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마일 휩쓴 괴물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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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최다 토네이도 발생지 #미국 #왜

지난 주말 켄터키주를 비롯해 중부 8개주에 최소 50여개의 토네이도가 강타했습니다. 사망자는 최소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100년만에 최악의 피해라고 합니다. 통상 겨울에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토네이도가 수십여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주를 덮친 이유중 하나로 기후 변화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번 재해 피해 현황을 비롯한 관련 소식과 토네이도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들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먼저, 토네이도가 뭐야? 소용돌이 바람아닌가?

맞습니다. 뇌우를 뜻하는 스패니시의 ‘트로나다(tronada)’가 어원입니다. 1996년 개봉된 영화 제목으로 잘 알려진 ‘트위스터(twister)’가 별명이죠. 기둥 혹은 깔때기 모양의 강력한 회오리 바람을 뜻하는데요. 기상학 용어로는 스파우트(spout), 우리말로 용오름이라고 합니다. 저기압 중심부를 향해 빠르게 회전하는데 중심부의 순간 풍속이 초당 330~650피트로 무시무시합니다. 도는 방향은 북반부에선 시계 반대쪽으로 남반부에선 시계 방향쪽으로 관측됩니다. 회오리 기둥의 지름은 대체로 650피트 정도되는데요. 2마일이 넘는 것도 있었습니다. 평균 속도는 시속 185~500마일입니다. 1931년 미네소타주에서는 117명을 실은 83t 객차를 휘감아 올렸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위력이 큽니다. 그러니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것 처럼 주인공이 기둥에 몸을 묶어 토네이도속에서 버틴다는 건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죠.

이번 재해 언제 어디서 발생한거야?

CNN의 기상당국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자정무렵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최소 50개의 토네이도가 켄터키를 비롯해 아칸소,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시피, 미주리, 오하이오, 테네시 등 8개주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가장 큰 피해는 켄터키주에서 발생했는데요. 13일 오전 현재 전체 사망자 100여명중 최소 64명이 켄터키주에서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날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는 브리핑에서 “최소 105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망자수는 의심의 여지 없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켄터키주를 덮친 토네이도의 동영상은 무시무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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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켄터키주 피해가 컸던 거야?

‘괴물 토네이도’로 불릴 만큼 큰 토네이도가 발생했기 때문이죠. 초대형 토네이도는 무려 227마일을 횡단하면서 가옥 수백채, 관공서, 공장 등을 집어삼켰다고 합니다. 최소 18개 카운티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불행중 다행스러운 소식도 들렸습니다. 인구 약 1만 명의 켄터키 메이필드시에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4시간 가동 중이던 양초 공장이 토네이도에 무너졌는데요. 사고가 일어난 오후 9시 30분쯤 110명의 근로자가 공장 안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94명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돼 인명 피해 규모가 애초 우려보다 줄었습니다. 인명 피해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지역의 수만 명의 주민들은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에서 수주를 보내야 할것으로 보입니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사회 기반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 물 저장고가 사라졌고, 천연가스도 전혀 없다. 기댈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정말 생존이 문제”라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한인들은 없어?

캔터키주에는 한인이 3000명 이상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직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한나 켄터키주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한인 피해는 없다”며 “피해가 집중된 인구 1만 명의 소도시 메이필드 지역에는 교민이 없고, 인접한 테네시주 경계 지역에 교민들이 살고 있는데 파악된 피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메이필드 피해 현장을 차로 둘러본 윤 회장은 “마을이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마치 전쟁터 같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피해가 막심하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다른 지역 피해 상황은 어때?

일리노이주 북동부 에드워즈빌에서는 아마존의 물류센터 창고가 무너져 최소 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물류센터는 4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크기로, 축구장 한 개 규모의 벽과 지붕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망·실종자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너진 지붕 잔해 밑에 수많은 사람이 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고 당시 근로자 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인명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근무중인 직원 기록이 없다는 게 말이돼?

당초 아마존 물류 창고 측은 사고 당시 근무자가 190여명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6명, 생존자는 45명이라는 게 공식 발표입니다. 하지만 당시 근로자 상당수가 상주 직원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인명 피해 규모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감춰졌던 아마존의 부실한 인력관리와 열악한 노동 환경이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력 관리가 어땟길래?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결국 아마존의 허술한 인력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계약직 고용으로 물류 창고를 운영하면서 이들의 근무 시스템은 나 몰라라 했다는 지적이죠. NYT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8년부터 비용 절감을 위해 배송 업체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배송을 확대하면서 계약직 인력으로 이를 꾸렸다고 합니다. 25만 명에 달하는 계약직 직원들은 물류 창고와 각 지역 소규모 배송 기지를 오가며 상품을 배달했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물류 창고의 정규직 직원은 7명, 나머지는 모두 계약직이었습니다.

계약직이 많은게 무슨 문제야?

문제는 이렇게 뽑은 계약직 직원들의 근무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인원이 워낙 많고 배송기사들의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의 물류창고 입·출입 시간은 기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사고 당일 물류 창고를 오간 배송기사들의 생존 여부를 알 수 없는 것이죠. 여기에 크리스마스와 연말 배송 수요를 높이기 위해 단기 계약 직원까지 추가 고용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또 아마존이 작업장에서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업무의 효율성을 이유로 업무 시간에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는데, 생존자들은 이 규정 때문에 화를 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 대책은 뭐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즉각적인 연방 자원 투입을 지시했습니다. 또 최대 피해 지역인 켄터키주에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죠. 바이든 대통령은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번에 발생한 토네이도가 역사상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연방 정부는 도움이 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연방 차원의 지원을 재차 약속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가 이번 토네이도같이 기상 체계를 더욱 극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이라는 것이죠.

기후 변화가 주범이라니?

토네이도의 발생 원리부터 설명드려야 합니다.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특이한 기상 조합이 필요합니다. 지면 근처에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대기 위쪽에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있어야 하죠. 이 두 바람이 만나면 강력한 공기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요. 이를 ‘수퍼셀(supercell)’이라고 하는데, 토네이도의 씨앗이 됩니다. 이 두 바람이 지나가면 중간부분에서 빙빙 도는 수평회오리가 만들어지고 이 회오리가 상승기류를 만나면 위로 솟구치면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게 되죠. 이 상승 기류의 일부분이 지표면에 닿는 현상이 토네이도입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200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데요 전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왜 미국에서 많이 생겨?

토네이도 발생 조합을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토네이도 길목(alley)’이라고 불리는 텍사스주 중부지역에서 네브래스카주에 이르는 중부 대평원입니다. 로키산맥을 건너온 차갑고 건조한 북서풍과 멕시코 만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남동풍이 광활한 평원에서 부딫히면서 예측불가능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기후 변화와 무슨 상관인 건데?

말씀드렸듯 토네이도가 만들어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은 지표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입니다. 통상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지 않죠. 그런데 이번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직전 남부지역에서는 12월인데도 70∼80도의 늦봄,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 고온 현상이 관측됐습니다. 이런 따뜻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한랭전선과 만나면서 문제가 커진 겁니다. 이상고온이 때아닌 겨울철 대재앙을 초래했다는 분석이죠. 지난 9일 기초과학연구원(IBS)과 미국 국립 대기연구센터 복합지구시스템모델 그룹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80년 후의 지구 기상’을 예측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걸 전제로 2100년대 지구 평균 온도는 2000년과 비교해 4℃ 증가하고 강수량은 6%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겨울 토네이도도 기상이변이 아닌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