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입이 망설여지는 이유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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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운전을 하다 보면 똑 같은 모양의 차가 길에 너무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모양 뿐만 아니라 색깔도 대부분 흰색인데요. 가끔 다른 색상을 보기도 하지만 절대 다수는 흰색이지 않나 싶습니다. 바로 전기차 테슬라 이야기인데요. 처음 나왔을 때는 기존 차와 다른 모양, 획기적으로 단순하게 만든 대시보드, 그리고 전기차라는 이유로 얼리어댑터의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크게 주목 받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경쟁 차종이 많이 나오고 있고 처음의 참신함이 세월의 흐름 속에 무뎌진 느낌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요. 그만큼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고 일상화됐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최근 남가주는 개스값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 6달러 시대로 다시 접어들면서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졌는데요. 전기차 구매의 장단점과 향후 전망을 두루 살펴보면서 언제쯤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이득을 많이 볼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우선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비싼 개스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경제적 혜택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금 크레딧 혜택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면도 큽니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차량이라는 점은 얼리어댑터나 트렌드세터에게는 매력 포인트죠.
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전기차 구입을 주저하는 분도 많습니다.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을 많이 우려합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관련 기술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비싼 가격을 꼽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각종 세제 혜택에 더해 최근에는 가격 면에서도 개솔린 차량은 비싸지고 오히려 전기차는 점차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이 역시 앞으로도 그렇게 큰 장애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가격 하락 효과가 큰 정부의 세금 크레딧 제공이 언제까지 지속하느냐는 전기차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2개 정도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충전 시간이 여전히 길다는 점입니다.
먼저 충전 가격부터 따져 보면 지금과 같이 개스값이 갤런당 6달러를 넘는 이런 상황에서는 가격이 비싼 급속 충전이라고 해도 절대적으로 전기차 충전 비용이 쌉니다. 충전에는 모두 3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레벨1, 2, 3로 나뉩니다. 레벨1은 AC(교류) 방식으로 120볼트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일반 전기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시간당 3~5마일 정도 갈 수 있는 전력만 충전됩니다. 충전해야 하는 전기차에 20%의 전력만 남았을 경우 BEV(순수 전기차) 방식은 완전 충전까지 30~50시간, PHEV(하이브리드 전기차) 방식은 5~6시간이 걸립니다. 레벨2도 AC 방식으로 208~240볼트 전력을 사용합니다. 집이나 직장, 공공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시간당 10~20마일을 운행할 정도의 전력 충전이 가능합니다. 역시 차에 20%의 전력만 남았을 경우 풀 충전시간은 짧게는 3시간, 길게는 8시간 정도 걸립니다. 레벨 1과 2는 천천히 충전되는 완속 충전 방식인 반면 레벨3는 급속 충전 방식으로 DC(직류) 전류를 씁니다. 최소 400~1000볼트의 전력이고 공공 장소에만 설치됩니다. 총 전력량의 80%까지 충전 가능하고 충전시간은 빠르면 15분, 늦어도 6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충전과 관련해 번거로운 문제는 또 있습니다. 차량 제조업체마다 충전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를 업계에서 규격화하거나 통일하자는 안이 나오고 있지만 언제 해결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는 테슬라의 충전 방식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신차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를 기록했다는 자료가 최근 나왔는데요. 임계점이 5~10%인 지점을 통과하고 있어 한꺼번에 점유율이 급등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전기차에서 임계점인 티핑포인트를 통과한 후 점유율이 폭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이 점을 지나고 있는 지금을 아주 중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요. 노르웨이에선 지난 2013년 전기차가 새차 판매의 5%를 차지해 임계점에 도달한 후 5년만인 2018년 30%로 급증했고 2023년 올해 현재는 무려 80%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도 2019년 전기차가 새차 판매에서 차지한 비율이 7%로 임계점에 도달한지 5년만인 올해는 25%로 급등해 폭증세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여전히 전기차 고속 충전소의 부족과 비싼 전기차 가격 등을 이유로 개솔린 차량을 선호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관련 조사 응답자의 46%는 개솔린 차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는데요. 전기차 선호도는 19%에 그쳤습니다. 개스 차와 전기 차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를 선호한다고 답한 운전자도 적지 않은데요. 전통 하이브리드를 선호한다는 의견은 22%,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3%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결국 얼마나 빨리 전기차가 도로에서 대세가 될지는 여론조사에서도 나왔듯이 충전기 보급과 보다 저렴한 차 가격이 관건이라고 보여집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2년까지 전국에서 판매하는 신차의 63%를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유도하는 에너지 전환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금 테슬라를 시작으로 전반적으로 가격 인하에 경쟁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고요. 또 전기차 고속 충전소는 각급 정부를 비롯해 대형 소매업체와 쇼핑몰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이 현재 입점한 업체의 사업과 연계해 EV 충전기를 현금화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짜고 있습니다. 고속 충전기를 사용하는 동안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점, 영화관, 백화점 등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이런 차원을 넘어 할리우드에 테슬라 소유주들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기발한 드라이브인 영화관과 식당이 모여있는 종합 시설을 짓고 있기도 합니다.

쇼핑몰은 물론이고 대형 약국 체인 월그린스, 샌드위치 전문점 서브웨이,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스도 충전기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외에 건축업계도 변화하는 추세에 발맞춰 신축 건물에 어떤 식으로 EV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충전 방식을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올해 남은 기간보다는 빠르면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쯤에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 가격, EV 급속 충전소, 주행거리, 세금 혜택 면에서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