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코로나=플루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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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로나 #뭐냐고? #지금까지 총정리

연초부터 주변에서 기침 소리를 자주 듣게됩니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감기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기침 소리만 들어도 그 자리가 불편해지죠. 아픈 분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새 변이가 또 등장했고 일명 ‘플루로나(flurona)’라는 독감과 코로나19에 동시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죠. 오늘은 플루로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먼저, 플루로나가 뭐야?

독감을 의미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와 ‘코로나(corona)’의 합성어입니다. 계절성 독감인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동시 감염되는 경우를 말하죠.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 아니라 각기 다른 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신조어가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일 이스라엘에서 독감과 코로나19에 동시 감염된 임산부 사례가 보도되면서 입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이중 질병(double trouble)’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죠. 일부 언론들은 이스라엘 임산부 사례가 세계 최초의 플루로나 감염이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있었단 말이야?

네, ‘애틀랜틱’이라는 매체에 따르면 이미 2년 전인 2020년 2월 미국에서도 동시감염 사례가 보고됐었습니다. 뉴욕의 한 병원에 감기 증상을 호소한 남성 환자가 입원을 했는데 이 남성에게서 독감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몇주 뒤 이 남성의 가족 3명도 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됐던 것으로 확인됐죠. 플루로나라는 단어 자체는 새로운 신조어입니다만, 동시 감염 사례는 이미 그 전부터 보고되어 왔죠. 최근 이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독감 시즌을 통과하면서 동시 감염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염병 학자들은 플루로나를 이전부터 ‘트윈데믹(twindemic)’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왔었죠.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확산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플루로나 감염 상황 말해줘

앞서 말씀드렸듯 이번 독감 계절을 맞아 이중 감염 사례가 이스라엘에서 첫 공식 확인된 이후 전세계에서 잇따라 보고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두 번째 사례가 나왔는데요. 리우데자네이루의 16세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은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모두 맞았음에도 감염됐고 무증상이었다고 합니다. 이어 크로아티아, 헝가리, 스페인, 필리핀 등에서도 속속 보고됐죠. 그러다가 지난 5일 LA에서도 동시 감염 사례가 나왔습니다. 중동, 유럽, 남미를 거쳐 북미대륙까지 상륙한 것이죠.

미국에선 누가 감염된거야? 자세히 말해줘

LA에서 보고된 사례는 10대 소년이었습니다. 5일 LA타임스 등이 보도했었죠. 이 소년은 지난 1일 LA카운티 한 검사장을 찾았다가 감염 사실을 알게됐는데요. 검사장을 찾기전 이 소년은 가족들과 1주일간 멕시코 여행을 다녀왔었다고 합니다. 소년은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증상은 가벼운 편이었지만 소년의 어머니가 다음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죠. 이어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의 병원에서도 플루로나에 감염된 아동 환자가 확인되면서 미국내에서도 플루로나 감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중 감염은 그전부터 있었던 거라며, 왜 올해 많아진거야?

지난해 이맘때를 기억하시겠지만 격리조치가 엄격했었습니다. 당시 독감 시즌에 환자가 적었던 이유죠.
첫 공식 플루로나 사례를 보도했던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 겨울까진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규제의 영향으로 독감 감염자가 예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최근 규제가 완화되면서 독감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저조한 독감 예방 백신 접종률도 독감 환자 증가의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두 질병에 동시에 감염되는 거야?

뉴욕 버팔로 대학의 교수이자 전염병 학자인 토머스 루소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코로나19와 독감 모두 비말을 통해 가장 잘 전파됩니다. 동시에 두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하루는 코로나19에 걸리고, 다음날에는 독감에도 걸릴 수 있습니다. 두 바이러스는 인체내에 다른 수용체를 통해 유입되기 때문에 서로 우월 경쟁을 하지 않죠. 그래서 두 바이러스 모두 감염될 수 있는 것입니다.”

수용체가 뭐야?

바이러스는 체내에 들어오면 사람(숙주)의 세포가 가진 ‘수용체(receptor)’와 부착해 세포안으로 침입합니다. 바이러스 겉면에 튀어나온 돌기들이 숙주세포의 수용체와 열쇠-자물쇠처럼 맞아떨어져 결합할 때에만 세포 안으로 침투할 수 있죠. 그렇게 병원체가 세포 안에 들어가 증식하는 과정을 감염이라고 합니다. 독감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시알릭산(sialic acid)’이 있는 세포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하고, 코로나19는 ‘앤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라는 수용체와 잘 붙습니다. 쉽게 말해 독감와 코로나19는 서로 감염되는 길목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잠깐, 인플루엔자가 뭐야?

인플루엔자는 영어로 ‘영향(influence)’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입니다. 중세 이래 인류를 괴롭힌 호흡기 질병 이름으로 악명을 떨쳤죠.
이왕 언급이 됐으니 잠깐 설명드리자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됩니다. A형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와 조류, B형은 사람, C형은 사람과 돼지에게 감염되죠. 가장 흔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A형입니다.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민들레를 닮았는데요. 타원형 몸체 겉면에 작은 ‘못’과 ‘버섯’이 촘촘히 박혀 있는 모양입니다. ‘못’은 헤마글루티닌(HA), ‘버섯’은 뉴라미니데이즈(NA)라는 표면 단백질을 뜻합니다. HA는 제각각 다른 숙주(감염체) 세포 속으로 들어갈 때, NA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위해 숙주세포를 빠져나올 때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합니다.

어렵다. 그나저나 이중 감염되면 더 위험한거야?

아직까지 그 심각성에 대한 공신력있는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이스라엘 당국도 코로나19와 독감, 두 바이러스의 결합이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사례를 놓고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지난 2020년 영국에선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되면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당시 영국 공중보건국 연구팀이 1월 20일부터 4월 25일까지 코로나19와 독감 검사를 받은 약 2만 명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58명이 두 감염병에 이중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시 감염자들의 사망률은 무감염자의 6배, 코로나19에만 감염된 환자의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었죠. 당시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들 중)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된 환자의 43%가 사망했으며, 코로나19만 걸린 환자는 27%, 독감 환자는 4.8%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독감은 일반 감기와 다르다.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되면, 상황이 심각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이중 감염 증상은 어때?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두 가지 질환의 증세는 비슷합니다. 코로나19 감염 증상은 오한·기침·호흡 곤란·피로감·근육통·두통 ·미각 및 후각 상실·인후염·코막힘·메스꺼움 및 구토·설사 등이 있죠. 독감의 경우 고열·기침·인후염·근육통·두통·피로감·구토 및 설사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루소 박사는  “두 바이러스에 대해 각각 개별 검사를 하지 않고 플루로나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