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전 참사가 미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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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붕괴참사 #제발 살아만…

지난 24일 발생한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12층 콘도 붕괴 참사가 28일로 사고 닷새째를 맞았습니다. 이번 사고는 26년 전인 1995년 6월29일 무너진 한국 서초동 삼풍백화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화창한 6월, 부유한 동네 한복판에 있는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죠. 국가적 재난이었던 삼풍 붕괴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한인들로선 미국 바닷가의 고급 콘도 붕괴사고가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사고 직후 소식을 짤막하게 전해드렸었는데요. 주말을 넘긴 현재까지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사고가 언제 어디서 난 거야?

사고는 24일 새벽 1시30분쯤 발생했습니다. 마이애미 인근 서프사이드(Sufside)라는 해변가 동네의 12층 콘도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Champlain Towers South)’의 일부가 붕괴했죠. 위의 사진의 빨간색 선으로 그려진 건물이 붕괴한 부분입니다. 136가구 중 55가구가 파손됐습니다. 사고 직후 건물 잔해에 깔린 2명을 포함해 주민 35명이 구조됐지만 그 이후 닷새가 지난 지금까지 구조된 생존자는 없습니다. 28일 오전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사망자는 11명으로 늘었습니다. 151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구조 작업 어떻게 하고 있어?

300명 이상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돼 있다고 합니다. 8~10명씩 팀을 꾸려 한번에 80명씩 교대로 24시간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9ㆍ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투입됐던 전문가들을 비롯해 이스라엘, 멕시코의 구조팀도 합류했고요. 중장비와 카메라, 탐지견 등을 동원하고 무엇보다 나사에서 개발한 탐지기로 생존자 흔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서류가방 크기의 이 탐지기는 8인치 두께의 콘크리트 아래 사람의 호흡과 심장 박동 소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수색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조 요청이나 사람이 내는 소리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아직까지 생존자 구조 소식이 없는 거야? 구조작업 더 빨리 해야하는 거 아냐?

사고 닷새째가 되도록 구조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생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밤을 새면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죠. 늑장 구조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현장 담당자들과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뭔데?

먼저 사고 직후 날씨가 좋지 않았습니다. 번개를 동반한 폭풍이 계속되면서 구조를 2~3차례 중단해야만 했죠. 무엇보다 위험한 건 사고 현장 상황입니다. 잔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유독화학물질은 가장 위험한 장애물입니다. 혹시 불꽃 하나라도 튀면 자칫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또, 잔해들을 치우다가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 2차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건물 잔해 아래로 진입하는 것도 난제입니다. 상수도가 터지면서 진흙이 허리까지 올라오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 지난 27일에는 잔해를 살펴보던 구조대원 한명이 25피트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9ㆍ11 테러 당시 현장 구조에 참가했던 뉴욕소방국의 조셉 파이퍼 전 대테러담당국장은 붕괴 사고의 구조 작업을 “(구조대원의) 안전과 공격적인 구조작업 사이의 어려운 결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직까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있는거야?

구조당국은 잔해 아래 빈공간, ‘에어포켓’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에어포켓을 따라가면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아직까지 발견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만, 구조반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삼풍 참사 당시 마지막 생존자인 박승현(사고 당시 20세)씨는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긴 고립 상태에서 17일 만에 구조됐습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제발 기적이 나오길 바랍니다.

수색 작업 언제까지 계속돼?

언론들은 2019년 10월12일 뉴올리언스의 18층짜리 하드록호텔 건축 현장 붕괴사고를 예로 들고 있는데요. 당시 현장에서 인부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죠. 실종자 수색은 며칠만에 중단했지만 마지막 실종자의 시신을 사고 10개월만인 2020년 8월 수습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수색은 계속된다는 뜻이죠. 서프사이드의 찰스 버켓 시장은 현장의 수색 작업이 인명 구조에서 복구·수습으로 전환됐느냐는 물음에 “무기한의 구조 작업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고 원인 도대체 뭐야?

현재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정확한 원인 분석이 나올때까지 앞으로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른다고 합니다. 붕괴한 콘도 건물은 1981년 완공됐는데요. 무너진 원인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고도 인재라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죠.
현재까지 나온 가설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구조적 결함에 의한 건물 아래층부터의 붕괴’입니다. 위에서 보여드렸던 붕괴 전 건물의 사진에서 왼편의 수영장이 보이실 겁니다. 이 수영장 상판 아래의 구조 기둥 또는 콘크리트 슬래브가 먼저 수영장 밑 지하 주차장 쪽으로 무너져 내렸고, 이 때문에 아파트 전체 건물 중에서 수영장 상판과 연결된 아파트 중앙 부분 아래에 큰 구멍이 생겨 결국 함몰됐다는 가설이죠.
실제 붕괴 당시 찍힌 영상을 보면 ‘기역(ㄱ)’ 자 형태로 생긴 아파트 전체 건물에서 먼저 중앙 연결 부분이 무너져 내리고 나서 수초 뒤, 남아 있던 양쪽 건물 부분 가운데 한쪽마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붕괴 당시 CCTV 동영상 보기

어떻게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져? 전조가 없었어?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해당 콘도는 3년 전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진단받았지만 당시 주민들은 건물 상태가 양호하다고 통지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2018년 이 건물을 점검한 업체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아파트에 심각한 구조적 손상이 있다고 진단했다고 합니다. 이 업체의 보고서는 특히 야외 수영장을 둘러싼 상판(deck) 아래 방수제에 하자가 있어서 그 밑 콘크리트 슬래브가 손상됐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방수제를 조만간 교체하지 않으면 콘크리트 부식이 상당히 진행될 것이라고도 했죠. 그런데도 한 달 후 열린 아파트 주민위원회에서 감독관 로스 프리토는 “건축기사 보고서를 검토했다”면서 주민들에게 “건물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또 있어?

콘도가 위치한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에서는 건물이 완공후 40년이 도래했을 때 또는 그 이후 10년마다 당국으로부터 안전성 재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사고 콘도도 올해 건축 40년 차를 맞아 재인증 검사를 앞두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좀 더 빨리 검사가 진행됐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겠죠.
이 때문에 인근 해변도시들은 건물 안전 강화 조치를 마련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사고 콘도가 있는 서프사이드 북쪽 도시인 서니 아일스 비치는 28일  “40년이 지났거나 막 40년 재인증을 거친 59개 건물에 대한 점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사고 조사 어떻게 돼?

표준기술연구소(NIST)가 28일 붕괴 참사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NIST는 상무부 산하 기관으로, 주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연방 기관이 공식적인 개입을 시작한 것이죠. NIST의 현장 조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 정부의 모든 지원을 명령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철저한 조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점입니다. NIST는 2001년 9·11 사태 등 단 4건의 공식 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과거 예비 조사는 지진, 화재, 폭풍 같은 자연재해나 테러 공격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NIST가 이번 사고처럼 순수한 건물 붕괴를 다뤄본 적이 없어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죠.

참사 사고가 터질 때마다 피해자 가족들의 소식은 정말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입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이 오래 남기 때문이죠. 그중 한가지만 소개합니다. 27일 발견된 4구의 시신중 한명은 26세 루이스 버뮤데스씨였습니다. 아들을 자신의 이름과 똑같이 지은 아버지 루이스씨는 아들의 사망소식에 페이스북에 이런글을 올렸습니다.
아들아, 하나님께서 하늘에 천사 한명을 더 두기로 결정하셨나보다. 아직 난 믿을 수가 없구나.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한다. 내 아들 루이스야 넌 내 전부였다.
희망이 들려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