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부스터 맞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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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확진수 아닌 중증도

연말 연휴 시즌을 맞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일주일 기준 일평균 신규 환자가 13만 명을 넘었습니다. 지난 9월22일 이후 3개월 만에 최다 수치입니다. 지난 주말 정치인들이 감염되거나 사망했다는 뉴스가 잇따랐습니다. 일상생활 전반도 다시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계획됐던 연말 대형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다시 시행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두고 “(코로나19 백신이 없던) 지난해로 다시 되돌아 간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기세가 무섭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관련 소식들 정리했습니다.

현재 상황 심각해?

20일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하루 평균 신규 환자가 전주 대비 10% 늘어난 13만499명을 기록했습니다. 또 보건부 집계 기준 전체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거의 80% 수준으로 상승했고 중환자 5명 중 1명은 코로나 환자로 확인됐죠. 오미크론 감염 사례는 45개 주와 워싱턴DC,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번져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주는 인디애나, 오클라호마,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몬태나 등 5개 주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 미국 내 신규 확진자 가운데 73%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습니다. CDC는 “오미크론 변이가 이제 미국에서 코로나19의 지배종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달 1일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확진자가 처음 보고된 이후 19일만에 지배종이 된거죠.

올해 연말은 숨통 좀 트이나 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각 지역마다 방역 수칙을 다시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욕주가 심각한데요. 지난 17일 하루 확진자는 2만1444명(월드오미터 기준)으로, 역대 뉴욕주의 하루 확진자 중 가장 많습니다. 지난달 뉴욕주는 타임스스퀘어 신년 축하행사를 백신접종자들에게만이라도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행사 개최 여부를 다시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공연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LA에서도 대면 신년 맞이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LA타임스는 20일 LA 다운타운 그랜드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오프라인 행사가 온라인 행사로 전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LA 카운티에서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일일 신규 환자가 나왔습니다. 19일 기준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3512명으로, 일주일 전(1460명)과 비교해 140% 폭증했습니다.

그나마 방학이니 학교에 영향은 좀 덜하겠네.

겨울방학을 앞두고 방역이 강화되고 있으니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서운해 할만한 소식이 있습니다. 올해에도 산타할아버지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산타클로스 품귀 현상’ 때문이라는데요. 각종 축제나 행사에서 훈련된 산타를 연결해 주는 ‘하이어 산타’의 대표인 미치 앨런은 올해 335명의 산타가 코로나19 등의 원인으로 사망했다며 “올해 회사에서 연결해 줄 수 있는 산타는 이전보다 10% 줄었다”고 CNN에 말했습니다. 콜로라도주에서 40년 가까이 산타 학교를 운영 중인 수센 메스코는 코로나19의 위험으로 산타 학교 입학생은 크게 줄어들고 기존에 훈련받은 산타들도 그만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NN은 산타 평균 나이는 60세, 몸무게는 248파운드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취약계층이라며 올해가 산타들에게는 비극적인 한해였다고 보도했죠.

감염된 의원들도 있다고?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72·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코리 부커(52·뉴저지) 상원의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1ㆍ2차 접종에 부스터샷까지 맞은 ‘돌파 감염’ 사례라고 합니다. 다행히 두 의원 모두 약한 증상만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부커 의원은 “증세는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두 차례 백신 접종과 최근 부스터를 맞은 것이 감사할 뿐”이라며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면 상태가 훨씬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내 유미 호건 여사가 한인 여성이어서 별명이 ‘한국 사위’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20일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나는 백신을 맞았고 부스터샷도 맞았다. 지금으로선 괜찮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5년 림프종 암으로 투병했고 올해 초에는 얼굴과 어깨에서 초기 편평세포암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합니다.

사망한 의원은 누구야?

백신 의무화 지침을 비판해온 공화당 소속의 더그 에릭슨(52)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숨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9일 보도했습니다. 유족은 성명을 내고 에릭슨 의원의 사망을 발표했고 정확한 사인과 사망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에릭슨 의원은 지난달 엘살바도르를 방문했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죠. 당시 그는 동료 의원들에게 코로나19 치료제를 구할 수 있는지 문의했고 엘살바도르에서 플로리다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에릭슨 의원의 증상과 투병 경과, 백신 접종 여부 등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AP 통신은 에릭슨 의원에 대해 “워싱턴 주 정부의 백신 의무화 지침을 거침없이 비판해온 확고한 보수주의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였다”며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 보장을 명문화한 법안도 발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나라들 사정은 어때

유럽은 살얼음판입니다. 인구 6700만의 영국에서는 19일 하루 동안에만 8만288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 등에서는 1만~2만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들 국가의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는 작년 초 코로나19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우려됩니다. 해당 국가들은 속속 방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가 주목됩니다.

왜?

19일 크리스마스를 약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유럽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봉쇄 회귀를 선언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우선 내달 14일까지 바, 레스토랑, 비필수 상점, 영화관, 체육관이 문을 닫습니다. 크리스마스 이후엔 가정에 초대할 수 있는 인원도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듭니다.

다른 유럽국가들은? 

