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새 삶, 희생자 가족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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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던 어린 시절 살인이라는 큰 죄를 저질렀지만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한인이 있습니다.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선물처럼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입니다. 그런데 시민권자가 아니어서 추방 대상이 됐습니다. 두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기 때문에 한국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 문화나 한국어에 익숙하지도 않습니다. 미국에서 계속 생활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를 위한 사면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의 입장은 다릅니다. 가해자가 하루라도 빨리 추방되기를 원합니다. 가족을 잃은 고통에 비하면 추방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인 저스틴 정씨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사람이 정말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애원할 때 기회를 주는 게 맞는지, 아니면  희생자의 가족이 겪을 고통을 생각해 가해자를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맞는 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LA타임스는 최근 청소년 시절 한인 갱단 조직원으로 활동하면서 살인을 저지르고 체포돼 감옥 생활을 하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저스틴 정(33) 씨의 이야기를 크게 보도했습니다.
정씨는 16세때인 2006년, 당시 21세였던 에릭 솅 황 씨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합니다. 정씨는 이 사건으로 법원에서 최저82년에서 최고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감옥에서 정씨는 180도 변합니다. 모범수로 인정받을 만큼 성실한 태도로 생활합니다. 그는 감옥에서 고등학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신학교 학위도 땁니다. 또 이발사 자격증도 취득합니다. 제리 브라운 전 주지사는 2018년 이런 그에게 최소 15년형에서 최대 종신형이라는 감형을 선물합니다.
정씨는 결국 가석방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출소 후 법 규정에 따라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넘겨져 본국인 한국으로의 추방 절차가 시작됩니다.
범행 당시 그는 영주권자 신분이 아니었고 감옥에 가면서 영주권 신청 기회도 잃었습니다.
정씨와 주변 친지들은 팟캐스트와 틱톡 등을 이용해 처지를 호소하고 주 정부 등에 사면을 청원합니다. 그의 추방 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많은 사람이 정씨에게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지하지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들은 정씨가 감옥에서 보낸 14년이 결코 피해자 가족에게는 그 어떤 정의도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정씨는 피해자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지만 그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들은 정씨를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한 유가족은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씨가 추방당하는 것은 우리가 겪은 일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가 지금 하는 행동은 우리가 받았던 고통을 되새기게 한다”고 분개합니다.
숨진 황씨의 친구는 “지금쯤 솅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다. 어쩌면 결혼해서 자녀를 두고 있고 그의 부모는 조부모가 됐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며 그리움을 토로합니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과 깊게 남아 있는 추억은 생각할수록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어떤 친구는 정씨를 향해 “정말 미안하다면 한국으로 그냥 가라. 그것도 신이 너를 위해 준비한 일부분이다”고 냉소 섞인 말을 던집니다.
어쩌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두 사람. 이제 한 명은 이승에서 볼 수 없고 살아남은 자는 여전히 멍에를 짊어진 채 방황하고 있습니다. 한 번 실수가 살인이었다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일까요?
그 누구도 자신있게 아니다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씨의 추방을 막기 위한 청원 캠페인(change.org/letjustinstay)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75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2월 28일 오후 4시 현재 약 6200명이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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