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큰일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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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연준 #또 무슨 짓 할지 몰라

요즘 경제계 최대 화두는 물가입니다. 똑개비뉴스에서도 지난 몇 차례 경제 용어 설명과 함께 동향을 짚어드렸었죠. 도대체 물가가 오르면 경제와 증시는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는 증시 뉴스레터인 ‘앤츠랩’의 한애란 기자가 잘 얘기해주실 분을 만났습니다. 거시경제 전망이 궁금할 때 기자들이 SOS를 치는 전문가라고 합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신데요. 친절한 설명에 ‘아~ 그렇구나’하고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8.6%)였죠. 이런 인플레이션을 정부가 예상했을까요?

“사실 연초부터 이미 물가에 대한 경고를 계속 해왔습니다. 물가 상승 원인이 조금씩 달라져 왔을 뿐이지 사실 지난해부터 물가가 높아질 요인은 계속 쌓여왔거든요.”

작년엔 코로나가 물가 상승 주원인이었죠?

“작년엔 코로나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있었죠. ①미국이 가계에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자 저축이 쌓여서 재화소비가 늘었고요. ②오미크론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게 되는 공급요인이 있었고요. 이와 함께 ③미국이 생산망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면서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고요. ④또 다른 구조적 요인은 탈탄소죠. 생산비용을 높이니까요.”

올해는 어떤가요.

“올해는 요인들이 좀 바뀌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도 국제 곡물·광물시장은 인플레 압력이 높아졌죠. 코로나로 곡물생산국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광물 채굴도 줄었으니까요. 또 지난해는 가계가 초과저축을 주로 냉장고·세탁기·자동차 같은 내구재 소비에 썼는데요. 이제 그게 서비스로 옮겨오고 있어요. 그런데 서비스는 내구재와 가격 조정의 주기가 다르거든요. 내구재는 가격이 급격히 높아졌다가 떨어질 때는 또 확 떨어지는데, 서비스는 그렇지 않아요.”

왜 서비스 분야는 가격 주기가 다르죠?

“냉장고·세탁기는 안 팔리면 가격을 낮추기도 하지만, 음식료업이나 숙박업에서 일하는 분들 임금은 1년에 한번 조정하고, 또 일단 한번 올리면 내리기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식당 음식값 역시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질 않죠. 이렇게 서비스는 가격조정 주기가 긴데, 이게 쭉 올라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물가상승률이 빨리 떨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농산물도 마찬가지죠. 석유만 해도 좀 열심히 채굴하면 더 나올 수 있는데, 농산물은 지난해 안 심었으면 지금 안 나오죠. 올해 우크라이나가 (밀 등을) 못 심었으니까 내년엔 더 심할 가능성이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인플레는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봅니다.”

미국에선 ‘인플레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망도 나오던데요.

미국은 전 세계에서 물가상승률이 가장 먼저 빠르게 올랐어요. 가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대규모로 빨리 했기 때문이죠. 다른 나라들은 국제 에너지·곡물·광물 가격 영향을 이제야 뒤늦게 받고 있고요. 그래서 미국은 코어CPI(식품·에너지가격을 뺀 소비자물가지수)가 좀 떨어질 수 있지만, 아직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확인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피크아웃까진 더 남은 거군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금방 안 끝날 거예요. 우크라이나 의회가 최근에 3개월 계엄령을 연장했는데, 그럼 8월 말까지는 싸우겠다는 의미이거든요. 대신 중국 코로나 확산은 그보다는 빨리 끝날 수 있을 겁니다. 상당히 길게 갈만한 요인은 자원수출국의 수출 규제 움직임이죠. 당장 자국 국민이 쓸 연료와 식량이 없으니까 수출을 규제해버리고 ‘이제 원료를 빼가지 말고 가공해서 수출해라’라고 하는데요. 이런 자원수출국 움직임은 앞으로 몇 년 더 이어질 수 있어요.”

물가 얘기를 듣다 보니, 금리 전망도 궁금합니다.

지금 특히 중요한 건 연준이 좀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에요. 연준이 분기마다 이사들을 대상으로 서베이 조사를 해서 정책금리 수준이 얼마가 되는 게 적절한지 ‘점도표’를 발표하는데요. 지난해 6월만 해도 점도표에선 ‘2022년 말까지 금리를 안 올린다’고 했어요.”

1년 전만 해도 그랬군요.

“연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죠. 지금 금융시장이 왜 이렇게 불안정하냐. 저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 자체 때문에 불안해한다고 보지 않아요. 불안한 진짜 이유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올릴지가 불확실한 거죠.”

의심과 불안감이 문제군요.

“만약 미국이 정책금리를 3% 또는 3.5%까지 올린다는 기대가 확실해지면 금융시장은 당장 주가에 그걸 반영해서 주가가 빠지고 그 다음부터는 새로운 재료들을 보겠죠. 그런데 왜 계속 연준이 이슈이냐면, 연준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연준이 물가 잡는 것을 우선으로 했는데요. 경기도 챙겨야 하지 않나요?

“원래 챙겨야 할 게 많은데 조정할 변수는 하나밖에 없잖아요. 금리. 이미 방향은 물가를 잡는 쪽으로 정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직면한 인플레가 통상적인 인플레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죠. 경기가 좋아지면서 인플레가 생기는 게 정상인데, 지금은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안 좋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이잖아요. 금리를 올리면 언젠가 물가는 피크를 찍고 진정이 되겠지만 경기는 굉장히 부진해져 있는 상황이 되겠죠.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게 뭐냐. 저는 재정정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기업 실적과 고용상황이 악화돼서 디플레이션(저물가+저성장)으로 빠질 거라는 비관론도 나오는데요.

“올해보다는 내년 하반기가 걱정됩니다. 연준이 금리를 급하게 높이고 있는데, 이게 언제쯤 경제에 부담을 줄지 시기를 보면 내년 하반기~내후년 상반기일 가능성이 있어요. 어쩌면 그때쯤 되면 ‘이젠 경기가 너무 안 좋아’라며 연준의 통화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을 거예요.”

그럼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나요?

“그런데 ‘그게 스태그플레이션이냐’라고 물어보시면 1970년대 오일쇼크 수준의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고물가, 저성장, 일시적인 경기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맞고요. 그 정도로 보고 있어서, 질문 주신 것처럼 디플레이션까지 갈 거라 보진 않아요. 당장 내년 하반기면 경기 둔화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