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불편한 진실

85

#백신이 다 해결  #장밋빛 환상

‘정 기자, 도대체 코로나 언제 끝나?’

만나는 분마다 이런 질문을 하셔서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무리 기자라도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대부분의 답은 백신으로 몰립니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만 참자’하고 마치 주문처럼 외울 수밖에 없죠. 그 희망은 지난 11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면서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백신이 나오면 코로나가 사라질까요?
찬물을 끼얹는 말일 수 있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백신의 완성이 일상으로의 복귀를 뜻하진 않습니다.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의 발표, 전문가들의 인터뷰, 주류 언론의 기사를 참조해 백신의 허상을 따져보겠습니다.

“백신의 완성은 사태 종식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걸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맹목적 약속을 믿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칸타 수바라오 세계보건기구 독감센터국장 

백신, 대선 이전에 나온다던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11월3일 대선 이전에 준비(ready)될 것”이라고 했죠. 원문보기
그런데, 전문가들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왜 불가능한 건데?
 
안전성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말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중인 백신 후보는 165개인데요. 이중 27종이 사람을 상대로 임상실험에 들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안정성을 최종 확인하는 마지막 3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해요. 러시아 백신은 이 3단계를 건너뛰었기 때문에 약효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푸틴 딸도 맞았다는데 제발 괜찮기를)

그럼 임상 3상은 언제 끝나?
 
3단계중 가장 대규모이고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부터 최소 2개월은 더 있어야 합니다. 현재 3상 단계에 있는 6종 중 모더나를 예로 들어볼까요. 모더나는 9월 말까지 3만 명을 실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까지 5000여 명만 자원했다고 합니다. 설사 9월 말까지 3만 명을 다 모은다고해도 11월3일 대선 전까지는 참가자들을 다 접종시키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왜 어려운건데?
 
접종 과정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은 2개 약제로 구성됩니다. 러시아 백신 사진을 보면 뚜껑이 빨간색, 파란색으로 나눠져 있죠? 1차 접종분은 면역체계를 작동시키고, 2차 접종분은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합니다. 모더나 역시 마찬가지죠. 1차 접종 후 28일이 지나 2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뒤 2주 정도 더 기다려야 실제 효능과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취임일(1월20일)에야 임상효과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들 합니다.(결국 영광의 열매는 취임하는 대통령 몫)

그럼 내년 1월이면 나와?
 
그것도 어렵습니다. 대량 생산에도 시간이 필요하죠. 2009년 상황으로 돌아가 볼게요. 팬데믹 종식을 위해 백신 개발에 돌입했던 가장 최근 사례가 H1N1이라는 신종플루입니다. 돼지독감이라고도 했죠. 대부분의 독감 백신은 달걀에서 바이러스를 증식시켜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H1N1은 특이하게도 달걀에서 잘 자라지 않았죠. 그래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대량 생산 후에는 1회 접종분을 수억개의 작은 약병에 나눠 담는 공장 설비도 필요합니다. (미국 인구가 3억3000만 명인 건 아시죠?)

만들었다고 치고, 또 문제가 있어?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가 있죠. 배포 시스템입니다. 2009년 돼지독감 당시는 연방정부가 백신을 사서 주, 시보건국에 배분했습니다. 그런 뒤 병원, 회사, 학교, 약국 등에 보내 일반인들이 맞도록 했죠. 11년이 지나 그 네트워크를 다시 가동시키는 것도 시간이 걸립니다. 또 당시 접종 우선순위는 H1N1에 취약한 아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그 반대입니다. 성인들이 더 위험하죠. 접종 우선 순위도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역별, 의료기관별, 인종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죠.
 
병원에 백신이 배포되면 다 해결된 거야? 

또 문제가 있습니다. 약효죠. 백신을 맞는다고 100% 예방되지 않습니다. 지금 개발 중인 1세대 백신들은 속도에 치중하느라 효능을 양보했습니다. FDA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예방 효과가 50%만 넘으면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받을 수 있습니다. 백신을 맞는다고 코로나19에 다시 안 걸린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죠.
 FDA 가이드라인 원문
 
그래도 맞는 게 낫잖아?

맞습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은 사회적 논란을 부릅니다. 의무화하기 어렵죠. 마스크 착용처럼 개인의 선택이라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나올 겁니다. 12일 갤럽이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3명 중 1명 이상(35%)이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맞지 않겠다고 하네요.(대체 무슨 배짱들인지갤럽 설문조사 원문
정치 성향이 그 배경입니다. 접종하겠다는 답변은 민주당 지지층이 81%인데, 공화당 지지층은 47%라고 합니다.
내가 백신을 맞아도, 남이 맞지 않으면 감염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2000년 미국이 종식을 선언했던 홍역이 지난 2015년 다시 창궐했던 이유죠.

그래서 결론이 뭐야

전문가들은 위의 이유들 때문에 안전한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최소한 4개월은 더 기다려야 할 거라고 하네요. (제발 크리스마스 때는 가족이 모일 수 있길)
마지막으로 존스홉킨스 면역연구소의 루스 캐런 소장의 발언으로 백신에 대한 결론을 낼까 합니다.

“현재로서 백신은 시기, 효과에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하지만 백신 완성 후 바이러스가 끝날까를 묻는다면 답은 No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백신으로 팬데믹은 끝낼 수 있겠지만 바이러스는 계속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