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의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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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기 #다섯가지 알아야할 기사

①파우치 이메일 공개 파문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와 버즈피드 뉴스 등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 1∼6월 주고받은 이메일을 입수해 최근 공개했는데요. 두 매체가 공개한 이메일 분량은 각각 866페이지, 3234페이지에 이릅니다. 공개된 이메일을 놓고 언론들의 해석은 둘로 나뉘고 있습니다.
먼저 그간 그의 노력에 대한 칭찬입니다. 파우치 소장은 하루 평균 1000통에 달하는 이메일을 받았는데요.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그는 최선을 다해 e메일에 답변을 보냈고, 자신을 향한 공격에도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WP는 파우치 소장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답변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대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전했죠.
반면,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특히 2가지 현안에 대해서였죠. 먼저 마스크에 대한 그의 입장 변화입니다. 파우치 소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 작성한 이메일에서 “약국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막기에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다”고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던 그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해 4월 마스크 지침을 수정한 뒤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죠.
언론의 ‘말 바꾸기’라는 지적에 그는 “당시 알려진 과학 지식·데이터의 범위 안에서 내린 판단이었다”면서 “3월, 4월, 5월이 되면서 더 많은 정보가 축적됐고 이에 따라 의견과 권고를 수정하고 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더 논란이 된 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우한 연구소 유출설에 대한 입장입니다. 그는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의 연구에 자금을 댄 미국 비영리단체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의 임원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었는데요. 이 임원은 작년 4월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이 연구소가 아니라 자연기원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CNN은 파우치 소장에게 “이게 당신이 우한 연구소의 연구 배후에 있는 사람들과 너무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뭐라고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터무니 없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바이러스가)연구실 유출이었을 수 있다는 데 대해 전적으로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항상 말해왔고 오늘도 그렇게 말하겠다”고 답해 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죠.
일부 언론들은 그의 입장 번복을 놓고 코로나19가 결국 사기극이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공포 여론을 확산시켜 지난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죠.
과연 그럴까요? 파우치 박사의 말 바꾸기가 ‘정치적 계산’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생명을 우선 순위에 둔 신중한 판단에서 나온 것일까요. 확실한 건 그의 판단이 현재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도움이 됐다는 점입니다.

②매미, 먹지마세요

요즘 워싱턴 DC 거리에는 죽은 매미가 널려있다고 합니다. DC 뿐만 아니라 동부 지역 대부분을 매미 떼가 덮쳤는데요. 17년 주기로 나타나는 ‘브루드 X(Brood X)’라는 매미라고 합니다. 당국은 올 여름 동부지역에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마리의 매미 떼가 출몰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식품의약국(FDA)이 2일 이색적인 경고문을 발표했습니다. FDA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말씀드립니다. 해산물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매미를 먹지 마세요. 매미는 새우, 랍스터와 같은 종류입니다”라고 올렸습니다. 곤충인 매미와 갑각류인 랍스터는 모두 절지동물에 속합니다. 그래서 갑각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매미를 먹을 때 유사한 단백질에 따라 비슷한 알레르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죠. FDA가 이런 경고문을 올린 이유는 매미를 튀겨먹거나 샐러드에 토핑으로 올려 즐겨 먹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메뚜기 튀김의 추억) 또, 매미를 곁들인 스시를 내놓는 식당도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상식 하나 더, 매미가 영어로 뭘까요? ‘cicada’라고 쓰고 ‘시케이다’라고 읽습니다.

③백신 지재권이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에 지지 의사를 밝혔었죠. 이를 놓고 미국 제약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반대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 등 30개 제약사가 가입한 이익단체인 미국제약협회(PhRMA)는 지난 1분기에만 무려 850만달러의 로비자금을 썼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지재권이 뭐길래 제약사들이 이렇게나 크게 반발하는 걸까요.
쉽게 설명드리면 지재권은 특허입니다. 미국에서 통상 약품에 대한 특허는 특허권 제출 당시부터 20년간 보호됩니다. 경쟁 없이 제품 판매에 따른 이익을 독점할 수 있죠. 제약사들은 이 기간 동안 독점 약품의 가격들을 매년 한두 차례씩 인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거대 제약업체들은 엄청난 부를 쌓아왔습니다. 그러니 이 특허를 포기하라는 정부 발표를 제약사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죠.
하지만 제약사들의 지재권 보호 주장 때문에 값싼 복제(제네릭) 의약품 생산과 판매가 가로막혀 저소득 국가 시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백신 분포 상황은 우려스럽습니다. 국제 비영리 보건기구 카이저패밀리재단(KFF)의 3월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자 나라들은 자국 인구의 두 배를 접종시킬 만큼 물량을 확보한 반면(무려 245%) 중·저소득 국가들은 인구의 3분의 1에게 접종할 물량밖에 구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약 7억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했는데, 미국 인구(3억3000만여 명)의 2배 분량입니다.
대형 제약사들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백신을 개발했다는 점을 들어 지재권 보호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공공자금과 수많은 과학자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수준의 백신 개발은 불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화이자, 모더나가 활용하고 있는 mRNA 백신의 핵심 기술은 1990~2000년대 초반 미국국립보건원 연구기금의 지원을 받았던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백신 개발기업들은 지금까지 판매한 백신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지 않았을까요.

