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에 저승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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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봤어? #괴담ㆍ가짜 #종합선물세트

①의회에 악마가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후 첫 의회 연설을 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그 내용을 짧게 정리해드렸었죠.
80호 뉴스레터 보기
취임 100일째를 하루 앞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교육·복지에 이르는 약 4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전세게 언론들이 앞다퉈 그 내용들을 분석해 전달했죠.
그런데, 연설 다음날부터 페이스북에서 이상한 사진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사진인데요. 정체불명의 검은색 물체가 연설 중인 바이든 대통령의 정면 출입문을 가로 막고 서있는 듯한 장면이죠. 언뜻 보기엔 머리엔 검은 망사를 쓰고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이 사진에 ‘오싹한 엑스파일’이라는 제목을 붙여 ‘저게 도대체 뭐야? 저기 왜 있고, 뭘하고 있는 거야?(WHAT THE LIVING HELL IS THAT, AND WHY, AND WHAT IS IT DOING THERE?)’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이 글은 순식간에 온라인에서 확산했죠. 또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는 연설 동영상을 올립니다. 영상을 재생해보면 1분55초와 55분18초에 이 악마가 등장한다는 주장이죠. 사진과 영상이 퍼지면서 ‘지금 미국 의회는 악마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등 괴담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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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투데이 등 주류 언론들이 팩트 확인에 나섰는데요. 알고 보니 사진에 찍힌 괴물체는 ‘방송 카메라’였다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면 샷을 찍기 위해 배치된 CSPAN의 카메라였죠. 최대한 주의를 끌지 않게 하려고 카메라에 검은색 천을 씌운 것이라고 합니다. 로이터 통신은 2018년과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회연설 당시에도 똑같이 검은색 천을 씌운 카메라가 있었던 사진을 싣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인터넷매체는 해당 카메라를 측면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죠.
‘악마’는 없었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괴담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페이스북은 관련 글들을 차단하고 나섰죠. ‘재미없는 사실’보다는 ‘믿고 싶은 가짜’에 더 혹하는 건 본능일까요?

②“백신은 인류 말살 계획”

또 한가지 가짜뉴스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역시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 떠도는 글인데요. 독일의 미생물학자라는 슈카리트 바크디(Sucharit Bhakdi) 박사가 지난 22일 한 웹사이트에 올린 글인데요. ‘코로나19 백신은 인류를 대량 학살할 것(Vaccines will Decimate World’s Population)’이라고 주장했죠.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팬데믹은 가짜다
●코로나19 테스트도 실제론 작동하지 않는 가짜다
●그래서 마스크 착용, 격리는 말도 안 되는 난센스다
●각국 정부가 국민에게 백신 접종 강요하는데 이는 세계 인구 말살 음모와 관련되어 있다.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사망할 수 있다
관련 포스트 원문보기

이 글 내용은 동영상으로도 소개돼 30만명이 지켜봤을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3개 주장은 유치원생도 웃을 내용이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4번째 백신이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사실 관계를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바카디 박사는 백신이 인류를 말살한다는 근거중 하나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자가면역 질환(autoimmune disorder)’을 유발한다고 주장합니다. 자가면역 질환은 쉽게 말해 인체를 지켜줘야 할 세포들이 거꾸로 인체를 공격해 일어나는 질병들이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둘 다 유전자의 일종인 mRNA를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존 백신들은 소량의 실제 바이러스를 직접 체내에 주입해 신체가 이에 저항하면서 항체가 생성되죠.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체내에 직접 주입하기에 아직 그 위험성이 큽니다. 그래서 대신 코로나19의 유전자 정보를 인체에 주입하는 것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입니다. 인체에 들어간 유전자가 항원을 만들고 다시 항체가 생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죠. 유전자를 전달하는 물질인 mRNA는 인체에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집니다. 그런데 바카디 박사는 이 mRNA가 혈액속에 계속 상주하면서 불필요한 면역반응을 계속 만들어낸다고 주장하고 있죠.
복잡한 설명이 어려우셨다면 주장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팩트를 한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주장이 올려진 웹사이트는 ‘레드필유니버시티’라고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이 애용하는 웹사이트죠.

③“올해 경찰 총격 사망자 없던 날은 단 3일”

이번엔 가짜뉴스 같은 진짜뉴스입니다. 최근 경찰 총격에 의한 희생자 소식이 언론에 꼬리를 물었었죠.
지난달 11일 미네소타주에서 던테 라이트(20)라는 흑인 청년이 체포에 불응하고 운전석에 탔다가 경관 총격에 사망했다는 소식, 기억하시죠?
지난달 18일 인스타그램에 한 글이 올라왔는데요. chnge라는 이용자가 올린 글 제목은 ‘2021년 들어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경찰 총격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날은 단 3일이다(There have only been 3 days in 2021 where police did not kill someone)’입니다.
이 글에 따르면 지난 1월16일, 1월23일, 3월2일 단 사흘만 경찰 총격 사망이 0건이었다고 합니다. 이 글은 무려 240만 명이 팔로우하면서 확산했죠.
USA투데이가 사실 여부를 따져봤는데요. 절반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데이터 취합 방식에 대해 다소 설명이 필요해서죠. chnge가 올린 글의 통계 방식은 총격뿐만 아니라 근무, 비번 경관의 체포 과정에서 숨진 사망자를 모두 합한 것입니다. USA투데이가 통계를 ‘경찰 총격 사망자 발생일’로 좁혔더니 4월18일 현재까지 올해 들어 경찰 총격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날은 7일이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충격적인 숫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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