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이 105%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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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복 #부정투표 #사실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현재까지 4개주에서 대선 불복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근거는 부정선거와 우편투표 사기 의혹들입니다. 한인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 의혹들을 접하셨을 텐데요. 사실 여부를 떠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통상 부정선거 의혹은 대통령 집권당이 아니라 야당에서 제기하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이번 대선의 부정선거 의혹들은 거의 전부 대통령과 지지자들, 공화당 진영에서 나온 주장입니다. 가장 많이 확산한 의혹들의 사실 여부를 팩트체크를 통해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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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바이든에 10만 표 갑자기 늘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의혹입니다. 자고일어났더니 바이든 후보에게 갑자기 수십만 표가 몰렸다는 주장이죠. 현재까지 위스콘신, 미시간, 버지니아 등 3개 주 개표를 놓고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류 언론들이 확인한 결과 모두 거짓이거나 사실과 다릅니다.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어?

물론입니다. 먼저 미시간주의 의혹은 오타에서 비롯된 웃지못할 해프닝이었습니다. 선거 다음날인 4일 새벽 미시간주에서 대통령 지지표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바이든 후보에게 13만8339표가 몰렸다는 개표 그래픽이 소셜미디어상에 등장합니다. 션 데이비스라는 사람이 그래픽을 가장 먼저 올렸는데요. 이런 글을 덧붙입니다. “모두가 잠든 사이, 갑자기 13만8339표가 마술처럼 나타났다. 그것도 모두 바이든에게 몰표다. 수상하지 않나?

정말 수상한데?

일견 설득력 있게 들리죠. 그래서 이 주장은 온라인에서 무섭게 확산합니다. 한 블로거는 “대선 결과가 대법원에서 가려져야하는 충분한 이유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했죠. 그런데 의혹을 제기하기 전 반드시 확인했어야 했던 점이 있습니다. 개표 그래픽의 출처였죠. 이 그래픽은 주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닙니다. 

그럼 어딘데?

‘DecisionDeskHQ’라는 민간회사가 올린 그래픽이죠. 그런데 이 그래픽에는 큰 실수가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담당자가 바이든 지지표 1만5317표를 15만3710표라고 0을 하나 더 넣었던 겁니다. 실수 발견부터 수정까지 15분 동안 이 그래픽이 노출됐었는데요, 그 사이에 이미 이 그래픽은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전국으로 퍼지면서 부정투표 의혹의 씨앗이 된 거죠.

위스콘신주 의혹은 뭐야?

이 역시 웃지못할 해프닝이 됐습니다. 선거 이튿날 밀워키시에서 집계된 표중 10만 표가 바이든 후보 지지표로 몰렸죠. 그래서 한 트럼프 지지자는 트위터에 “난데없이 10만 표가 바이든에게 몰렸다”고 의혹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 의혹은 위스콘신주의 개표 방식을 모르고 올린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위스콘신주는 우편투표 결과를 선거 이튿날 새벽 3시전엔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개시엔 모든 우편투표를 다 집계한 뒤 그 결과를 한꺼번에 올리죠. 아시다시피 밀워키는 민주당 텃밭입니다. 그리고 우편투표는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이 선호하죠. AP통신이 팩트체크를 한 결과 총 16만9000개의 우편투표가 한꺼번에 집계됐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경찰 호위하에 법원으로 운반돼 한꺼번에 집계 통계에 더해졌다고 합니다.

 

②투표율 105%?

위스콘신주를 비롯한 8개 주에서 제기된 의혹입니다. 트위터에 올려진 주장은 이렇습니다. “위스콘신주는 등록 유권자수가 312만9000 명인데 323만9920명이 투표했다.”
유권자수보다 투표수가 많다는 주장은 부정선거 의혹을 낳기에 충분합니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수만회가 공유됐죠. 하지만 이 역시 거짓입니다. 등록 유권자 수 312만9000명은 2018년 중간선거 당시 통계입니다. 위스콘신주 선관위에 따르면 11월1일 현재 등록 유권자 수는 368만4726명입니다. 또, 위스콘신주는 선거당일 투표소에서도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등록 유권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2016년 대선 당시 위스콘신에서는 투표한 유권자의 12.7%가 투표소에서 등록했다고 합니다. 

