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는 호구라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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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년 월간지 #특종 #살아있네

애틀란틱(The Atlantic)이라는 163년 역사의 보스턴지역 월간지가 지난 3일 대선 정국에 폭탄 기사를 터트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들을 ‘패배자(losers)’, ‘호구(suckers)’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원문보기
물론 대통령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후폭풍은 큽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에선 참전용사나 퇴역군인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특별합니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군통수권자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장병들을 조롱한 셈이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보도 내용 요약해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1월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에 있던 엔-마른(Aisne-Marne) 미군 묘지 참배를 취소합니다. 당시 공식발표는 ‘우천으로 대통령 안전을 위해 헬기가 뜨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애틀란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빗길에 머리가 헝클어질까봐(hair would become disheveled in the rain)” 참배 일정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일 오전 스태프들과 회의에서 대통령은 “내가 왜 그 묘지에 가야 하나? 패배자들로 가득 찬 곳인데(Why should I go to that cemetery? It’s filled with losers)라고도 했답니다. 엔 마른 묘지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벨로 숲(Belleau Wood) 전투에서 전사한 미 해병대원 1800여 명이 안장돼있는 곳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사자들을 호구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다른 말은 없었어?

애틀란틱은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주자 시절인 2015년 “해군 조종사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베트남전에서 항공기 격추로 포로가 돼 전쟁 영웅이 됐다”며 “사람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해 논란을 빚었었죠.

왜 그런 말들을 했대?

애틀란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왜곡된 역사관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경멸이 이런 발언을 하게 만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말씀 드렸던 벨로 숲 전투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독일의 파리 진출을 막았다는 점에서 미국 역사상 필연적인 전투로 꼽히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 전투에 대해서도 보좌관들에게 “그 전쟁에서 누가 착한 편(good guys)이냐”고 물으면서 당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도 했답니다. 전사자 1800명이 쓸데없는 전쟁으로 죽었다고 해석될 수 있죠.

취재원이 누구야?

해당 기사는 제프리 골드버그 애틀란틱 편집장이 썼어요. 그는 기사에서 당시 상황을 직접 접한(firsthand knowledge) 익명의 내부소식통 4명에게서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당시 방문에 동행했던 수행단 중에 있을 가능성이 크겠죠. (백악관은 고발자 색출하느라 바쁠걸)

 

보도 후 난리 났겠는데?

비난 여론이 들끓었죠. 트위터 등 SNS에는 대통령을 규탄하는 게시물이 쏟아졌죠. 또 참전용사의 권익을 위한 비영리단체도 지독한 발언이라고 비난했어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로서는 정말 참을 수 없는 모욕이기도 했습니다. 2015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도 군복무를 했거든요. 당장 바이든 후보는 “내 아들은 호구가 아니다”고 대통령의 발언을 대놓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에 자식을 보냈던 사람들은 기분이 어떻겠나. 아들을, 딸을, 남편을, 아내를 (전장에서) 잃은 이들은 어떻겠나”고 “역겨운 발언이다.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뭐래?

당연히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죠. 펜실베니아주 유세에서 돌아가는 길에 보도 사실을 안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7분간 서서 조목조목 반박했어요. 기사를 보도한 애틀란틱도 비난했어요. “망해가고 있는 잡지사가 관심을 얻으려 가짜 뉴스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죠. 그런데 갈수록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왜?

CNN, 워싱턴포스트 등 다른 언론들 역시 이 발언들이 사실이었다고 내부 소식통 취재를 통해 확인하면서예요.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이 사실로 보인다고 확인하죠. 그러자 대통령은 폭스뉴스에서 확인 보도를 한 제니퍼 그리핀 기자를 해고해야 한다면서 폭스뉴스는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죠. 논란을 수습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불을 지핀 셈이 됐습니다.

대선에 영향이 커?

트럼프 대통령에겐 큰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방센서스국에 따르면 참전용사 수는 2040만 명입니다. 미국 성인인구의 10%에 달하죠. 전통적으로 전 현직 군인들은 보수성향이 짙습니다. 대선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악재로 엄청난 수의 든든한 아군 표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에요.

앞으로도 파장이 계속될까?

애틀란틱의 골드버그 편집장은 추가 보도가 계속될 거라 예고했어요. 7일 애틀란틱의 데이비드 프럼 기자는 ‘누구나 그게 사실임을 알고 있다(Everyone Knows It’s True)’라는 제목으로 대통령이 참전용사들을 폄하해온 발언과 기록들을 보도했어요.

결론: 아시다시피 기자들은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그들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종종 법원이 개입하기도 하지만 대선 2개월을 남긴 상황에서 해당 취재원이 스스로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이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는 대선 이후에나 확인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