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고마움의 표시가 부담으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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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행하(行下)’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는 ‘시중을 든 사람에게 주는 돈이나 물건’을 뜻하는데요.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물질로 보상하는 것이었죠. 바로 요즘 자주 이슈가 되고 있는 ‘팁’의 개념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에 도착한 여행객이나 이민자, 유학생들이 가장 어색해하는 관습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팁’ 문화이기도 한데요. 그 차이는 한국에는 거의 없고 미국에서는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니 식당에서는 밥값만 계산하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밥값에 세금까지 별도로 내는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 팁까지 내고 나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오기 십상입니다. 또 처음 팁을 낼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얼마를 주면 되는 것이냐 입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팁은 주고 싶으면 주고, 주기 싫거나 여윳돈이 없으면 주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리고 주더라도 보통 10~15% 정도 수준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팁도 인플레이션에 물들었는지 15~20%는 줘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팁의 인플레 뿐만 아니라 팁과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의 팁에 대한 인식이 변화 내지는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런 느낌은 저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분석을 넘어서 SNS 등을 통해 대중에게 폭넓게 확산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팁에 대한 본질적인 개혁이나 변혁이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이런 변화를 이끈 근본 원인은 자발적인 행동이어야 할 팁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의무처럼 돼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음식 맛이나 종업원의 서비스가 좋지 않아 팁을 내지 않고 업소 문을 나선 경우 식당 종업원이 따라 나와 “왜 팁을 내지 않고 가세요. 팁은 꼭 최소 10% 이상 내고 가셔야 돼요.”라고 강요했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으셨을 겁니다. 팁은 자발적인 행동인데 섭섭하다고 해서 강요하는 것은 손님을 협박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총이나 칼 같은 흉기만 안 들었다 뿐이지 몇 달러 더 얻겠다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요즘은 팁과 관련한 더 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영수증에는 10%도 아니고 15%부터 시작해 30% 정도까지 미리 팁 액수가 계산돼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바로 팁을 더해서 총액을 계산하기 쉽게 하려는 배려에서 이렇게까지 하나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10% 팁도 있었는데 어느새 15%가 최소 팁 금액이 되고 그 액수 이상을 내야 될 것 같은 떠밀림이 계산서에 붙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액수도 사실은 제대로 된 계산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팁은 음식 가격이나 서비스 가격을 기준으로 주는 것인데 계산서에 미리 계산돼 나오는 금액은 세금까지 포함된 전체 가격의 퍼센티지를 계산해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고객들이 세금에까지 팁을 내야 하는 것이죠? 이는 단순 착오인가요? 아니면 일종의 사기인가요? 착오라면 그 주체는 누가되나요? 식당 측인가요, 아니면 카드 결제회사인가요?
또 팁 제도를 악용하는 업소도 있습니다. 일부 식당은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하던 물은 물론이고 식전에 서비스하는 빵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부족해 종업원의 건강보험료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과해도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지금에 와서 팁 문화를 딱 근절시킬 수는 없겠지만 팁 때문에 소비자들이 점차 불편해하고 실제로 더 많이 지출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과 고객 모두 웃으며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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