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법이냐 국민감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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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재판 시작

사상 최초의 ‘정치극’이 오늘(9일)부터 시작됩니다. 의회가 법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피고는 역대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탄핵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죠. 정치극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공화당의 주장처럼 ‘민주당이 제기한 정치적 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번 탄핵 심판은 설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로 판명된다고 해도 정치적 타격외에 별도의 제재가 없는 ‘정치 재판’이기 때문이죠. 탄핵심리 절차와 예상 다시 한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정확하게 뭐야?

간단히 말씀드리면 ‘내란 선동(incitement of insurrection)’ 혐의입니다. 지난달 6일 폭도들의 의회 난입사태에 대한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겁니다. 탄핵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민주당 탄핵소추위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이후 2개월간 선거가 사기라면서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동을 부추겨왔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난입 사태 직전 의사당 근처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싸워라(fight like hell)”라고 말했죠. 흥분한 군중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준 절차를 진행중이던 의사당으로 쳐들어갔고, 5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정치극 등장 인물들 소개해줘.
말씀드렸듯 검사 역할은 민주당 하원의원 9명으로 구성된 탄핵소추위원들이 맡습니다. 주 검사는 3선의 제이미 래스킨 의원입니다. 이번 탄핵소추안 작성에 참여했죠. 헌법학자로 25년간 교수로 재직했었죠.

변호사는? 
변호사는 앨러배마의 인권 및 형법 전문 데이비드 숀 변호사와 펜실베니아주 전 카운티 검사인 브루스 캐스터 변호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숀 변호사는 엄격한 유대교인입니다. 금요일에 재판을 진행하다 해가 지면 안식일을 지킬 수 있도록 심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판사 역할은 누가 맡아?
공화당이 가장 반발했던 사안이기도 합니다. 재판장은 현직 대통령의 경우 연방 대법원장이 맡지만 퇴임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선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장이 아닌 민주당의 패트릭 리히 상원의장 대행이 주재하기로 결정됐습니다. 리히 의원은 올해 80세 8선 의원으로 가장 오래 재임 중인 상원의원이며 법사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배심원단은?
탄핵 심판에선 100명의 상원 의원들이 배심원 역할을 합니다. 형사재판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유무죄 여부를 평결하죠.

유죄 평결 나올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유죄가 나오려면 100명중 3분의 2 즉, 67표가 필요합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50:50 의석을 나눠가진 상황에서 민주당 주장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가 되려면 공화당 50명 의원중 이탈자가 17명이 나와야 하죠. 지난달 26일 상원에서 탄핵과 관련된 첫 표결이었던 기각안 심의가 있었는데요. 그때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은 5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유죄 평결은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럼 재판 하나마나 아냐?
이미 결과가 뻔한 재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심리가 진행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죠. 이유는 검사 역할을 맡은 소추위와 변호인단의 법정다툼은 서로 완전히 상반된 접근 방식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다른데?
이번 재판의 쟁점은 내란 선동 혐의가 아니라 사실 헌법에 대한 해석이 먼저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기소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합니다. 임기를 마친 전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죠. 헌법에 명시된 탄핵의 목적은 “대통령 혹은 공무원이 향후 국가에 더 큰 해악을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해 파면하는 것”인데요. 이미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자연인이 된 트럼프는 공직자가 아니니 국익에 해를 끼칠 사유가 없어 탄핵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전략은 공화당 의원들이 무죄를 평결할 명분을 주게되죠.

무슨 소리야?
아시다시피 의회 난입 당시 피해자들 중 하나가 상하원의원들입니다. 당시 폭도들이 의사당에 쳐들어오는 바람에 의원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죠. 그래서 상당수의 공화의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탄핵에서 유죄표를 던지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자신들을 뽑아준 공화당 지지자들을 저버리는 행위가 됩니다. 그러니 공식 입장을 밝히기 껄끄러운 내란 선동에 대한 책임 보다는 헌법상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 더 편하죠.

소추위는 어떻게 접근한다는거야?
트럼프 변호인단이 철저하게 법조항에 입각한 전략이라면 민주당 소추위원들은 ‘법감정’과 공감에 호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난입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 증언들을 의회에서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사진 속의 폭도들은 ‘트럼프’라는 단어가 적힌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있겠죠. 그리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당적을 떠나 동료 의원으로서 당시 소름끼쳤던 경험에 호소하고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내란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전략이죠. 소추위의 예상 발언은 이렇습니다. “우린 당시 공포에 질린 채 의사당에 갇혀있었습니다. 폭도들이 입구를 부수려할 때 책걸상으로 막고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죠. 이중에는 당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안부 인사를 했던 의원들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누구 때문에 이런 비극이 벌어졌었는지 다들 여러차례 자문했을 겁니다. 누구 때문이었을까요?”
아마도 이 말을 끝낸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fight like hell”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틀지 않을까요.

탄핵 재판 절차 어떻게 진행돼?
심리는 9일 양측의 모두 진술(opening statement)로 시작합니다. 양측은 16시간씩 공격과 방어를 할 시간이 주어져 모두 32시간 동안 토론이 진행됩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토요일인 13일 심리를 생략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14일엔 양측 토론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죠.

평결이 나오려면 얼마나 걸려?
아직까지 확실치 않습니다만, 속전속결로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토론 종결 후 별도의 증언 청취가 없고 추가 심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르면 14일, 늦어도 내주 초에는 탄핵 찬반 표결이 가능해진다는 뜻이 됩니다. 이에 따라 길어야 다음주면 종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당이 유죄 여부에 대한 입장은 정반대지만 빨리 끝내자는 의견만큼은 같습니다. 다만 이유는 다르죠.

어떻게 달라?
민주당은 탄핵심리 때문에 코로나19 지원 예산안, 각료 인준청문회가 지연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중인 국정 어젠다가 전임 대통령 탄핵 정국에 함몰될까 걱정하죠. 공화당 역시 극우세력에 의한 의사당 난동 사태로 보수세력이 비난받는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길 원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뭐래?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상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느냐는 질문하자 “상원이 해결하게 놔두자”고 했답니다.

여론은 어때?
트럼트 전 대통령의 유죄 여부에 대한 민심은 거의 양분되어 있습니다. 갤럽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2%가 유죄판결에 찬성했고 45%가 반대했습니다. 지난해초 첫 번째 상원 탄핵심판을 앞두고 46%는 유죄 판결에 찬성, 51%는 반대했던 것에 비하면 유죄라고 보는 이들이 다소 늘어났죠.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론의 양극화는 심각합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89%가 유죄, 7%만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정반대입니다. 10%만 유죄라고 했고 88%는 반대했죠.

무죄로 결정되면 그 다음 절차는 뭐야?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향후 공직 출마를 금지하는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정헌법 14조(기억하시죠 50호 뉴스레터?)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50호 뉴스레터보기

특히 3항의 내용인데요. 아래와 같습니다.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할 경우 누구든지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No person shall be a elector of President…shall have engaged in insurrection or rebellion against the same, or given aid or comfort to the enemies thereof.)”

탄핵 유죄평결도 어려운데, 이게 되겠어?
탄핵심판의 유죄에 필요한 정족수는 67표지만 이 조항의 표결은 과반인 51표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통과될 수 있죠. 아시다시피 현재 양당 의석이 50:50인 상황인데요. 상원의장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소속이라 표결을 행사하면 민주당 50표에 1표가 더해져 찬성 51표로 가결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