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코커스’, 미국 역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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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2일 발행된 똑개비 뉴스 225호에서 미국의 권력서열 3위인 연방 하원의장에 대해 이모저모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에서 케빈 매카시 의원을 하원의장으로 지명했는데 무려 15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간신히 하원의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공화당이 다수당이면서도 투표에서 쉽지 않게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매카시 의원이 선출된 배경에는 ‘프리덤 코커스’라는 공화당 내 강경파가 몽니를 부렸기 때문인데요. ‘프리덤 코커스’에 속한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서 버텼고 결국 매카시 의원이 민주당과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들 ‘프리덤 코커스’ 강경파에게 상당한 권한을 양보했더랬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프리덤 코커스’가 선봉에 나서고 민주당이 동조하면서 현직 하원의장이 임기 중 해임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요. 하원은 지난 3일 전체 회의를 열어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된 배경은 연방 정부 예산안 처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연방 의회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이전에 연방 정부 예산을 처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공화당 내 강경파가 가파른 예산 삭감 주장을 굽히지 않아 교착 상태를 이어왔었는데요. 연방 정부 폐쇄, 이른바 ‘셧다운’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매카시 의장은 지난달 30일 민주당과 협상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제외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 처리에 나서게 됩니다. 셧다운 개시를 3시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셧다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안한 선택이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에 민주당의 요구는 대폭 수용되고 공화당 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이들이 매커시 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빅스 하원의원(애리조나)은 임시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엣 트위터)에 “매카시는 자신의 당 대신 209명의 민주당 의원과 함께 조 바이든, 낸시 펠로시, 척 슈머의 정부 지출 수준과 정책들을 유지하는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며 “그가 하원의장으로 남아 있어야 하느냐”고 적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반란을 주도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도 임시 예산안 처리에 대해 “배신”이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정가에서는 그가 싸움닭 같은 모습을 보여도 그의 영향력을 과소 평가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대부분 예상했으나 결과는 달랐습니다.

맷 게이츠 하원의원

그렇다면 ‘프리덤 코커스’는 어떤 성격의 그룹이고 여기에 속한 의원은 누구이며 세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프리덤 코커스는 2015년 공화당 보수파를 중심으로 결성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재정 지출 축소와 세금 감면입니다.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통적인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 성향이 강합니다. 특히 불법 이민에 대해선 초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속 의원은 20~40여명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속해 있는지 명단이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상당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깝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정책적 이견에 대해선 이들을 설득하지 못할 정도로 비타협적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프리덤 코커스는 2015년 3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이민 개혁법을 추진하자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끝까지 승인하지 않으면서 정부를 폐쇄 위기로 몰고 간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해 7월 공화당 출신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오바마에 협력한다며 해임 건의안을 발의 했습니다. 당시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베이너 의장이 물러나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7년엔 의료복지 확대를 위한 이른바 ‘오바마 케어’의 폐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트럼프 케어’에도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바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인 믹 멀베이니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임명해 ‘곳간 열쇠’를 맡겼습니다.

이들의 입김은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221석과 212석으로 하원 의석을 양분하면서 보다 강력해졌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입니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프리덤 코커스 멤버 4명만 반대하면 의결정족수인 218표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즉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런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인데요.
정치 전문가들은 앞으로 프리덤 코커스와 같이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정책 관철을 내세우는 정치 세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도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들 세력이 확대할 경우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