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명의 명품매장 떼도둑 배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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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도둑 #명품매장 싹쓸이 #배후는

지난 주말 거의 모든 주류 언론들이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사건이 있습니다. 일명 ‘떼도둑’ 기사인데요. 샌프란시스코 인근 명품 매장에 무려 80여명의 절도범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매장내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해 달아났습니다. 마치 영화속 한 장면같은 조직적인 범죄 수법에 수사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떼강도 사건들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각 사건들과 수법, 범죄 배후 등을 짚어봤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사건은 지난 20일 오후 9시쯤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25마일쯤 떨어진 월넛크릭의 ‘노드스트톰(Nordstrom)’이라는 백화점에서 벌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노드스트롬은 명품 브랜드들이 다수 입점해있는 백화점입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수십여명의 괴한들이 떼로 몰려와 백화점내 매장들을 급습했습니다. 주로 루이비통, 버버리 등 명품 샵들을 노렸는데요. 쇠지렛대와 큰 가방을 들고 온 이들은 매장내 진열대를 부수고 물건을 쓸어담은 뒤 도주했습니다. 한 매장 업주에 따르면 용의자들의 숫자는 80여명 이상이었다고 하는데요. 범행은 길어야 5분내 벌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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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80명이 동시에 도둑질을 해?

목격자들에 따르면 떼절도 행각은 마치 각본을 짠 듯 이뤄졌습니다. 사건 현장인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번화가 한복판에 있습니다. 평소에도 차량통행이 많은 곳인데 추수감사절을 앞둔 토요일 밤이었으니 도로는 많이 혼잡했죠. 그러던 오후 9시쯤 입구 앞 사거리에 갑자기 차량 20~30여대가 약속이나 한 듯 길 한복판에 멈춰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각 차량에서 운전자를 제외한 공범들이 내려 도로변의 정문으로 백화점에 들어가 마치 ‘공짜 쇼핑’을 하듯 상품을 쓸어담은 뒤 다시 차량에 올라 도주한거죠.
범행 당시 동영상

경찰은 뭐했데?

이들의 습격을 받은 매장 직원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후 백화점 일대는 난장판이 됐죠. 달아나는 용의자들의 차량과 멈춰선 시민들의 차량, 출동한 여러대의 순찰차가 백화점 주변에서 엉키면서 큰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범행이 워낙 순식간에 벌어져 대부분의 용의자들은 이미 도주한 뒤였고, 경찰이 잡은 건 불과 3명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번사건을 ‘플래시몹(Flash Mob)’의 연장선상에 있는 ‘조직적인 범죄(organized theft)’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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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몹? 많이 들어본 말인데?

주로 길거리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즉석 공연에 사용되던 말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약속된 장소에 모여서 짧은 시간에 약속된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것’을 뜻하죠. 아마도 SNS에서 동영상들을 보셨을 텐데요. 예를 들어 쇼핑몰 한복판에서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고객처럼 지나가다가 한 명씩 악기를 연주하면서 합주를 하는 영상들이죠. 또 유명 가수의 히트곡들을 틀고 ‘떼춤’을 춘 뒤 헤어지는 장면들도 플래시몹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종전까지 예술행위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목적의 플래시몹이 최근엔 범죄 행위에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많은 범인들이 움직이려면 사전에 분명 조짐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경찰들이 모를 수 있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사건 이전부터 경고등은 이미 여러차례 울렸습니다. 바로 전날에도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스퀘어’에 있는 루이비통을 비롯한 최소 10여개 명품 매장에 수십여명이 침입해 떼절도 행각을 벌였었죠. 경찰에 따르면 이날 피해액만 100만달러가 넘습니다. 그리고 사건 다음날인 21일 밤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30분쯤 떨어진 헤이워드라는 지역 쇼핑몰내 보석상에도 40여명의 떼절도범들이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 3일 내내 같은 유형의 범죄가 매일 벌어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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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국에서 확산한다고 했잖아. 다른 지역에도 떼강도들이 설친다는거야?

인터넷에 ‘ransack(아수라장으로 만들다)’ 혹은 ‘looting(약탈)’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걸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더불어 시카고 인근에서도 유사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상황이 어떤데?

지난 17일 오크브룩센터몰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에 최소 14명의 떼절도범들이 들이닥쳤죠. 역시 스키 마스크를 쓴 이들은 매장내 들이닥치자 마자 대형 쓰레기봉지를 꺼내 핸드백 등 명품들을 쓸어담고 도주했습니다. 시카고의 떼절도 행각은 이미 지난 9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매그니피션트 마일’ 지역의 보테가 베네타 명품매장에 12명이 침입해 수분만에 명품 핸드백 35개를 훔쳐 달아났죠. 지난달 5일과 지난 1일에는 오크브룩에서 30마일 떨어진 노스브룩이라는 곳의 루이비통에도 10여명의 떼절도범들이 급습했다고 합니다. 떼절도 사건은 명품 매장에서만 발생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이들은 약국을 덮쳐 마약성 처방약들을 털기도 하고 마리화나 판매업소들도 급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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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지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거야?

샌프란시스코 전직 경찰이었던 짐 더들리 교수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정부의 처벌 완화, 백화점 운영 기업들의 ‘범인 추적금지’ 방침이 낳은 대형악재라고 합니다. 특히 가주정부는 지난 2014년 프로포지션 47이라는 주민조례안을 통해 950달러 이상의 물품을 훔친 절도범들만 중범죄자로 기소하기로 했습니다. 종전까지 중범죄 기소 절도액은 400달러 이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절도범들은 벌금 등 약한 처벌을 받게됐죠. 잡혀도 큰 벌을 받지 않으니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행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팬데믹 상황이라는 시기적인 이유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센트럴지부에서만 올해 절도사건은 전년에 비해 88% 급증했다고 합니다.

시카고 지역도 같은 이유에서 범행이 벌어지는거야?

시카고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일리노이주 역시 훔친 물건이 1000달러 이상의 절도범들에게만 중범죄를 적용하고 있죠. 샌프란시스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치안공백’입니다. 시카고시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는데요. 시카고 경찰국 직원 1만3000명중 3분의 1 이상이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정부는 거부한 경찰 인력들을 속속 유급휴가 형태로 현장 근무에서 배제시키고 있죠.

어디 불안해서 살겠어?

경찰에 따르면 유사 범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샌프란시스코 검찰은 “(떼절도 행각은)전국적인 현상이다. 한차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다른 지역에서 유사범죄를 저지른 이들과 공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다른 시, 주, 연방수사당국들과 합동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연시에는 각종 범죄들이 증가합니다. 특히 강절도 피해가 많은 시기죠. 업주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주의해야 합니다. 뉴스레터 지난호에서도 소개해드렸듯 LA에서는 최근 미행강도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고급차량 운전자를 뒤쫓아 집까지 따라가서 주택을 터는 수법이죠. 전염병으로 뒤숭숭해진 세상은 점점 더 흉포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