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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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어떻게 결론날 거라는 예측을 하지 않는다면 대비를 할 수 없죠.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필립 페트록 심리학 교수는 각 부문별 전문가들의 실력을 검증하는 대회를 열어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능력들을 분석했습니다. 동료들보다 나은 결과를 내놓은 전문가들에게서 발견한 공통된 능력들은 4가지 였습니다. 통계적 사고, 언제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열린 사고, 중요한 순간만이 아니라 매순간 끊임없이 실력을 업데이트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연습’이라고 합니다. 결국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현재의 노력이고, 그 노력중 하나가 지금의 상황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뜻이겠죠.
‘복스(Vox)’라는 매체는 지난 2019년부터 3년째 그해에 벌어질 일들을 ‘확률’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퓨처 퍼펙트(Future Perfect)’라는 담당팀을 꾸려 특정 사안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점치고 있죠. 이 매체는 이 전망 기사를 내놓는 이유로 ‘독자들과 함께 현재를 읽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22가지 전망중 10가지를 추려 정리했습니다.

①민주당 상하원 다수 지위 상실(확률 95%)

올해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11월8일 치러질 중간선거입니다.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계적으로 중간선거는 현 정권에 불리합니다. 설사 현 정권을 지지했던 유권자들도 실망감에 반대편으로 돌아서기 쉽죠. 선거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 분석에 따르면 양원 각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1월3일 현재 공화당이 42.8%로 민주당(42.0%)을 오차범위내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0.8%p에 불과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입니다. 지난해 4월이후 계속 5%p차로 앞서가던 민주당은 11월16일부터 공화당에 역전당한 상태입니다. Vox는 특히 상원 의석수가 50대 50 절반으로 나뉜 상황에서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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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물가 상승 3% 미만(확률 80%)

물가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밥상물가는 크게 뛰었습니다. 특히 10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로 1990년 12월(6.3%) 이후 처음으로 6%를 넘어섰죠. 지난해 미주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10건의 기사에도 ‘뛰는 점심값 서민들 식당 가기 겁난다…칼국수·돈까스도 15불’이라는 경제 기사가 포함돼 한인 독자들의 우려가 반영됐습니다. 다행히 Vox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3% 미만으로 예측했습니다. 지난해 물가 상승폭이 컸던 원인을 ‘예상보다 크게 웃돌았던 수요’와 ‘예상보다 크게 밑돌았던 공급’으로 꼽으면서 올해는 이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 주요 기관의 전망치도 감안했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는 2.7%, 의회예산처는 2%, 연방준비은행 역시 지난해 1분기 2.5%에서 3분기 2.3%로 상승폭을 더 낮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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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실업률 4% 이하 (확률 80%)

경기 회복의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연방은행은 올해 실업률을 3.5%, JP모건은행은 3%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완전고용 상태에 돌입할 것이라고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죠. 사실 전문가들은 모든 경제 지표의 변수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종속변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경제가 어떤 궤도를 타고, 어떤 속력으로 달릴지의 여부는 오미크론과 추가로 출현하게 될지 모르는 변이 바이러스에 달려 있죠. Vox는 그 변수들을 감안한다고 해도 11월이면 실업률은 4% 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④대법원 낙태권 제한 결정 (확률 65%)

똑개비뉴스에서도 낙태권 논란에 대해 한차례 설명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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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는 ‘로 대 웨이드(Roe v. Wade)’로 불리는 1973년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여성이 낙태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 판결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24주 이전에는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하지만 최근 미국 각지에서 이 낙태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텍사스입니다. 텍사스는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까지 포함해 임신 6주가 지나면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낙태 제한법을 제정해 지난 9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통상 임신 6주가 되면 심장박동이 감지돼 일명 ‘심장 박동법(Heartbeat bill)’이라 불리고 있죠. 로 앤 웨이드 판결로 정해진 22주(임신 4~5개월)보다 무려 3개월이나 낙태 허용시기를 앞당긴 것입니다. 임신 6주는 초기라서 임신 여부 조차 모를 수 있는 시점이어서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죠. 이런 가운데 연방대법원은 현재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법에 대한 심리를 진행중입니다. 법원의 결정이 내년 6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류 언론들은 대법관의 3분의 2가 보수 성향인 점을 들어 낙태권 제한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죠.

