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의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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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박빙대결

오늘(2일) 워싱턴 DC와 맞닿아 있는 버지니아주에서 치러질 주지사 선거에 언론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 선거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는 비록 지역 선거지만 지난 대선 이후 양극화된 민심의 향후 방향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번 찬찬히 읽어보시면 어렵다고 생각되는 현재 워싱턴 DC 정가의 동향을 아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액시오스와 워싱턴포스트, AP통신 등의 관련 뉴스들을 종합했습니다.

먼저, 중간선거 내년 아니야? 왜 오늘 주지사 선거가 열려?

맞습니다. 중간선거는 내년 11월8일에 치러집니다. 그중 주지사 선거는 50개주 중 34곳에서 열리죠. 나머지 16개주 중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가 오늘 치러지게 되죠. 버지니아주의 독특한 점은 주지사가 연임을 할 수 없죠. 그래서 지난 2018년 당선된 민주당 소속 랠프 노덤 현 주지사의 4년 임기가 올해로 끝나 새로 선거를 치르게 된거죠.

왜 이번 선거가 중요해?

먼저 지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입니다. 선거 결과가 곧 바이든의 국정 운영에 대한 첫 번째 성적표로 평가되죠. 내년 중간선거의 향방 또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 맞붙은 양당 후보들의 성향이 전현직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더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후보들이 누군데?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인 민주당 소속 테리 매컬리프 전 주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한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후보가 팽팽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전현직 대통령들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양 후보 좀 더 소개해줘

먼저 매컬리프 전 주지사는 1957년생으로 올해 64세입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72대 버지니아주지사를 지냈죠. 집안 대대로 민주당원인 충성당원입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회장,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후보와 2008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선캠프 위원장 등을 맡았던 베테랑 정치인이죠. 특히 선거자금 모금의 귀재로 꼽힐 정도로 워싱턴 정계에 영향력이 큽니다. 사업가로서도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14세에 ‘매컬리프 도로 정비회사’를 차려 주택 진입로와 차고 포장 전문 업체를 운영했을 정도로 사업가 기질을 타고났다고 합니다. 1985년 28세에 페더럴시티내셔널 뱅크라는 워싱턴 DC의 지역은행 설립에 동참해 2년뒤 불과 서른에 이 은행의 이사장에 오르면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사상 산하 지역이사회 최연소 이사장이라는 기록도 세웁니다.
사업가로 성공한 기성정치인이라 신선함과 개혁 이미지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죠.

공화당 후보는 어때?

영킨 후보는 1966년생, 올해 54세로 매컬리프 전 주지사에 비해선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부각됩니다.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세계적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죠. 4억40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한 성공한 사업가라는 면에선 매컬리프 전 주지사와 닮았는데요. 차별화되는 점은 스스로를 ‘정치적 아웃사이더’라고 부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전략을 따라서 걷고 있다는 점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3일 유세에서 영킨을 ‘훌륭한 신사’라고 부르며 “버지니아를 탈환할 주역이 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습니다. 타협과 조율이 필요한 행정가로서의 능력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 판세 말해줘

팽팽한 접전 양상입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 조사에서 5%포인트 가까운 우위를 보여온 매컬리프 후보는 최근 조사에서는 영킨 후보와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접전을 이어가고 있죠. CNN은 한 달 전부터 두 후보 간 격차가 3%포인트 이내로 좁아졌고 최근 조사에선 영킨 후보가 매컬리프 후보를 평균 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폭스뉴스가 지난달 24~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투표할 가능성이 큰 유권자 중에서는 영킨이 53% 지지율로 매컬리프(45%)를 8%포인트 앞선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매컬리프가 왜 따라잡힌 거야?

최근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에서의 혼란을 비롯해 코로나19 장기화, 인플레이션 조짐, 공급망 위기를 비롯한 물류대란 등 겹겹이 악재들이 쌓이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곤두박질치고 있죠. 실제 최근 WP에서 버지니아 유권자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46%에 불과, 지지하지 않는다는 53%에 비해 크게 뒤졌습니다.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차로 넉넉히 이겼던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상황이죠.

불과 몇달사이에 왜 지역 민심을 잃은거야?

중도층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NBC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1%가 현재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지지정당이 없는 중도 유권자의 70%가 실정을 지적했습니다. 더 심각한 점은 응답자중 민주당 지지 유권자의 48%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데 동의했다는 겁니다. 민주당원들 조차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중 하나가 최근 3조 달러의 매머드급 사회복지 예산안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너무 퍼준다는 보수파와 곳간을 더 열어야 한다는 진보파간의 분열이죠.

버지니아주 정치 성향은 어때?

인구 860만 명의 버지니아주는 과거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그동안 달라진 인구변화로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최근 주요 선거에서는 민주당 지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30년간 10명의 버지니아 주지사 중 7명이 민주당 소속입니다. 특히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는 버지니아의 각종 선거에서 대부분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죠. 민주당으로서는 힘겹게 빼앗아 일군 텃밭을 공화당에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위기네?

그렇습니다. 당 전체로 위기감이 퍼지고 있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자리를 공화당에 내주거나 심지어 큰 격차로 이기지 못하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와 3년 뒤 대선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민주당과 공화당은 현재 상원 100석 의석을 각각 50석씩 나눠갖고 있습니다. 하원은 민주(220석)와 공화(212석)의 격차가 불과 8석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버지니아를 잃으면 임기 첫해부터 사실상 여소야대 국면을 맞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죠. 일부 언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버지니아주 뿐만 아니라 타 지역으로도 확산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딘데?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여겨졌던 뉴저지주입니다. 뉴저지주에서는 필 머피 주지사가 공화당 잭 시아타랠리 후보의 도전장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8월만 해도 머피 후보가 15%포인트 안팎의 우위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격차가 한자리수인 9%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시아타랠리 후보의 이번 선거 운동 포인트는 세금입니다. 뉴저지주가 전국적으로 가장 세금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죠. 뉴저지주는 개인소득세가 10.75%에 이릅니다. 세금이 많다는 뉴욕도 8.82%인데 말이죠.

그래서 누가 당선될거 같아?

전망이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대결이 될 듯 합니다. 그래서 언론들은 표심 바로미터로 지켜봐야할 선거구가 루던(Loudoun) 카운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40마일 정도 떨어진 지역인데요. 버지니아에서 가장 인구증가율이 높은 성장하는 동네죠. 3분의 2가 백인이고 20%가 아시안, 8%가 흑인입니다. 미국내 중간소득이 가장 높은(14만2000달러) 곳이기도 합니다. 마스크와 백신 의무화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벌어지고 있죠. 언론들은 공화당 영킨 후보가 이 지역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해도 몇표차로 따라잡았는지 분석하면 민주당에 대한 민심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