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발송 못한 문자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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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뉴스 #미(국속) #세(가지) #한(인) 뉴스

①마지막 문자

지난해 8월17일 요세미티 국립공원내 시에라 국유림 등산로에서 일사병과 탈수로 숨진 채 발견됐던 한인 일가족 사연을 기억하시는지요? ‘미세한 뉴스’ 코너의 첫 소식중 하나로 소개해드렸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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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정(사망 당시 31세)씨와 남편 존 게리시(사망 당시 45세), 한 살 난 딸 미주와 애견가족이 사망한 당일 행적과 구조 요청 기록이 담긴 셀폰 감식 결과가 일부 공개됐습니다. 간절하게 구조를 바라면서도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 합니다. 안타까운 순간의 기록은 정씨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지 꼭 반년만인 지난 17일 구조 및 사망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마리포사카운티 셰리프국이 공개했습니다.
남편 게리시의 셀폰에서는 이들의 등산 행로를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담겨있습니다. 8월15일 오전 7시44분 정씨 가족은 하이트 코브 등반로(Hite Cove Trail) 입구에서 첫 번째 사진을 찍은 뒤 10시29분까지 등반로를 따라 총 16장을 촬영합니다. 이때까지는 별 이상이 없었던 등반에 문제가 생긴 건 해가 가장 뜨거운 정오 쯤입니다.
게리시의 휴대 전화에서는 오전 11시56분 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려했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릴 도와줘…새비지 런디 등산로에서 하이트 코브 등산로 쪽으로 돌아가고 있어. 아기와 함께 있는데 물도 없고 너무 더워(Can you help us…On savage lundy trail heading back to Hites cove trail. No water or ver(over) heating with baby.)”
부부의 간절함이 담긴 이 문자는 전송되지 못합니다. 셀폰 신호가 수신되지 않는 지역이었기 때문이죠. 게리시는 10분쯤 뒤인 12시9분 첫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마지막 통화를 시도했던 12시35분 이전 5분 사이에는 1분 마다 한 번씩 전화를 겁니다. 뿐만 아니라 구조 전화를 거는 도중이었던 12시25분 이들은 현재 위치가 찍힌 등산앱의 지도도 캡처했지만 이 역시 전송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구조 요청을 시도한 흔적들과 시신이 발견된 모습, 이날 날씨를 종합하면 정씨 가족이 당시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정씨 가족은 사망 이틀 뒤인 17일 오전 9시쯤 문자메시지에 기록된 하이트 코브 등반로에서 발견됐습니다. 게리시는 앉은 채로, 딸 미주는 그 옆에 누운 채였고, 정씨는 좀 더 위쪽 언덕에 쓰러져 있었죠. 현장에서 정씨 가족이 소지했던 85온스 물통은 비어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날 최고 기온은 107~109도에 달했습니다. 문자메시지에 적힌 ‘새비지 런디 등산로’에서 이들이 숨진 채 발견된 ‘하이트 코브 등산로’ 사이에는 그늘이 없고 경사도 심합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들이 숨진 곳은 차를 주차한 곳에서 불과 1.6마일 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땡볕 아래 한살 아기를 업고 험준한 등반로를 헤매던 부부. 그러면서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될거야’라고 서로를 안심시키지 않았을까요.
정씨 가족 조난 사고는 15년 전인 2006년 11월 오리건주 남쪽 산악지역에서 숨진 제임스 김(당시 35세)씨 가족의 사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른 점은 김씨는 폭설 속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졌죠. 당시 김씨는 눈 속에 아내와 두 딸을 차 안에 두고 구조요청을 하러 나섰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김씨가 구조요청을 위해 눈위에 표식으로 벗어둔 옷가지 덕분에 나머지 가족들은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두 딸은 당시 4세, 생후 7개월이었습니다.
김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 역시 정씨 가족과 비슷합니다. 대피소를 불과 1마일 남겨둔 지점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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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코인 사기’ 수사팀장은 한인 여성

법무부가 불법 가상 화폐 사기 수사를 전담할 부서를 신설하고 이 부서 수장에 한인 여성 연방검사를 임명했습니다.
법무부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 가상화폐단속팀(National Cryptocurrency Enforcement Team·NCET) 초대 국장으로 리사 모나코 법무부 차관의 선임자문관인 한인 검사 최은영을 임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창설된 NCET는 가상화폐 사기를 집중 추적해 수사한 뒤 기소까지 담당하게 됩니다.
최 검사는 법무부 내에서 가상 화폐를 포함한 사이버 범죄 수사 전문가로 꼽힙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최 검사는 2007년 연방 검사로 임관했습니다. 이후 미국 최강 검찰 조직으로 평가되는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SDNY)에서 9년간 근무하며 금융 수사, 가상 화폐 범죄 수사를 맡아왔죠.
이 부서의 수사 대상에서 가장 큰 축중에 하나가 북한입니다. 미국은 그간 북한의 해킹 기술이 고도화하며 가상화폐 관련 해킹을 외화벌이의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목해 왔죠.
가상화폐 분석업체인 체인어낼리시스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2년 가상화폐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약 4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해킹했습니다. 해커들은 암호화폐를 빼돌린 뒤 자금을 세탁했는데, 지난해에만 약 9000만 달러의 암호화폐를 세탁해 현금화했습니다. 사이버 공간까지 미치지 못하는 대북 제재의 빈틈을 노려 북한이 가상화폐를 새로운 수익 창출원(캐시카우)으로 활용하는 모양새입니다.

③한인 성형의 기소

3년 전 베트남계 10대 여성에게 가슴 확대 수술을 집도하다 의료과실로 숨지게 해 소송을 당했던 콜로라도주의 한인 성형외과 의사가 기소됐습니다. 18일 뉴욕포스트·CBS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제프리 김(52)씨는  2019년 8월 수술 중 에머린 누엔(18)에 뇌 손상을 입히고 끝내 사망에 이르게한 혐의입니다. 16일 콜로라도 아라파호카운티 셰리프국에 자진 출두한 김씨는 1급 가중폭행과 과실치사 등 2건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누엔의 사망 기사는 미주중앙일보가 이미 3년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사건은 2019년 8월1일 오후 2시에 발생했습니다. 유가족에 따르면 당시 집도의인 김씨와 마취과 보조사 렉스 미커가 수술중 15분 동안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누엔 양은 2차례의 심장마비와 뇌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 사이 의료진은 심폐소생술만 시행했을 뿐 911 신고 등 즉각적인 응급 의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의료진의 911 신고 시점이 심장 마비가 발생한 후 5시간이 지난 오후 7시 30분이었다는 점입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누엔양은 14개월 후인 지난 2020년 10월 끝내 사망했습니다.
수사당국은 당시 수술에 참여했던 마취 보조 간호사 미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중입니다. 미커는 앞서 2007년에도 비슷한 의료 사고에 휘말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BC17에 따르면 당시 폴라하티라는 환자 역시 가슴 확대 수술 중 저혈압과 심장마비 등으로 뇌 손상을 입은 뒤 한 달 후 사망했었죠.
누엔양의 모친 린 팜 씨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술 예상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딸은 나오지 않았고 의료진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만 일관했는데 그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면서 “명백한 의료 과실로 우리 가족은 그날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었습니다. 검찰의 기소로 그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