 

③“트럼프 표 수거해 버렸다”

아시다시피 펜실베이니아주는 선거인단 20표가 걸려있어 대선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경합주입니다. 그런데 선거 당일 펜실베이니아주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이리(Erie) 카운티의 투표소 직원이라고 밝힌 세바스찬 마차도라는 사람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때문입니다. “내가 투표소에서 트럼프 지지표 수백 장을 수거해서 버렸다. 2020년 펜실베이니아가 푸른색(민주당 지지 지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죠. 그런데 확인결과 투표소 직원 중에 마차도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카운티선관위는 마차도를 추적해 형사기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④“트럼프 표 불태웠다”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제기한 의혹입니다. 버지니아주의 버지니아비치에서 누군가 트럼프 지지표 80장을 불에 태웠다면서 투표용지가 불타는 동영상을 올렸죠. 그런데 확인 결과 불에 타고 있는 투표용지는 실제 용지가 아니라 샘플입니다. 바코드가 찍히지 않아 표로 인식되지 않죠. 거짓임을 확인한 버지니아주정부는 에릭 트럼프의 트위터에 용지는 샘플이라고 댓글을 올렸고, 에릭 트럼프는 글을 삭제합니다. 하지만 이미 이 동영상은 조회 수 10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확산한 상황이었습니다. 

 

⑤트럼프 지지표만 무효처리?

애리조나와 미시간에서 제기됐죠. 일명 ‘샤피 게이트(Sharpie Gate)’로 불리면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주장은 이렇습니다. 애리조나주 여러 투표소 직원들이 투표하러 온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에게 ‘샤피’ 브랜드의 사인펜을 나눠줬다고 합니다. 샤피 사인펜으로 투표용지에 표기하면 무효표로 처리되는 걸 노린 부정선거라는 의혹이죠. 하지만 이 역시 거짓입니다. 먼저 투표소 직원이 특정성향 지지 유권자들을 가려낼 방법이 없습니다. 트럼프 지지 모자 등 옷차림으로 짐작할 순 있지만 확실하진 않죠. 무엇보다 샤피 사인펜으로 표기해도 유효표로 인식된다고 주 정부가 선거 며칠전부터 공지했다고 합니다.

⑥죽은 사람이 투표?

미시간주에서 사망자 명의로 대량 가짜 투표가 이뤄졌다는 주장입니다. 한가지 예로 거론된 유권자가 메이슨카운티에 사는 1901년생 도나 브리지스라는 할머니입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은 브리지스씨가 3일 투표했다는 증거라며 우편투표 접수용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사실이라면 119세인데 말이 되나, 살아있다 해도 투표는 불가능하다”는 글을 올리죠. 하지만 AP통신은 브리지스씨와 직접 통화해 투표 사실을 확인합니다. 브리지스씨는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증거로 보내왔죠. 트럼프 진영에선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영상과 글들을 타인 명의로 이뤄진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표를 훔치고 있다(#stopthesteal)’는 해시태그를 붙여 퍼트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불복 소송들 정리해줘

대통령이 불법 투표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주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 등 4곳입니다. 위스콘신에선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주의 소송은 개표 중단 요구입니다. 개표 과정에서 공화당 참관인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죠. 이중 미시간주, 조지아주 법원은 대통령의 소송을 각각 기각했습니다. 5일 제기한 네바다 소송 근거는 네바다에 거주하지 않는 최소 1만 명이 불법 투표했다는 주장입니다. 아직 법원 결정이 나지 않았죠. 
가장 중요한 소송은 펜실베이니아주입니다.

왜 펜실베이니아주가 중요해?

이미 대선 전에 연방대법원에 소송이 계류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다른 지역 불복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송은 이 지역 공화당이 제기했는데요. 앞서 주대법원이 우편투표 마감시한을 6일까지로 연장한 판결에 반박해 항소한 소송입니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면 대선 당일인 4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들은 다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항소심의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배럿 판사가 새 대법관이 되면서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절대 우위 구조이기 때문이죠. 

대선 결과 도대체 언제 알 수 있어?

공식결과는 네바다와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주 등 4개 경합주 최종 개표결과에 달려있습니다. 5일 현재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당선에 필요한 과반 270표에 6표 부족한 264표입니다. 4개 경합주중 한 곳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면 이길 수 있죠.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4곳 모두 이겨야 재선에 성공합니다. 이중 선거인단 6표가 걸린 네바다주와 22표가 걸린 펜실베이니아주는 개표 완료가 이번 주말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결국 오늘(6일)까지 지켜봐야 당선자를 알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공식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진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갈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