영국도 전면 봉쇄를 검토하고 있죠. 일단 크리스마스 이후 2주간 ‘서킷 브레이커’ 발동을 고민중입니다. 서킷 브레이커는 업무 목적을 제외한 실내 만남을 금지하고 펍과 레스토랑은 2주 동안 야외 서비스만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 봉쇄 조치입니다. 프랑스는 새해맞이 불꽃놀이 등 여러 행사와 모임들이 금지되고 노상 음주도 규제할 방침입니다. 이 밖에 덴마크도 극장, 공연장, 놀이공원, 박물관을 폐쇄했고, 아일랜드에서는 저녁 8시 이후 술집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아참, 베이징올림픽에 영향은 없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월4일 열릴 예정인데요. 중국 당국의 우려가 큽니다. 일단 중국 정부는 신정 연휴(1월 1∼3일)를 앞두고 엄격한 이동 통제에 나섰습니다. 모든 지역에서 48시간 이내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야 기차에 탑승할 수 있죠. 또 올림픽 개최기간과 겹치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 설·1월 31일∼2월 6일)에도 여행제한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내년 3월 15일까지 단체관광을 규제하는 ‘관광단 방역 강화 통지’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중·고위험지구 성의 여행사들은 다른 성으로 가는 단체관광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합니다.

듣다보니 궁금증이 생겨. 왜 또 전세계에서 확산하는 거야?

전문가들은 최근의 이런 대유행 원인으로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적 특색뿐만 아니라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도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미크론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매우 전염력이 강하다. 매일 수십만 명, 어쩌면 100만 명의 확진자가 새로 생길지 모른다”며 “증상이 세지 않아도 사람들은 병원에 몰리는데, 병원들은 이미 델타 변이 감염자들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현장이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백신 효과 있긴 한 거야?

여러차례 말씀드렸듯 백신은 불완전합니다. 독감주사를 접종했다고 독감을 완벽하게 예방하지 못하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중증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 각국에서 발표되고 있죠. 앞서 말씀드렸던 감염 의원들 사례에서도 예방 효과는 확인됩니다. 백신을 접종한 의원 2명은 증상이 경비하다고  한 반면, 접종하지 않은 의원은 사망했죠. 지난 주말엔 흥미로운 뉴스가 보도됐는데요. 백신을 접종할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 한 정치인이 부스터샷까지 맞았다는 점입니다.

누군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에서 열린 집회에서 부스터 샷 접종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집회에선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빌 오라일리가 사회자로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개 인터뷰를 했는데요. 마이크를 잡은 오라일리가 “트럼프와 나는 모두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히자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부스터 샷도 접종했느냐”는 오라일리의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렇다”고 답하자 청중의 야유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청중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다. 이들이 야유를 보낸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스터 샷까지 접종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인터뷰에서 부스터 샷 접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었죠. 그는 퇴임 전에는 백신을 몰래 접종해, 접종 장면을 언론에 공개한 바이든 대통령과 대비되기도 했습니다.
부스터샷을 맞았다고 밝힌 짧은 동영상 보시죠.
동영상 보기

참네, 안 맞겠다고 말을 하지 말던가. 그런데 백신중에선 ‘물백신’도 있다고 하던데?

백신마다 효능 격차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제외한 나머지 코로나19 백신은 오미크론 변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19일 발표됐습니다. 비mRNA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존슨앤존슨), 중국·러시아 백신을 말하는데요. 영국 연구에 따르면 AZ는 백신 접종 6개월이 지나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면역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1회 접종으로 기본 접종이 끝나는 얀센도 오미크론 변이에는 유의미한 효능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 중국산 시노팜·시노백, 러시아 스푸트니크V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면역 효과가 거의 없거나 효능이 저조하다고 합니다. 반면에 mRNA 백신 효과는 긍정적입니다. 앞서 화이자는 자사 코로나19 백신으로 부스터샷을 맞으면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2회 접종 때보다 25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었죠.

그런데 왜 감염자마다 중증도가 달라?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가운데 중증이나 위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10% 내지 20%이고 나머지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다 회복된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예일대 과학자들이 일부 밝혀냈는데요. 코로나19의 병세가 나빠지는 건 감염 초기와 후기의 면역 반응이 조화롭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앓고 끝내려면 감염 초기의 강한 면역 반응이 꼭 필요한데요. 반대로 감염 후반에 강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어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분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코를 통해 생쥐에 감염시킨 뒤 경과를 추적했습니다. 감염된 생쥐들에겐 폐 손상, 체중 감소, 강하고 지속적인 염증 반응 등 중증 환자와 동일한 증상이 나타났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식별하는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ies)’도 감염 직후 투여했을 때만 효과가 있고, 감염 후반엔 증상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계 염증 억제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은 감염 초기에 투여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바이러스 퇴치에 꼭 필요한 초기 면역 반응을 덱사메타손이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염 후반에 덱사메타손을 투여하면 이미 기관을 손상하기 시작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감염 초기의 강한 면역 반응은 코로나19 환자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감염 후반의 강한 면역 반응은 오히려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죠.

연휴 확산 막을 대책 발표 나올까?

상황이 심상치않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21일)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합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맞선 정부의 노력에 대해 연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의 초점을 확진자 수에서 중증 환자 수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18일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은 정부에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최근 하비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문제는 확진자가 아니라 중증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CNN은 “지난 2년간 팬데믹의 확산과 완화를 가르는 기준으로 집중적 관심을 받아온 확진자 수에서 중증 환자 수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는 일은 험난한 과제로 판명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