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최종병기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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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인준 #청문회 아닌 #대선 전쟁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에이미 코니 배럿(48)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연방공휴일인 콜럼버스데이(12일)에 시작됐습니다.(남들 놀때 쉬지 못하는 똑개비)
15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청문회는 사실상 후보 검증의 자리라기보다 양당의 표심 홍보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입니다. 오늘(14일)로 대선은 꼭 3주 남은 상황입니다. 인준 청문회의 의미, 앞으로 남은 절차, 파장, 객관적인 후보자 자질 평가 기준인 배럿 지명자의 경력까지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LA타임스 기사 원문   CNN 기사 원문   FOX 기사 원문보기

 

대법관 인준 청문회가 왜 중요한 건데?

17호 뉴스레터에서 ‘대선 뇌관된’ 대법원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해드렸죠.  17호 뉴스레터 보기
대법원의 균형 때문이에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미국 국내 현안은 물론 국제 정세가 급변할 수 있습니다. 9명의 대법관은 스스로 사임·은퇴하거나 범죄 행위로 인해 탄핵받지 않는 한 헌법에 의해 종신까지 임기를 보장받습니다. 지난달 18일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이 별세하면서 현재 진보 성향의 대법관은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3명만 남았습니다. 만약 배럿이 인준된다면 보수 성향 대법관은 6명이 되죠. 긴스버그 대법관 생전에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유지되어온 대법원의 정치적 균형이 보수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게 됩니다. 특히 이번 대법관 인준 청문회는 미묘한 시기 때문에 더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이 왜 미묘한 시기야?

말씀드렸듯 대선이 코앞입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전국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서는 집토끼인 보수표의 분산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긴스버그 대법관이 별세한 지 불과 8일만인 26일 보수 성향의 배럿을 후임으로 지명했습니다. 대법관 인준권을 가진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일사천리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민주당이 왜 반발한거야?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입법기관이 사법기관에 영향을 행사해 대선에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이죠. 이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점은 역대 어느 대법관도 대선을 이렇게 가까이 두고 지명된 적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2016년 공화당의 대법관 인준 결사 저지했던 내로남불의 행동 때문이죠. 당시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 별세로 빈자리를 채워야 했는데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후임으로 메릭 갈랜드를 지명했지만 당시에도 상원을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의 반대로 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했어요. 대선을 10개월 앞둔 상황이라는 이유로 다음 정권에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결국 공화당의 뜻대로 그 공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이 채웠습니다. 4년전 매코널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2016년 대선을 10개월 남겨둔 당시에는 대법관을 인준하면 안 되고 올해 대선을 한달 앞둔 상황에선 인준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요. 민주당이 ‘위선적(hypocritical)’인 행태라고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정치판 내로남불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민주당이 인준을 막으면 되잖아?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재 상원의원 100명 중 53명이 공화의원입니다. 인준이 통과하기 위해선 51표가 필요하죠. 현재까지 공화의원 2명(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이 인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나머지 51명의 공화의원들중 1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역시 선거 때문입니다. 내달 3일 선거에서는 차기 대통령뿐만 아니라 상원의원도 뽑습니다. 인준 청문회 첫 관문인 법사위원회 소속 22명 의원중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을 포함한 공화당 소속 4명이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합니다. 보수층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죠. 민주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 청문회를 보이콧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역풍이 만만치 않을거라는 분석이 나왔죠. 2018년 브렛 캐버노 대법관 인준과정에서 공화당과 맞섰다가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뼈아픈 경험이 있어서에요.

 

그럼 이미 답은 정해진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죠. 12일 그레이엄 법사위원장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는 “이번 청문회는 양당이 서로 설득시키는 자리가 아니라 드라마틱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모든 공화의원은 Yes를, 모든 민주의원은 No를 던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청문회는 왜 여는거야, 1200달러나 빨리 줘)

 

그래서 민주당의 전략은 뭐야

민주당은 인준 저지를 포기하는 대신 청문회를 표심 홍보장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청문회 첫날 민주당은 2가지 쟁점을 공격했습니다. 먼저 오바마케어가 폐지될 수 있는 가능성이죠. 배럿 판사는 오바마케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대법원 심리는 대선 1주일 후로 예정되어 있죠. 그래서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이날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없애기 위해 대법원을 장악하려 한다”면서 “만약 배럿 후보가 인준되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진료조차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서 2000만명의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박탈당하게 된다”고 지적했죠.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시나리오도 문제 삼았습니다.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사기”라면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럴 경우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는데요. 배럿 대법관이 인준되면 보수가 장악한 대법원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2000년 대선 당시에도 플로리다 주에 대한 재검표 여부를 두고 부시와 고어 후보 간 공방이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그땐 보수 성향의 케네디 대법관이 진보 성향 4명의 대법관 편을 들면서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만 만약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 맞다, 공화당 의원들이 코로나에 감염됐었잖아. 인준 참여가 불투명하지 않았어?