⑤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의 은퇴(확률 55%)

Vox는 ‘로 앤 웨이드’ 판결, 중간선거와 맞물려 연방대법원의 지형이 또 한차례 극변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9명의 대법관중 진보성향의 3명을 이끄는 최고령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의 은퇴를 예상했죠. 브라이어 대법관의 은퇴 요구는 의외로 민주당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84세가 되는 브라이어 대법관은 9명중 최고령이긴 하지만 대법관은 종신직이라 사망 전까지는 임기가 보장됩니다. 그런데 사퇴 압박이 그것도 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이례적입니다만,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를 대체할 젊은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기에 최적기이라는 판단에서 입니다.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민주당이고 인준 여부를 가릴 상원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장애물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 진보 대법관을 임명하기는 어려워지죠. 그렇지 않아도 현재 9명중 6명이 보수로 기울어진 대법원의 정치성향이 완전히 보수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브라이어 대법관의 자진 사퇴 요구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Vox는 “브라이어 대법관은 정치공학을 아는 영리한 사람”이라면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본인의 후임자를 고르도록 양보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⑥해외 3국 대선 결과 예측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선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거의 매달 1~2차례 꼴로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데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올해 주목해야 할 14개국의 총대선 일정과 정치상황을 보도하기도 했죠. Vox는 이 중 프랑스, 브라질, 필리핀 등 3개국 대선 결과를 전망했는데요.(한국은 왜 예측하지 않았는지 아쉽습니다)

4월10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둔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65%로 예측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도전 여부를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고, 일부 진영에서는 여러 후보가 난립하는 실정이지만 현재로선 마크롱 대통령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파리정치대학 정치연구소(Cevipof)가 장조레스 재단, 일간 르몽드와 함께 진행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이 24%로 가장 높았죠.

브라질 역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을 55%로 전망했습니다. 각종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좌파 진영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큰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Vox는 남미국가의 특징인 현정권의 높은 재임 확률, 룰라의 2018년 부패 혐의 등을 근거로 보우소나루의 근소한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5월 9일로 예정된 필리핀 대선에선 1989년 사망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가 55% 확률로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는 마르코스 주니어의 러닝 메이트이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다바오 시장이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해외 선거들도 중요하지만 한인들로서는 기억해야 할 선거일이 있죠? 3월9일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⑦중국 올 상반기 국경 폐쇄 유지(확률 80%)

중국은 코로나19에 맞서 고강도 방역 대책인 일명 ‘제로 코로나(Zero Covid)’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1명만 나와도 해당 지역을 확진자 0명이 나올 때까지 봉쇄하는 조치죠.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지만 이 조치는 중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Vox는 “최소 올해 상반기 안에는 관광 목적의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국경을 개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⑧또 다른 변이 출현(확률 75%)

이 예상만큼은 확률대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Vox는 국가별 백신 접종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변이 확산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똑개비뉴스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설명드릴 때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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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변이의 이름은 그리스문자를 사용하는데요. 오미크론 다음 변이가 나온다면 우리에게 수학에서 익숙한 ‘파이(π)’가 됩니다. 파이라는 단어 자체를 쓸 일이 없길 바랍니다.

⑨올해, 더 찜통될 것(80%)

지난해에도 각종 자연재해로 세계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Vox는 지난 25년간의 평균 기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올해도 작년보다 평균 기온이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실, 수학적 분석이 없더라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겠지만요.

⑩동계올림픽 승자는 노르웨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월4일부터 2월20일까지 17일간 열전을 벌입니다. 그런데 2월 2일 컬링, 3일에는 컬링과 아이스하키, 스키 종목의 경기가 먼저 열려 실제로는 2월 2일부터 20일까지 19일간 대회가 펼쳐집니다. 이번 대회에는 스키, 빙상, 봅슬레이, 컬링, 아이스하키, 루지, 바이애슬론 7개 종목에 총 금메달 109개가 걸려 있죠. 2018년 평창 대회의 102개보다 금메달 7개가 늘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92개국이 참가했던 것과 비슷한 수의 나라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러시아와 북한은 IOC 징계를 받아 국가 자격으로는 나올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겨울 종목 강국인 노르웨이의 독주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노르웨이는 지난 평창에서도 금 14, 은 14, 동 11개 총 39개의 메달로 1위를 차지했었죠. 평창에서 7위를 기록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 1∼2개로 15위 내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