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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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인도 #알파=영국 #변이 모든 것

요즘 ‘델타 변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말하는데요.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두드러지게 높아 세계적으로 지배종이 되는 과정에 있다”고 우려했죠. 이 델타 변이 때문에 올 가을에 또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제 좀 잡히나 싶었는데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델타 및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쉽게 요약 정리해드리려 합니다.

먼저, 변이 바이러스가 뭐야?

변이(變異ㆍvariation)와 변종(變種ㆍvariant)에 대해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변이는 같은 종에서 성별, 나이와 관계없이 모양과 성질이 다른 개체가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정의되어있습니다. 또 변종은 같은 종류의 생물 가운데 변이가 생겨서 성질과 형태가 달라진 종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변이는 소규모 변형이고, 이런 소규모 변형이 많이 이뤄지면 종 자체가 다른 변종이 된다는 뜻이죠.

왜 변이가 일어나는 거야?

아시다시피 바이러스는 최소한의 유전자와 단백질(일부는 지질을 포함)로 구성된 매우 경제적인 구조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가닥 실로 이루어진 RNA 유전물질이 있죠. 유전 데이터가 변하지 않고 유지되려면 유전 물질이 DNA처럼 두 가닥 이중 나선형태로 안정되어야 합니다. 또 변이가 생길 경우 이를 복구하는 단백질이 함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가닥의 RNA만 있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바이러스 유전자의 돌연변이 속도는 일반 생물보다 무려 50만 배나 빠르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변이가 이뤄졌을 때 바이러스의 독성이나 감염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변이의 종류가 많던데, 델타는 뭐고 알파는 뭐야?

변이의 이름을 짓는 방법을 설명드릴게요. 얼마전까지 언론 기사에서 변이 바이러스를 말할 때 영국 변이, 인도 변이, 브라질 변이 등등으로 표현해왔죠. 혹은 ‘B.1.1.7’ 같은 숫자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언론들이 변이 바이러스 이름을 그리스 문자인 알파(α), 베타(β) 등으로 쓰고 있습니다. 기존의 바이러스와 뭐가 다른지 헛갈려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먼저, 국가명이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에서 사라지게 된 건 WHO가 정한 바이러스의 명명법 원칙 때문입니다. 특정 지역, 사람, 음식, 문화, 직업, 두려움을 일으키는 이름 등은 쓰지 않기로 했죠. 변이가 비록 특정 국가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도 계속 나라 이름을 쓰게 되면 해당 국가가 이 변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인식되면서 영원히 주홍글씨가 찍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도 초반에는 ‘우한 폐렴’, ‘우한 바이러스’로 불리다가 COVID-19로 결정된 거죠.

그럼 델타는 뭔데?

변이 분류법을 말씀드릴게요. 코로나19 변이는 위험성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눕니다. ‘우려 변이(VOCㆍVariant of Concern)’, ‘관심 변이(VOIㆍVariant of Interest)’죠.
이중 VOC는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성이 증가하거나 중증도에 변화가 있는 경우 ▶백신과 치료제 등의 유효성 저하가 확인되는 경우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전파력이 강하고, 항체에 대한 저항도 크고, 병원성도 강한 바이러스를 말합니다. 현재까지 VOC는 4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지정 시기 순서에 따라 그리스 문자 순서대로 명명했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①알파(α): 영국 변이, B.1.1.7
②베타(β): 남아공 변이, B.1.351
③감마(γ): 브라질 변이, P1
④델타(δ): 인도 변이, B.1.617.2

델타가 마지막 변이야?

또 있습니다. VOC보다 덜 위협적인 VOI 변이에도 7가지가 있습니다. 역시 그리스 문자를 지정 시기 순서대로 붙였죠.
①엡실론(ε): 미국 변이, B.1.427
②제타(ζ): 브라질 변이, P.2
③에타(η): 다수 국가, B.1.525
④세타(θ): 필리핀 변이, P.3
⑤로타(ι): 미국 변이, B.1.526
⑥카파(κ): 인도 변이, B.1.617.1
⑦람다(λ): 페루 변이, C.37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 부르기가 좀 어렵네. 어쨌든, 변이가 얼마나 퍼진 거야? 

델타의 전파력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60% 강하다고 합니다. WHO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 세계 80개국에서 델타 변이가 보고됐죠. 영국과 러시아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아직 델타 변이 감염자수가 신규 감염자의 10% 정도지만 41개주에서 보고될 정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피해가 큽니다. 영국 정부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치면서 오는 21일 ‘자유의 날’을 선포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8000여 명까지 치솟자 경제 정상화 조치를 한 달 뒤인 7월19일로 미뤘죠.

변이가 왜 위험한 거야?

델타 변이가 위협 요소가 되는 이유로는 기존 코로나19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 때문입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델타 변이가 코로나19에 한번 감염됐던 사람도 재차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죠. 또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기존 코로나19 감염자와는 다른 증상이 나오거나 무증상 감염자가 더 적을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존 코로나와 변이가 증상이 다르다고?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연구팀은 지난 14일 약 70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자신의 증상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보고하는 ‘조 코비드(ZOE COVID) 증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델타 변이의 주요 증상은 두통이 가장 많았고 인후염, 콧물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의 일반적 증상인 마른기침과 고온, 후ㆍ미각 상실과는 차이가 있죠. 또 다행인 점은 사망자나 중증 환자로 진행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적다고 합니다. 대신 무증상 가능성이 낮아 입원 환자가 많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죠.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뜻입니다.

백신이 델타 변이에 효과가 있는 거야?

다행히 백신 접종으로 델타 변이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은 지난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으면 각각 88%, 60%까지 (델타 변이에 대해) 감염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또 스콧 고틀리브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최근 방송에서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 접종을 완료하면 델타 변이에 약 88% 효과를 보이고, 얀센과 AZ도 약 60%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변이가 나올 때마다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거야?

원론적인, 희망적인 말씀을 드린다면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 대부분은 생존 능력이 약해 그대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어쩌다가 델타 변이처럼 전염력과 생존 능력이 강한 변이가 탄생하면 그 변이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지배종이 되는거죠. 그런데, 바이러스는 숙주에 너무 큰 해를 끼치면 자가번식하기가 어렵습니다. 감염된 숙주가 행동을 제한해서 다른 숙주와 접촉을 줄이기도 하고 자칫 숙주가 사망하면 체내 감염된 바이러스도 모두 사라지게 되죠. 그래서 코로나19는 앞으로도 계속 변이하다가 어느 순간 전염력은 강하면서도 숙주에는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 바이러스로 바뀔 가능성을 내다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치 감기처럼 말이죠. 그 시기가 먼저 올지, 치료제가 개발돼 바이러스가 종식될지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변이 확산의 암울한 소식이 종식으로 향하는 희망적인 과정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