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무기 보유국은 9개국, 북한도 40~50개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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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떠났습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해 윤 대통령은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엔피티(NPT, 핵확산금지조약)를 존중하는 의무가 있다.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효력이 바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선언에 포함된 확장억제의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을 포괄하는 한미 핵 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설립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도 엔시지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저는 워싱턴 선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발언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연설한 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의 대담에서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그런 선언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부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보유하는 것을 국제사회에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며 “저는 북한 핵 보유와 북한의 핵 문제를 비핵화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군축으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리고 북한의 핵 문제는 핵을 사용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날지를 분명히 인식시킴으로서 핵 사용을 저지하는 것이 일단 북핵에 대한 대응”이라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독자 핵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북한의 핵은 인정하지 않지만 만약 핵을 사용한다면 북한도 핵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똑개비 뉴스 240호에서는 핵 문제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핵 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어디이고 얼마나 많은 핵 무기를 가지고 있는 지 등을 살펴봅니다.

핵 무기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은 이 새로운 무기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는 나라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기술과 비밀은 곧 다른 나라로 퍼져나갑니다. 미국은 1945년 7월 지구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핵 폭탄 실험에 성공합니다. 이어 8월에는 이 핵 폭탄을 바로 실전에 투입합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원자폭탄을 투하합니다. 그리고 4년 뒤 당시 소련 연방에서 핵 폭탄 실험에 성공하고 영국(1952), 프랑스(1960), 중국(1964)이 순차적으로 핵 폭탄 실험을 하게 됩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핵 무기를 개발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핵 무기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게 됩니다. 그래서 1968년 미국을 중심으로 미국의 생각에 동참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핵확산 금지조약(NPT)’을 만듭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1996년에는’포괄적 핵 실험 금지 조약(CTBT)’까지 만들어 다른 나라의 핵 실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나라들이 이런 조약에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와 이스라엘,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NPT에 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1991년 페르시아만 걸프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사담 후세인 대통령 통치 시절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도 했구요. 북한은 NPT에 참여했다가 2003년 1월 이 조약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하고 본격적인 핵 무기 개발에 나섭니다. 이후 거듭된 기술 개발과 실험이 성공하면서 북한은 현재 핵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40~50개의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란과 리비아는 NPT 조약을 위반하면서 비밀리에 핵 활동에 나섰고 시리아도 그렇게 한 것으로 같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핵을 확산시키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에 더 많은 나라가 핵 무기로 무장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어 나름 긍정적인 효과는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 연방(지금은 러시아)은 이미 수천에서 수만 개에 달하는 핵 무기를 쌓아 놓은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개발이나 생산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1970년대 들어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들은 상호 무기 감축 협상에 나서고 이후에는 여기에 핵 무기의 크기나 개수를 줄이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은 1357개, 러시아는 1456개의 전략적 핵 무기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두 나라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각국의 전략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별도의 제재가 없는 전술 핵 무기까지 따지면 핵 무기 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대략적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의 핵 탄두 수를 모두 합치면 1만 3080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가장 많은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입니다. 1458개의 전략 핵 탄두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4497개의 핵 탄두는 이미 생산돼 보관하고 있고, 1760개의 핵 탄두는 퇴역해 해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합하면 러시아는6257개의 핵 무기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은 1389개의 전략 핵 탄두를 배치하고 있고 3750개의 핵 탄두는 저장하고 있습니다. 또 해체를 기다리는 퇴역 핵 탄두는 1800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을 모두 더하면 미국은 5550개의 핵 무기를 보유한 것입니다.
전 세계 핵 무기의 90% 이상을 러시아와 미국이 보유
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중국의 핵 무장이 급격히 빨라지는 분위기입니다. 2020년,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 탄두가 200개 초반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향후 10년 안에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요. 그런데 이미 2023년 현재 중국이 가진 핵 탄두 수가 400개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3번째로 많은 핵 무기를 보유한 나라
, 3대 핵 보유국에 올랐습니다.
핵무기를 양산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합니다.
그 다음이 프랑스로 290개, 영국 225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과 인도
는 각각 165개와 156개를 가지고 있고 이스라엘도 90개의 핵 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하거나 없다고 부인하지 않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스라엘이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정 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핵 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40~50개 전후의 핵무기를 생산해 언제든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략히 다시 정리하면 미국과 러시아가 세계 핵 무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이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핵 무기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미국과 러시아가 가장 많은 핵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나라의 핵 개발을 억제하려 하고 있지만 중국과 같은 나라에는 전혀 영향력이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뉴스타트(New START) 협정은 전략 무기에만 해당한다는 점 입니다. 단거리, 전술적 핵 무기는 협정 내용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핵 무기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