그랬었죠. 지난 2주간 법사위 소속 공화의원 2명이 감염됐었는데요. 마이크 리(유타),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이에요. 틸리스 의원은 이날 화상으로 참여했지만, 리 의원은 청문회장에 참석해 동료의원들로부터 눈총을 받았습니다. 본인은 “의사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았고 결과도 음성으로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의원들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죠. 게다가 리 의원은 썼던 마스크도 청문회가 시작되자 벗었습니다. 그레이엄 법사위원장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요. 이를 두고 민주당 소속 셸든 화이트하우스 의원은 “청문회가 열린 것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얼마나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시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공화당도 반박했을텐데

공화당은 2017년 항소법원 판사로 인준받을 때 이미 검증된 후보라는 면을 집중 부각했죠. 또 성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앞세워 교계 표심을 호소했습니다.

배럿 후보 좀 소개해줘

1972년 1월28일생으로 올해 48세입니다. 코니는 처녀때 성이고 배럿은 결혼한 남편의 성입니다.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1남6녀 중 장녀로 태어났죠. 그녀의 부친 마이클 코니는 셸(Shell) 정유회사의 변호사로 일했고 모친 린다는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고교 교사였어요. 온 가족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부친 마이클은 1982년부터 40년 가까이 부제(deacon)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루이지애나 외곽 메타리(Metairieㆍ프랑스어로 소작농)라는 도시에서 자란 배럿은 학창시절 내내 우등생을 놓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가톨릭 여고 재학시절엔 학생회 부회장이었고, 테네시주 로드칼리지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 영문학 전공자중 최고성적으로 졸업했죠. 노터데임법대 역시 전액 장학생으로 들어가 1등으로 마쳤습니다. 이후 법조계에서도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1998년 앤토닌 스캘리아(2016년 작고) 대법관의 재판연구원(law clerk)을 거쳐 워싱턴 DC의 대형로펌 밀러ㆍ캐시티ㆍ라로카&르윈에서 4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조지워싱턴 법대와 모교 노터데임 법대 교수를 거쳤어요. 특히 노터데임에서는 올해의 교수상을 3차례나 받았죠.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해 현재까지 재직중입니다. (미모까지 갖췄으니 보수층에선 최고의 후보)

 

가정 생활은 어때?

변호사로 일하던 1999년 노터데임 법대 동창생인 제시 M. 배럿과 결혼해 인디애나주의 사우스벤드에서 가정을 꾸렸죠. 본인 형제처럼 7명의 자녀를 뒀는데요. 19세 큰 딸 엠마 아래로 비비안(16), 테스(16), 존 피터(13), 리암(11), 줄리엣(9), 벤자민(8)이 아이들입니다. 배럿의 자녀 사랑은 지난 2017년 항소법원 판사 지명 인준 당시 발언에 잘 나타나있죠. “엠마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우리 부부의 자식중 첫째(The first apple of our eye)입니다. 둘째 비비안은 기적같은 아이고, 세째는 가장 배려심이 많고….
특히 일곱자녀 중 비비안과 존 피터는 각각 2005년과 2010년 아이티에서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로 배럿 부부가 입양했습니다. 막내 벤자민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죠. 자녀가 많아 남편의 고모가 양육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요.

모범적인 후보잖아. 무슨 문제가 있어?

정말 흠잡을 데 없는 후보자이긴 합니다. 그런데 단 한가지, 종교와 관련된 과거 활동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노터데임 법대 재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찬양하는 사람들(People of Praise)’이라는 초교파주의 단체 회원이라고 합니다. 단체는 1971년 인디애나주에서 창립된 성령쇄신운동을 표방하는데요, 남편을 떠받들어야 한다는 사상을 회원들에 주입해 비판을 받고 있죠. 신도들은 창시자가 기도해주기 전까진 데이트도 할 수 없고, 창시자가 결혼 결정에도 간섭합니다. 회원들은 각각 조언자 그룹에 배속되는데, 남성 그룹은 ‘머리(head)’, 여성 그룹은 ‘시녀(handmaid)’라고 불린다고 하죠. 배럿도 이 ‘시녀’ 그룹에 오랫동안 소속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어요. 진보 진영 내부에선 배럿의 이런 개인적인 종교 성향 때문에 편향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면서 대법관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남은 절차 알려줘

나흘간 열리는 청문회는 1차 관문인 법사위 청문회입니다. 공화의원 12명, 민주의원 10명이라 통과될 가능성이 크죠. 13, 14일 청문회는 의원들의 질의와 후보자 답변으로 진행되고 15일은 외부 인사들이 찬반 의견을 증언합니다. 그후 상원 전체에서 표결이 있게 되는데요. 법사위 방침상 전체 표결은 1주일까지만 연기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당연히 이 권리를 행사할 예정이고요. 그래서 빠르면 22일 최종 표결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