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약 논란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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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약 #논란의 진실은

7일 세계 제약업계가 들썩였습니다. 식품의약국(FDA)이 18년 만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승인하면서죠. ‘애드유캔유맵(aducanumab)’이라는 성분의 약인데요. 이날 신약 승인은 알츠하이머 치료 분야의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종전의 약들이 증상을 완화하는데 그쳤다면 이 약은 발병을 멈추거나 병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이기 때문입니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미국에서만 600만 명,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명에 달합니다. 신약은 환자는 물론 그 가족들에게도 희소식이 되고 있죠.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이 약의 효능과 부작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FDA의 승인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소식 쉽고,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어떤 약이야?

미국 ‘바이오젠(Biogen)’과 일본의 ‘에자이(Eisai)’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약입니다. 앞으로 ‘애드유헬름(Aduhelm)’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합니다.

치료 원리 설명해줘

다소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겠지만 천천히 읽어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의 유력 가설이 있습니다.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라는 해로운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단백질 덩어리(플라크ㆍplaque)가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생긴 독이 신경세포를 망가뜨려 알츠하이머병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아밀로이드-베타는 모든 사람의 뇌에 다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든 이것이 뭉치면 알츠하이머병이 생기게 된다고 하는데요. 신약은 뇌 속에 생긴 이 단백질 덩어리에만 달라붙어 이를 제거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뇌세포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아 사고력이나 기억력도 악화하지 않는 원리입니다.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어?

임상실험 대상자들이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주로 증상이 약한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FDA의 승인 가이드라인엔 질병 초기 환자에게만 사용을 권한다는 제한이 없습니다. 대신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 목적(for the treatment of Alzheimer’s disease)’이라고만 했죠. 중증 환자에게도 투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약인 거 같은데 왜 논란인 거야?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인데요,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바이오젠의 임상시험으로 보면 이 신약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바이오젠은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다가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중간평가가 나오자 2019년 3월 임상을 중단했죠. 그러다 7개월 뒤인 그해 10월 3상 임상 참가자 중 일부에 이 약의 용량을 높여서 투여했더니 효과가 나타났다는 후속 분석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를 근거로 FDA에 승인 허가를 신청하죠. 처음엔 효과가 없다고 했다가 일부 환자에게 투여량을 바꿨더니 효과가 있었다는 식의 시험 결과는 의구심을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불치에 가까운 질병의 치료제에 대한 평가는 다른 약보다도 더 엄격해야 하는데 말이죠.
②말씀드렸듯 질병 원인에 대한 가설이 아직 학계의 정설은 아닙니다.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없애면 알츠하이머병을 고칠 수 있다는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은 아직까지도 논란입니다. 여러 임상시험에서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뇌에서 없애도 병이 악화됐기 때문이죠.
③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부작용입니다. 2건의 임상 시험에 참가한 환자 중 40%에게서 뇌가 붓는 증상이 나타났죠. 이로 인해 두통, 어지러움, 시력 장애,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또 17~18% 환자에게선 뇌의 미세 출혈이 나타났죠.

부작용이 있는데도 승인을 한 거네?

그렇습니다. 승인 여부를 놓고 FDA의 자체 과학자문위원회에서조차 강한 반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패트리지아 카바조니 FDA 약품평가·리서치 부문 국장은 “신약이 실제로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도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위험보다는 전반적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FDA는 신약 승인에 한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임상 3상까지만 마친 상황에서 임시 승인을 한 것이라 임상 4상 후속 연구를 진행해야합니다. 이 조치는 4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약을 퇴출시킬 수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FDA의 승인이 제약사 배불리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7일 바이오젠의 주가는 장중 한때 60%까지 치솟기도 했죠.

부작용 감수하고라도 투약하면 완치는 되는 거야?

완치는 되지 않습니다. 또 이미 진행된 병을 되돌리지도 못하죠.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병세를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실 이번 승인은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잡으려는 환자나 가족들의 로비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들로 구성된 알츠하이머협회는 FDA의 신약승인을 두 손 들고 환영했죠. 해리 존스 알츠하이머협회장은 “이번 승인은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승리다”라고 말했습니다.

투약 어떻게 해?

4주마다 한 번씩 정맥주사로 투여합니다. 약을 다 맞으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약을 맞기 위해선 MRI를 제출해야 합니다. 뇌속의 아밀로이드-베타 분포 상태 등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죠. 7번째, 12번째 투여 전에도 경과를 알수 있도록 MRI를 제출해야 합니다.

가격이 비쌀 텐데

그렇습니다. 무척 비쌉니다. 바이젠에 따르면 투여량은 몸무게에 따라 다른데요. 매년 투여비용은 5만6000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제약사가 내놓은 가격이기 때문에 환자의 보험 종류에 따라 환자 부담금이 달라질 수 있겠죠. 알츠하이머가 노인성 치매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메디케어 파트 B’로 약값을 부담하게 되는데요. 아직까지 메디케어측은 이 약 값을 얼마나 보조해줄 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 보험인 시그나(Cigna)는 3만 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잠깐만, 알츠하이머나 치매나 같은 거 아닌가?

먼저 치매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영어로 ‘디멘시아(dementia)’라고 합니다. 인지 기능의 장애로 인해 일상 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질병이죠. down을 뜻하는 접미사 de와 정신을 의미하는 mental, 병명에 사용되는 ia를 조합한 말입니다. ‘정신 수준이 낮아진 질병’이라는 뜻입니다.
흔히 치매를 단일 질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치료법도 서로 다릅니다. 그 종류 중 하나가 알츠하이머형 치매입니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70%를 차지하는데요. ‘퇴행성 피질성 치매’라고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지적 능력을 담당하는 대뇌의 겉부분인 피질이 손상돼 지적 능력을 상실하는 것을 말합니다. 서서히 발병하고 서서히 진행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하는 특징이 있죠.

한 가지만 더, 치매와 건망증은 어떻게 달라?

저도 자꾸 깜빡 깜빡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거나 하는 경우죠. 최근에 기억력이 나빠져서 혹시 치매가 아닌가 불안한 분들 있으실 텐데요. 차이점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임상적으로 치매는 뇌 세포에 고장이 생긴 질병이고, 건망증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일상생활에서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본인이 기억력 상실을 인지하고 있느냐 여부입니다. 건망증 환자는 잊어버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치매환자는 잊어버린 것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건망증은 기억된 것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잊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은행 예금통장을 어디다 뒀는지 까먹었다거나 중요한 약속을 깜빡 잊어버린 경우죠. 하지만 치매 환자는 과거에 자신이 경험했거나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을 전반적으로 모두 잊어버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은행 예금통장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거나 중요한 약속을 한 것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