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 형사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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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한국 정치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 미국에서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인데요. 그런 만큼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습니다. 4일 TV방송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프리웨이를 타고 법원으로 향하는 장면을 생중계할 정도였습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모두 34건의 각종 혐의가 적용됐는데요. 일반에게는 ‘성추문 입막음’을 위해, 관계를 가졌다는 포르노 여배우에게 발설하지 않는 명목으로 13만 달러를 줬다는 내용만 크게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장부 위조와 관련한 혐의가 12건, 돈 지급 수표 발행과 관련한 혐의 11건, 그리고 청구서 위조 혐의 11건 등, 그래서 모두 34건의 혐의가 적용된 것입니다. 트럼프는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용 돈을 여배우에게 전달했고, 이를 회사 자금으로 변제하면서 회계 장부에는 법률 자문으로 기재하는 방식 등으로 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 측은 이런 행위는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해 선거에서 불리한 정보를 감추려고 한 것으로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법조계나 정치권에서는 그런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른바 심증은 있으나 확실한 물증이 없을 경우 피의자가 빠져나올 구멍이 많다는 해석입니다. 특히 선거법 위반과 연결하는 것은 더 쉽지 않을 겁니다.

정치권과 국민은 이번 일과 관련해 극명하게 양분되는 모습인데요. 공화당은 한 목소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정치적 혐의를 적용해 민주적 절차에 개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의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이번 기소는 부당하며 전적으로 정치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친트럼프계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모두가 불의와 부패에 맞서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적법한 법의 집행에 따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대표는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과 법에 기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의 사법체계에서 어떠한 외부 개입이나 위협이 자리할 곳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LA 출신인 애덤 쉬프 하원의원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야 한다”며 “가장 강력한 사람 역시 책임을 져야 하고,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기로 약속한 듯 합니다. 괜히 잘못 말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하면서 침묵을 선택한 느낌인데요.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그는 4일 뉴욕 맨해튼 법원에 출석해 이른바 기소인부절차를 받았는데요. 이미 예상했던 대로 이 자리에서 34건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구요.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로 돌아간 뒤 연설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무죄를 강력하게 전달했습니다. 30분이 채 안 되는 길이였는데요. 그는 “이런 일이 미국에 일어날 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내가 범한 유일한 범죄는 이 나라를 파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두려움 없이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이 사안을 본 모든 사람이 범죄가 없고 기소되지 않았어야 한다. 심지어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가 선거로 자신을 이길 수 없으니 법을 사용해 공격하려 한다면서 “이 나라는 쇠퇴하고 있고,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들이 법을 이용해서 선거에 개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는데요. 구체적으로 2020년 대선 당시 선거 개입 여부를 수사 중인 조지아주 검찰, 또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발견된 기밀 문서와 관련한 특별 검사의 수사 등을 거론하며 이는 자신의 대선 출마를 위협하는 시도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규모의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당시 경합지였던 조지아에서 간발의 차로 패배하자 2021년 1월 초 당시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마라라고에서는 대통령직을 물러나면서 반출한 100건이 넘는 다량의 기밀문서가 발견돼 이에 대한 특검의 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이외에도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트럼프가 배후에서 선동하며 사실상 조종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선거에 다시 출마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의 재판 결과는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고 미국 사회는 트럼프와 반트럼프로 갈려 극심한 혼란에 빠져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트럼프가 자신에게 불리한 재판 결과가 나오게 되면 이를 다시 민주당 측이 자신을 떨어트리기 위한 조작된 음모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며 대중을 선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정치가 피비린내 나는 보복정치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당한 쪽에서 권력을 잡으면 예전에 당한 것 이상을 돌려주려는 보복심리가 어떤 형태로든 표출되기 십상이니까요.

다음은 참고로 2000년 1월부터 올해인 2023년 3월 31일까지 기간에 전 세계에서 전 국가 지도자가 퇴임 후 기소되거나 징역형이 내려진 나라가 짙은 색으로 표시된 세계 지도입니다. 한국이 당연히 포함돼 있고 미국도 새롭게 검게 칠해졌습니다.

한편 뉴욕의 재판 결과와는 상관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헌법에는 대선 출마자의 자격 요건으로 미국서 태어난 시민권자, 35세 이상, 미국에 최소 14년 이상 거주만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 중이거나 심지어 유죄 평결을 받아도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있고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문제는 미국 역사의 아주 중요한 분기점으로 영원히 밑줄 쫙으로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