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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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셰프  # 번째 #추가부양책

● 오늘의 요리: 트럼프의 행정명령
● 요리 재료: 400달러 보너스, 급여세(payroll tax) 유예,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학자금 융자상환 유예

알고 계시죠? 시사셰프는 주요 현안들을 맛있게 요리하는 코너입니다.
오늘 요리 재료들도 다소 딱딱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자수 500만 명을 넘은 상황에서 추가 지원책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슈겠죠. FOX, CNN, LA타임스, USA투데이, 포브스 등 주류 언론들의 분석을 최대한 쉽게 요리합니다.(쉽게 설명하기가 이렇게나 어렵구나 절감중)
원문보기 FOX    CNN   LA타임스   포브스

왜 발표한 거야?
8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조치는 예고된 일입니다. 추가 경기부양책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간 11일간 끌어온 협상이 전날인 7일 끝내 결렬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의회 승인이 필요없는 행정조치라는 우회 전략을 선택한 겁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위헌의 오물 진창(Unconstitutional Slop)”이라고 극렬히 비난했죠.

왜 시끄러운거야?
쌈박질만하는 의회를 제치고 대통령이 국민 지원책을 발표한 건 언뜻 과감한 결단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일 잘하는 대통령의 발목을 민주당이 또 잡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 뭐가 문젠데? 
먼저 위헌 소지로 법적 공방이 예상됩니다. 또 양당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시행하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안건별로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① 400달러 보너스
실업수당외에 추가로 지급되어온 600달러 보너스가 7월로 종료됐죠. 의회가 금액과 연장 여부를 결정못했으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이 보너스를 200달러 줄인 400달러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문제점 하나, 권한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월권입니다. 세수 지출법은 헌법이 정한 의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 아시죠?)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의회가 만든 세출입 법안에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순 있지만 세금 지출을 명령할 법적 권한은 없습니다.(설마 몰랐던건 아니겠지
문제점 둘, 주정부 돈이 없다
위헌소지를 잠시 젖혀둔다 해도 현실적 장애물이 여럿입니다. 대통령의 400달러 지급에는 조건이 있죠. 300달러는 연방정부가, 25%인 100달러는 각 주정부가 지급해야 합니다. 주정부가 이 조건에 합의해야만 400달러 보너스를 주민들이 받을 수 있죠. 그런데 현재 주정부들의 주머니는 바싹 말라 지원금을 줄 여력이 없는 곳이 많습니다. 이미 10개주가 연방정부로부터 200억 달러를 빌린 상태라고 합니다. 
문제점 셋, 한 달이면 다 쓴다
대통령이 말한 지원금 재원도 문제입니다. 보너스를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재난구호기금 440억 달러로 주겠다고 했는데 이 돈으로는 한 달 남짓 정도 버틸 뿐입니다. 한번 계산해볼까요. 지난 7월까지 600달러 보너스를 받은 실업자가 최소 2500만 명이랍니다. 이들에게만 주당 300달러씩 총 75억 달러를 매주 지출해야하니 5~6주 정도면 바닥날 금액이죠. 재난지원금을 다 쓰고나서 만약 허리케인이 덮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외국의 원조를 받아야할 수도
문제점 넷, 지급시스템 없다
이 모든 문제들을 다 무시한다 해도 결정적인 난관이 있습니다. 의회를 거친 예산이 아니기에 연방노동청의 지급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각 주정부들이 새 지급관리시스템을 자체 개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도 적체된 실업수당건을 해결하느라 헉헉대는 주노동청들이 새 시스템을 개발할 여력이 있을까요. (안봐도 비디오)

결론: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돈이 뚝딱 지급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결국 말뿐인 명령이 되겠죠.(400달러 받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② 급여세(payroll tax) 유예
직원 월급에서 매달 공제되는 급여세를 올해 연말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입니다. 수혜 직원은 연봉 10만 달러 이하, 2주분 급여가 4000달러 이하라고 합니다. 대통령은 한발 더 나가 “재선된다면 유예된 급여세를 탕감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문제점 하나, 소셜연금 타격
급여세의 6.2%는 소셜시큐리티로, 1.45%는 메디케어 재원으로 활용됩니다. 급여세를 탕감한다면 노후 소셜연금과 의료보험 재원이 줄어들겠죠. 초당파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급여세 유예 조치가 내년까지 계속된다면 소셜연금 신탁기금이 2029년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9년 뒤 연금 수령자는 현재보다 31%를 적게 받게된다고 합니다. 
문제점 둘, 실제 혜택이 없다
대통령의 의도는 유예된 급여세를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돌려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유예된 것이지 탕감이 아닌 상황에서 어떤 고용주가 급여세를 직원들에게 돌려줄까요. 연말이면 어차피 다 내야하는 세금인데요. 
문제점 셋, 탕감? 어렵다
그렇다면 대통령 말처럼 급여세를 탕감해줄 수 있을까요? 말씀드렸다시피 세금 지출은 의회가 법안으로 만듭니다. 대통령에겐 법적 권한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설사 탕감할 의지가 있다해도 의회를 거쳐야 된다는 뜻이죠.
 
③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중단’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중단 명령이 아닙니다. ‘연방지원주택 거주자에게 퇴거 혹은 차압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담당부처가 숙고하라(consider)’고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코로나19의 추가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라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문제점: 디테일이 없다
이 역시 구체적 지원책은 없는 셈입니다. 지난 7월25일로 종료된 CARES 법안의 경우 주택융자금을 내지 못해도 연체료나 퇴거시킬 수 없다고 못박은 것과 대조됩니다.
 
④ 학자금 융자상환 유예
현행 9월30일까지인 유예 기간을 연말까지 3개월 더 연장하는 조치입니다. 대통령의 4가지 행정조치중 유일하게 의회의 예산 통과가 필요없죠. 
 
문제점: 사설 금융업체 제외
수혜 대상이 ‘연방 교육청이 준 융자’로 되어 있습니다. 은행 등을 통해 받은 융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래서 이제 어떻게 돼?
현재로서는 시행 여부는 물론 시행 시기도 알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이 당장 소송을 걸 기세니 말이죠. 더군다나 공화당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벤 새스 상원의원은 “책상 머리에서 행정명령으로 법을 만든다는 것은 위헌의 오물 진창(Unconstitutional Slop)”이라고 펠로시 의장과 똑같은 단어를 써서 강도높게 비난했습니다. (링크)  
될지 모를 조치를 왜 한 거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뭔가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이번 행정조치는 국민에게 ‘난 한다면 하는 대통령’이라는 강한 리더십의 인상을 심어줄 수 있죠. 또, 잃을 게 없는 행정조치입니다. 민주당에 소송을 당한다고 해도 거꾸로 민주당이 국민 지원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울 수도 있죠. 대통령의 의도는 선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일련 조치들의 실현 가능성을 분명히 따져봤을 텐데요. 불분명하다는 것을 알고도 발표했다면 가뜩이나 팍팍한 삶을 사는 국민에게 희망고문을 한 거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은 아마 400달러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철석같이 믿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