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 근면” 차별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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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기 #다(섯가지) #알(아야할) #기(사)

①“당신과 당신네들 축하”

한인 최초로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된 루시 고(한국명 고혜란ㆍ53) 판사의 인준 청문회가 7일 미국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한인 첫 연방항소법원 판사라는 상징적 의미나 그의 자질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상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이자 최고령 상원의원인 척 그래슬리(88)가 고 판사에게 지명을 축하한다면서 건넨 발언 때문입니다. 본인은 칭찬할 의도로 한 말이지만 한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을 받았죠. 먼저 문제의 발언을 보시죠.
“고 판사가 말한 본인의 한인으로서의 배경을 들어보니 올해 45세인 내 한인 며느리가 나한테 한 말이 떠오른다. 며느리가 말하길 ‘제가 한인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근면한 직업 윤리(work ethic)입니다. 그리고 가진 것 없이도 어떻게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었는지였죠’라고 했다. 그래서 당신과 당신네 사람들(you and your people)에게 축하를 건넨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언뜻 별 문제없는 발언으로 들리지만 영어의 ‘어감’을 이해하면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주요 언론들은 2가지 표현을 지적했습니다. ‘직업 윤리(work ethic)’와 ‘당신과 당신네 사람들(you and your people)’이죠. 소위 ‘한국인들은 근면성실하다’는 말은 자칫 인종차별을 부를 수 있습니다. 요즘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모범 소수민족(model minority’이라는 개념인데요. 특정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은 칭찬이든 비방이든 인종 간에 분열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차별이 정당화되는 생각의 씨앗이 될 수 있죠. 즉, ‘아시안=성실’, ‘흑인ㆍ라틴계=게으름’이라는 잘못된 방정식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그래슬리 의원은 ‘당신네들’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고 판사는 워싱턴 DC에서 태어난 2세입니다. 미시시피와 오클라호마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미국인’으로 자란 고 판사에게 마치 한국에서 갓 온 이민 1세가 거둔 성공을 칭찬하듯 한 것으로 들립니다. 잘못된 고정관념을 백인이자 사회 지도층 인사가 언급한다면 마치 본인이 나라의 주인인 양 소수민족들을 평가하는 거만함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CNN은 그래슬리 의원의 발언을 이렇게 평했습니다. ‘민망하고(cringeworthy), 모욕적이며(insulting), 아둔하다(obtuse)

②한인 최초 연방검사장의 해고 비화

한인 첫 연방검사장인 비제이 박(한국명 박병진ㆍ47)이 지난 1월 돌연 사임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었습니다. 그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한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7일 공개됐습니다. 이날 상원법사위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드러난 사실인데요.
여기에는 박 전 검사장의 사임 과정이 별도로 소개돼 있습니다. 당시는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가 최대 경합주인 조지아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같은 당 소속이던 주지사, 주 국무장관이 이를 반박하면서 큰 마찰이 빚어진 시점이었습니다. 법사위 보고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박 전 검사장의 사임을 강요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검사장은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부정선거 여부를 수사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박 전 검사장을 ‘네버 트럼퍼(Never Trumper·트럼프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라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또 1월 3일 백악관 회의에서 제프리 로즌 당시 법무장관 대행, 리처드 도너휴 당시 법무부 부장관 대행에게 박 전 검사장을 해임하고 싶다고 말했죠. 도너휴 대행은 해임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하면서도 박 전 검사장이 이미 그 다음날 사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었는데요.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그러졌고, 박 전 검사장이 그 다음날 사직한다면 먼저 해임하지는 않겠다는 데 동의했다고 합니다. 도너휴 대행은 당일 밤 박 전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전한 뒤 조용히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얘기해줬습니다. 박 전 검사장은 1월 4일 아침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③LA한인식당 “백신 안맞으면 입장 불가”

LA시가 결국 공공장소 입장시 백신 접종 증명 제출 의무화 조치를 시행합니다. 6일 시의회는 식당·영화관·체육관·박물관·미용실 등 각종 실내 영업장에 입장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제시를 의무화한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예외조항은 있습니다. 질환 때문에 백신을 맞을 수 없거나, 백신에 반대하는 종교 교리에 대한 신념이 두터운 사람은 접종 증명서 대신 해당 장소 입장 72시간 전 코로나19 음성결과를 대신 제출해야 합니다. 또 마켓 등 식료품점과 약국 등 필수 사업장은 접종 증명서 제출 장소에서 제외됐습니다. 예외가 있긴 합니다만, 업주들 입장에선 걱정되는 소식입니다. 일단 미접종 손님들이 찾지 않을 수 있고, 또 접종 증명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죠.
시행은 11월4일부터라고 합니다.

④뉴욕 시장의 갑질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딸의 이사와 아들의 통학을 돕는 일에 경찰 경호 인력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뉴욕시 조사국(DOI)이 7일 공개한 47페이지짜리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장 경호팀 소속 경찰관들과 경찰 승합차가 더블라지오 시장의 딸 키아라가 브루클린의 아파트에서 시장 관저인 ‘그레이시 맨션’으로 이사하는 것을 돕는 데 투입됐습니다. 경호팀원들이 더블라지오 시장의 아들 단테이를 뉴욕시에서 코네티컷주 소재 예일대까지 차로 데려다준 사실도 드러났죠. 또 2019년 대선 경선에 도전한 더블라지오 시장의 선거유세 경호에 뉴욕시가 32만 달러를 지출했으나, 더블라지오 시장 측은 시정과 무관하게 사용한 이 돈을 아직 갚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거릿 가넷 DOI 국장은 더블라지오 시장 가족에 대한 경찰의 경호 지원이 “컨시어지 서비스(호텔에서 제공하는 고객서비스)나 다름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⑤3만불짜리 자전거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자전거 제조업체와 협업해 고가의 자전거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루이뷔통은 프랑스 자전거 업체 ‘메종 땅보이트 파리’와 함께 ‘LV 자전거’를 출시했는데요. 프레임과 가죽 안장, 체인 등에 루이뷔통 모노그램(두개 이상의 글자를 조합한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을 입혔습니다.
현재 미국에선 6가지 색상이 판매중인데요. 가격은 웬만한 자동차 값보다 비싼 2만8900달러입니다.
패션 브랜드 MCM 역시 이달 초 독일 자전거 브랜드 ‘어반(URWAHN)’과 손잡고 전기 자전거를 내놨습니다. 프레임, 앞 바구니, 손잡이에 MCM 로고가 새겨진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50대만 생산하는 이 자전거 가격은 1만1000달러입니다.
패딩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르도 덴마크 자전거 제조사 ‘메이트바이크’(MATE.BIKE)와 손잡고 접이식 자전거를 연내 출시할 예정인데요. 1000대 한정 제작되는 자전거 값은 3000달러선입니다.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자전거를 출시하는 것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산책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합니다. 이제 자전거 타는데도 빈부차가 커질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