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틱톡 금지에 나서는 진짜 이유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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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TikTok)’은 지난 2018년 전 세계에 출시된 동영상 플랫폼인데요. 보통 15초에서 1분 정도의 동영상이 대부분이고, 최근에는 10분 길이의 영상도 자주 올라오곤 합니다. 원래는 2016년 중국에서 처음 출시됐는데 이듬해 동아시아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했습니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이용자 수가 10억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구요, 현재 미국에서만 틱톡 월 활성이용자 수가 1억5000만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30대 정도까지 많이 이용하는데 보통 취미, 네트워킹, 뉴스, 웃긴 행동이나 춤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틱톡 금지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가장 적극적인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이던 2020년 8월 미국 내 틱톡 사용 금지행정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개인 정보 유출이 우려되고 가짜뉴스 확산의 위험이 있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그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권을 물려받은 뒤 그 행정명령을 폐기합니다. 대신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틱톡 사용자 정보를 저장한 서버를 미국 IT기업이 운영/관리하게 하자는 방침을 내겁니다. 틱톡 본사도 이를 수용합니다. 하지만 틱톡이 일종의 ‘스파이 앱’이라는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구요. 이런 상황에서 바이트댄스 직원 일부가 바이트댄스 내부 정보에 대해 보도한 기자 2명을 사찰한 일이 밝혀지면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합니다.
백악관은 지난달 27일 연방 기관들에 ‘30일 이내 정부 기기에서 틱톡 앱을 모두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어 이달 초 연방 상원도 보조를 맞춰 틱톡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 위험 통제법안’을 발의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 정부가 틱톡을 이용해 수백만 명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고, 대만을 침공할 때 짧은 형식의 비디오로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구체적인 우려에 대해 밝힙니다. 연방 의회도 한 목소리를 내며 동조합니다. 23일 열린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맥모리스 로저스 공화당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전체를 조종하는 데에 틱톡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고 민주당 역시 이 자리에서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를 강하게 몰아붙이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대부분 미국의 우방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까지 틱톡 사용 금지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영국 정부와 의회가 업무용 휴대기기에 틱톡 설치를 금한다고 밝혔고 캐나다, 벨기에, 유럽집행위원회, 일본, 뉴질랜드, 대만 등에서도 공용 휴대단말기에서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IT업계나 사용자 사이에서는 이런 조치가 과연 실현성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틱톡 사용 금지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은 언론/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이는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져 있는 모습인데요. 안보 위협을 이유로 틱톡을 퇴출하려는 정치권의 모습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로부터 외면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보다 선전한 데에는 20대 유권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돼 특히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죠.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중간선거에서 18~29세 유권자 가운데 27%가 투표해 이 연령대에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경합지역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보다 높은 31%였는데, 이 연령대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공화당보다 28%포인트 정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니 민주당이 이들의 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Z세대가 주로 틱톡을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에 사용한다면서 이는 뭔가를 알리고, 동원하고, 세력을 쌓는 데 쓰이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라고 말합니다.
현재 틱톡에서는 틱톡의 운명에 대해 말하는 영상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수백만 차례 조회된 틱톡 영상은 진보 성향 스타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이하 AOC, 33) 하원의원이 올린 것인데요, 그는 영상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양당 의원들이 “마차를 말 앞에 놓고 있다”며 틱톡의 국가안보 위협을 먼저 정확하게 파악한 뒤 퇴출 여부를 논의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주장합니다.
공개적으로 틱톡 금지를 반대하는 다른 민주당 의원도 있습니다. 저말 보먼(뉴욕) 하원의원, 마크 포컨(위스콘신) 하원의원, 로버트 가르시아(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최근 틱톡 콘텐츠 창작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틱톡 금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Z세대는 실제로 틱톡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자체는 우려하지만, 금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여론조사 업체 소셜스피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의 51%가 틱톡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걱정해, 밀레니얼 세대의 64%보다 낮았습니다. 그러나 틱톡이 미국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Z세대의 과반인 53%가 반대해 밀레니얼의 34%를 넘었습니다.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한편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게 되면 다른 중국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 다른 국가의 앱까지 차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 틱톡에 대한 미국의 금지 조치가 중국의 다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나아가 전 세계 국가들을 미국의 동맹과 중국 앱을 받아들이는 국가들로 양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관련 법안에 따르면 틱톡뿐 아니라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편집 앱 ‘캡컷’과 중국의 온라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퓐둬둬의 미국 쇼핑몰 ‘테무(Temu)’, 결제 앱인 ‘알리페이’와 메시지 앱인 ‘위챗’ 등도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연방 의회에는 틱톡 금지와 관련한 여러 법안이 발의됐는데요. 그 중에서도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 버지니아)과 존 슌(공화, 사우스다코타)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워너 의원은 양당 의원 10명의 법안 지지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방 상무부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틱톡을 금지할 수 있는 것인데요. 현재 미국 내의 관심은 틱톡에 집중돼 있지만, 만약 워너-슌 법안이 통과되면 행정부가 금지할 수 있는 영역은 훨씬 넓어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법안은 틱톡 뿐 아니라 인공위성, 인공지능(AI), 전자상거래, 크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등 12개의 광범위한 기술 범주에 대해 행정부가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더해 미국이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 미국을 지지하는 우방국들까지 차례로 동참할 수 있어 국제적인 문제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WSJ은 틱톡 금지를 둘러싼 일이 개인정보와 사이버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에 심화하는 신냉전과 더 관련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