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면제는 그림의 떡

5597

많이들 기다리셨죠? 드디어 한국 방문시에 2주 자가격리 조치가 면제된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가 7월1일부터는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재외국민에게도 격리 면제 혜택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4일 이 소식을 들으신 한인들은 ‘아 이제 나도 2주 격리 없이 한국 친지들을 만나러 갈 수 있겠구나’고 생각하셨을 텐데요.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부 발표처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 LA총영사관에 문의해봤는데요. 면제 신청을 처리할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부 발표 내용과 문제점들을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정부 발표 내용부터 알려줘

요점은 앞서 말씀드렸듯 7월1일부터는 코로나19 백신을 해외에서 접종한 사람도 한국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 조치가 면제된다는 내용입니다.

백신 1차 접종만 마쳐도 면제돼?

1회 접종해야 하는 백신은 면제되지만 2회 접종 백신은 2번 다 맞아야 합니다. 그리고 항체가 형성되는 2주가 지난 뒤에야 신청할 수 있죠.

백신 다 맞은 사람이면 누구나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거야?

아닙니다. 면제 대상은 한국에 왜 가느냐에 따라 정해져 있습니다. 크게 두가지로 아래와 같습니다.
①한국에 거주하는 직계가족 방문
②중요 사업상 목적, 학술 공익적 목적으로 변이 바이러스 미발생국에서 한국 입국하는 경우

①의 직계가족은 누굴 말하는 거야?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을 뜻합니다. 직계존속은 부모님, 조부모님이고 직계비속은 자녀를 말하죠. 형제나 자매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발급 절차 어떻게 돼?

일단 정부 발표 내용으로만 말씀드리면 신청은 재외공관에 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LA총영사관을 찾아가야 하죠. 발급 절차는 재외공관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후 재외공관에서 격리면제서를 발급해준다고 합니다.

신청에 어떤 서류가 필요해?

가족 방문과 사업차 방문시 제출해야 할 서류가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직계가족 방문시: 격리면제신청서, 가족관계증명서류, 예방접종증명서, 서약서
기업인: 기업인 출입국 종합지원센터(1566-8110, www.btsc.or.kr)를 통해 신청서 접수

정부 발표에 큰 문제는 없는 것처럼 들리는데? 설사 좀 불편해도 자가격리 면제해준대잖아 고마운 거 아냐?

물론 고맙죠. 하지만 자가격리 면제 조치가 ‘그림의 떡’인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직계가족 방문시에만 면제된다는 규정부터 문제입니다.

왜?

가만히 생각해보시면 이 제한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부모님을 찾아뵈려 면제받은 뒤 한국에 방문했다고 가정해보죠. 한국에서 부모님만 뵙는 게 아니라 어차피 형제, 사촌, 친지들도 다 만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제한 규정은 차별 논란도 부를 수 있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셨을 경우 한국의 형제 혹은 자매가 생사의 고비에 있다면 이 경우엔 형제가 사망한 뒤에야 장례식 참석시에만 자가격리가 면제됩니다.

또 어떤 문제가 있어?

다른 재외공관은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LA총영사관은 민원 처리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14일 오전에 총영사관에 문의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요. 무려 30분을 넘게 기다려도 담당자와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계속 ‘죄송합니다. 지금 담당자와 통화를 하기 어렵습니다’라는 자동응답 메시지만 들어야 했죠.
어렵게 민원담당 이상수 영사와 통화가 됐는데요. 이 영사는 “자가격리 면제 발표를 나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오전 내내 문의 전화가 쏟아져 영사관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재외공관 실무자들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대책 없이 발표부터 했던 거죠.

차차 나아지지 않을까?

그러길 바랍니다만, 준비가 되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재외공관들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일환으로 민원 방문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합니다. 민원 처리 숫자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죠. 가뜩이나 민원 처리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가격리 면제 신청이 폭주하고 있으니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래도 신청해봐야지, 구비서류 좀 다시 알려줘.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직계가족 방문시에 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다행히 2가지 서류는 LA총영사관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격리면제서  다운로드
가족관계등록부 증명서  다운로드

그런데, 마지막에 언급된 ‘서약서’라는 건 아직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면제 신청 접수 실무자인 LA총영사관의 이상수 영사도 서약서라는 걸 모른다고 합니다. 없는 서류를 어떻게 만들어서 제출하라는 건지 황당합니다.

들어보니 지금은 신청 못 한다는 얘기 아냐?

서약서를 내지 못하니 신청 구비서류를 다 낼 수가 없죠. 뿐만 아닙니다. 가족관계증명서도 문제죠. 시민권자의 경우엔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엔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의 가족관계등록부와 신청자의 출생증명서 등 폐쇄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비교해 직계 가족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걸림돌이죠.

어렵더라도 7월이 되면 빠른 시일내에 한국 부모님을 찾아뵈려 하는데, 어떻게 해야해?

일단, 오래 걸리더라도 민원 방문 예약부터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방문일자를 먼저 잡아놓으시고, 작성할 수 있는 서류(격리면제서, 가족관계증명, 백신접종확인서)를 준비하세요. 그 후엔 정부가 서약서를 마련할 수 있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죠. 한국 정부의 선한 의도는 이해합니다만, 일단 저지르고 보는 무책임한 행정은 미주 한인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는 걸 제발 염두해주길 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