④유승준의 지난 20년

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가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두 번째로 낸 소송의 첫 재판이 3일 열렸습니다.
그간 유씨의 소송과 관련해 여러 보도가 나왔는데요. 이번 재판을 쉽게 설명드리면 ‘평등의 원칙’에 관한 것입니다. 유씨는 재판 첫날인 3일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제 첫 입국 거부 처분이 거의 20년이 다 돼 가는데, 과연 20년 동안이나 이렇게 문제될 사안인지 의문입니다.”
구독자분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지난 과정을 되짚어 드리려 합니다.
먼저 유씨는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됐었습니다. 그 후 재외동포 입국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2015년 행정소송을 냈죠. 1·2심은 유씨가 패소했지만 지난 2019년 대법원은 LA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과거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죠. 이후 파기환송심까지 거쳐 재상고심에서 유씨의 승소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유씨가 비자 발급을 신청하자 LA 총영사관은 ‘국가안보·공공복리·질서유지·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했고, 이에 유씨가 다시 소송을 낸 것입니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한 법리 해석을 명확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즉, 유씨 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비자 발급을 허용하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LA총영사관측은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결정하라는 취지였을 뿐 비자를 발급해주라는 뜻은 아니라고 맞섰죠.
이번 재판부는 법리 해석을 하기 전 양쪽에 한가지씩을 주문했습니다. 유씨 측엔 “재외동포에게 한국 입국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의 자유라고 볼 수는 없는데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분명히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LA총영사관측엔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된 사람도 38세 이후에는 한국 체류 자격을 주는데,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지 검토해달라”고 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유씨는 엄연히 미국 시민권자인데 한국 입국이 반드시 허용되어야 한다는 헌법상 증거를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또 총영사관측엔 재외동포법을 근거로 병역을 기피한 사람도 38세가 되면 한국에 살 수 있는데 유씨에겐 왜 그 권리를 주지 않는지 해명하라는 뜻이죠.
개인적인 의견을 물으신다면 이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재판부는 양쪽에 법을 묻고 있고, 양쪽은 법 위의 법감정을 호소하고 있는 듯 합니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와도 논란이 될 듯 합니다.

⑤네타냐후의 추락

지난 뉴스레터에서 가자지구의 비극에 대해 소개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주도해온 사람이 베냐민 네타냐후(71) 총리인 것은 다들 아시죠?
무려 15년 2개월간 이스라엘 실권을 잡아온 네타냐후 총리가 물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2일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기치로 내건 ‘반네타냐후 블록’ 8개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8개 정당은 서로 절대 손을 잡기 어려운 정치 세력들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17석)ㆍ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이 손을 잡은 건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요.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과 네타냐후를 지지해야 할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에 극우 성향의 야미나(7석)까지 가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까지 힘을 보탰죠. 이들 8개 정당이 보유한 의석수는 모두 62석으로, 전체 크네세트(의회) 의석수 120석의 절반이 넘습니다.
1주일 이내에 실시되는 의회 신임 투표 절차만 거치면 이들 정당이 참여하는 ‘무지개’ 연정은 공식화합니다. 사전 합의에 따라 차기 정부 임기 전반기 2년간 총리직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49) 대표가, 외무장관직은 라피드 대표가 맡게 됩니다.
중도를 중심으로 좌우파, 아랍계까지 동거한 연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증거겠죠. 현재 네타냐후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엔 보호막 없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죠.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 년간 고급 샴페인과 시가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네타냐후의 실각을 ‘실정’에만 촛점을 둔다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혼란도 예고됩니다. 먼저 언론들은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측이 연정 확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패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를 장악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이스라엘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죠.
또 반 네타냐후를 외친 정당들이 비록 연정에 합의를 했다고 해도 참여한 정당들의 이념적 지향점이 워낙 다양해 안정적인 정국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혼란이 중동의 화약고에 또 다른 불씨를 촉발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