지자들에게 결코 양보해선 안 된다고 촉구한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무력을 요청하는 것으로 묘사된 ‘도둑질을 멈추도록 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워라(Fight like Hell to Stop the Steal)’입니다.
니구스 의원은 이 세마디가 지난달 6일 의사당에 폭도들의 난입을 부채질한 선동 문구라고 지적했습니다. 거짓말, 도둑질, 싸워라는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처럼 표현의 자유일까요 아니면 내란 선동일까요.
장면 3. “소방서장이 방화에 기뻐한 격”
또 다른 장면은 소추위원단을 이끄는 제이미 래스킨 의원이 10일 의원들 앞에서 공개한 동영상입니다. 13분짜리 편집본인데요. 지난 6일 의사당 밖에서 열린 대선 결과 인증 반대 집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로 시작해 폭도들이 의사당으로 난입하기 까지를 시간대 별로 정리했죠. 경찰 바디캠과 폭도들이 찍은 셀폰 동영상을 붙여 그날 벌어진 일들을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구독자분들도 보시면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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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서 압권인 장면은 의사당 난입을 촉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입니다. 발언 그대로를 옮깁니다. “우린 도둑질을 중단시킬 것이다. 우린 의사당으로 향할 것이다. 내가 당신들과 함께 하겠다.”
이 발언 직후 군중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합니다. “맞다. 의사당을 점령하자(Yeah, let’s take the Capitol)”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나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죠. 대통령의 발언은 이어집니다.
만약 여러분이 사기를 친 사람을 잡았다면 (일반적인 처벌이 아니라) 매우 다른 방법으로 정죄하는 것이 용인된다. 우린 싸울 것이다. 죽도록 싸울 것이다. 만약 당신들이 죽도록 싸우지 않는다면 더는 우리에겐 국가란 없다(When you catch somebody in a fraud, you’re allowed to go by very different rules. We fight. We fight like hell, and if you don‘t fight like hell, you’re not gonna have a country anymore)”
래스킨 의원은 동영상과 함께 폭동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썼던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는 말을 끄집어냈습니다. 의회 사태 당일 저녁 트럼프가 썼던 트윗을 읽어내려가면서 “폭력적인 반란을 비판하는 말을 그날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죠. 트럼프는 의회 난입 사태 이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위대를 “오랫동안 몹시도 부당하게 대우받아온 위대한 애국자들”로 칭하면서 “사랑과 평화를 가지고 귀가하라,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했었죠.
래스킨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붐비는 극장에서 거짓으로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보다 더 나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불을 끄라고 있는 소방서장이 붐비는 극장에 폭도를 보내 실제로 불을 지르도록 한 것과 같다. 그러고는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쇄도하면 뒤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폭도들이 계속하도록 부추긴 것이다. 불이 번지는 것을 TV로 보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했죠. 그러면서 ‘그런 소방서장’이 다신 공직을 못 맡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②쪼개지는 공화당

탄핵심리가 진행되면서 공화당의 분열이 가시화되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제 3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칭 ‘애국당(Patriot Party)’을 만드는 것을 측근들과 논의 중이라고 했었습니다.  53호 뉴스레터 보기

그런데 공화당에서 또 다른 3당이 분당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등 과거 공화당 행정부에서 몸 담았던 반트럼프 인사 전직 공무원 120여명이 공화당에서 탈당해 새로운 당을 구상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1일 보도했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추종 의원들에게서 정통 보수의 가치를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공화당 앞날 어떻게 될까요.
로이터통신 원문보기

③배터리 전쟁

미국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3년째 벌여온 ‘배터리 소송전쟁’으로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소송은 일단락 났지만 그 최종 결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쥐게 됐습니다.
배터리 소송전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지난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수사를 의뢰한 영업비밀 침해사건으로 시작됐습니다.
LG측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활용되는 2차전지 기술과 관련해 SK측이 자사 인력을 빼가고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죠. ITC측은 10일 LG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날 결정은 일단 SK에겐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SK가 생산한 일부 배터리의 미국 내 수입이 10년간 금지됐습니다. 또 이미 수입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이 내려졌죠. 이로 인해 조지아주에 현재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가동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앞서 SK는 이 공장을 통해 2024년까지 26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면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 소송전의 여파는 업계 전반에도 미치게 됩니다. SK가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와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TC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선 각각 4년, 2년 동안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 기간을 뒀습니다.
이제 공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넘어갔습니다. ITC 절차는 한국의 행정심판처럼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돼죠. 대통령은 60일의 검토 기간을 가지며 정책적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SK는 소송에서 패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죠.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강조해온데다 자국 기업도 아닌 외국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둘러싼 ITC 결정을 두고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④마스크 2장 겹쳐 쓰세요

종종 주변에서 마스크 2장을 덧대 쓰는 분들을 볼 수 있죠. 저렇게까지 유난인가 싶었었는데요. 마스크를 두겹으로 착용하는 것이 코로나19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CDC는 두 개의 마네킹을 6피트(182㎝) 간격으로 마주보게 한 채 한 개의 마네킹에서 뿜어내는 코로나19 입자를 다른 마네킹이 얼마나 들이쉬는지 실험했습니다. 들이쉬는 마네킹이 한 개의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코로나19 입자의 40%대 정도를 차단했다고 합니다. 수술용 마스크 위에 면 마스크를 덧대면 차단효과가 80%까지 올라갔다고 하네요. 양쪽의 마네킹에 모두 틈이 없는 수술용 마스크에 면 마스크를 덧대 착용하도록 하면 입자의 95% 이상이 차단됐다고 합니다.

⑤미얀마 군부, 시위대에 실탄

미얀마에서 제발 발생하지 않기만 바랐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대규모 쿠데타 규탄 시위가 6일째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9일 경찰이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대를 상대로 실탄 사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1980년의 광주가 겹쳐보이는 상황입니다.
실탄에 맞은 시위참가자 미야 테 테 카잉(20)씨는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카잉씨의 언니 A씨는 현지 매체에 당시 상황을 전했는데요.
경찰과 물대포 차량이 시위대와 대치하던 때 카잉씨와 언니는 당시 길 옆에서 시위를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카잉씨가 총에 맞았고 쓰러졌습니다. A씨는 애초 허공을 향한 경고 사격으로 생각했지만, 쓰러진 동생의 머리에서 헬멧을 벗겼을 때 피가 터져 나온 걸 보고야 총에 맞은 사실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는 동생의 상황에 대해 “회복할 가능성은 5%에 불과하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해 가족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A씨는 “엄마도 네 형제 중 막내에게 이런 일이 생겨 못 견뎌 하신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몸서리를 쳤습니다. A씨는 거리 시위대에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동생을 위해서라도 미얀마 모든 국민에게 군부 독재가 뿌리뽑힐 때까지 계속해서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유혈 사태에도 시위는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 공무원은 물론 일선 경찰까지 항의 시위에 가담하면서 군부에 대한 반발과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