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코첼라’ 뜨겁게 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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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첼라는 1993년 록밴드 펄 잼의 콘서트가 발단인데요. 당시 펄 잼은 거대 티켓판매 사이트인 티켓마스터가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부과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티켓마스터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공연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이들의 눈에 들어온 곳이 코첼라 밸리의 엠파이어 폴로 클럽입니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폴로 경기장을 공연장으로 꾸미고 공연을 열었는데 무려 2만5000명이 몰리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공연기획사 골든보이스는 이 지역에서 연례행사로 음악 축제를 개최해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와 자신감을 갖습니다. 준비기간을 거쳐 1999년 제1회 코첼라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첫 행사는 2만 명 정도 모인 비교적 소규모였고 그 다음해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2001년부터는 매년 열리는 행사로 뿌리를 내립니다. 이때는 단 하루 행사였지만 2002년부터 이틀에 걸쳐 열고 2007년에는 행사기간이 3일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5년 뒤인 2012년에는 3일 공연을 2주에 걸쳐 두 번 하는 초대형 페스티벌로 확대하고 2023년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4월 14일부터 16일과 21일부터 23일까지 2주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블랭핑크도 15일 공연에 이어 22일에도 헤드라이너로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올해는 3명의 헤드라이너가 모두 비백인인데 코첼라 행사가 시작된 이후 이런 구성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블랙핑크는 4년 전인 2019년에도 이 행사에 K팝 걸그룹으로는 최초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는데 당시에는 서브 스테이지 무대였고 올해는 당당히 헤드라이너가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코첼라에서 한국 가수로 헤드라이너에 오른 가수는 블랙핑크가 처음입니다. 지난해에는 2세대 K팝 걸그룹 투애니원(2NE1)이 6년 4개월 만에 완전체 무대를 이곳에서 선보였고 에스파도 기획 공연의 하나로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쳤지만 헤드라이너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행사 라인업은 첫날, 라틴팝 래퍼 배드 버니, 둘째날 블랙핑크, 셋째날 힙합 스타 프랭크 오션이 헤드라이너를 맡았고 이들 외에도 150팀이 넘는 밴드와 가수들이 6개 무대에서 순서를 맡았는데요. 블랙핑크가 내놓으라하는 가수들 사이에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다는 것은 정말 그 인기와 실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블랙핑크는 15일 공연에서 ‘핑크 베놈’, ‘킬 디스 러브’, ‘하우 유 라이크 댓’ 등 인기곡을 팀으로 부른 뒤 멤버들이 각자 솔로 무대를 선보이는 등 약 1시간 20분 동안 무대를 즐겼습니다. LA 타임스는 이번 블랙핑크의 무대가 2018년 비욘세 무대 이후 가장 규모 있고 무대 기술이나 강렬함에서 돋보인 무대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성세대에게는 지나가는 행사 가운데 하나 정도이지만 코첼라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는 20~30대에게는 최고의 행사로 꼽힙니다. 예술적인 감각이 넘치는 무대와 보헤미안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참가자들의 패션은 매해 화제가 되기도 하구요. 세계적인 패션업체 H&M은 매년 코첼라 관객을 위한 의상을 발표하기도 하는데요. 이를 코첼라 컬렉션이라 부릅니다.

LA에서 약 120마일, 운전해서 가면 2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할리우드 스타들도 일반 관객들과 어울려 함께 즐기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요. 올해 행사에는 방탄소년단 정국, 배우 이병헌/이민정 부부도 참석해 인증샷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저스틴 비버와 헤일리 비버 부부가 참석했고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전 여자친구인 모델 이리나 샤크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대중음악 야외 행사를 꼽으라면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금방 떠오르듯 코첼라는 21세기 초반을 대표하는 대중음악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히피 문화의 대명사 격이라면 코첼라는 히피 문화가 섞여 있으면서도 코첼라 만이 갖는 독특한 매력의 ‘코첼라 라이프스타일’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우드스톡이 거칠고 야성미가 뿜어져 나왔다면 코첼라는 훨씬 세련되고 깔끔한 가운데 본능이 살아 숨쉰다고나 할까요.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오는 7월 한국판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다는 소식도 들리네요. 그런데 굳이 로열티까지 내면서 간판을 가져오기보다는 한국만의 독특한 페스티벌이 꾸며지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는 합니다. 아니면 이왕 할거면 코첼라를 가져오든지. 아무튼 젊은이들이 흥을 발산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고 이를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올해 코첼라 입장권 가격(행사 첫 주나 두 번째 주 중 선택, 3일 모두 입장 + 낮 주차장 사용 포함)은 일반 입장권 549달러(수수료 별도), 일반 입장권 + 셔틀버스 이용 599달러(수수료 별도), VIP 1069달러(수수료 별도 + VIP 자리)로 나뉩니다. 일명 차박으로 불리는 차에서 캠핑하는 것은 375달러에 각종 수수료가 붙고 텐트 캠핑은 149달러에 각종 수수료를 더하면 됩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텐트 숙소 패키지도 있는데 2명 기준으로 2798달러에 각종 수수료를 더한 것과 VIP 입장권이 포함된 3938달러에 수수료가 추가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옵션이 더 있는데 이는 해당 사이트(coachella.com/pass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 세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단 사흘 동안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고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그렇게 큰 장애물로는 작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이번 주말에 기회가 있으니 일상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분은 과감하게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