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총 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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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총격 경관 #전기총인줄 착각

지난 2일, 9일자 뉴스레터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연일 발생하고 있는 총기 난사 사건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총기 규제 방침을 연달아 전해드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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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타깝게도 총격 사건 소식들이 또 이어졌습니다. 경찰 총격에 흑인 용의자가 숨지는가 하면, 용의자가 쏜 총에 경관이 총상을 입었습니다. 먼저 11일엔 경관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에서 경찰관이 쏜 총에 스무살 흑인 청년이 사망해 인종차별 시위가 또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12일에는 테네시주 고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경관이 총에 맞는 등 2명이 사상했습니다. 두 사건들을 차레로 정리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미네소타 사건 개요부터 말해줘

사건은 11일 오후 2시쯤 미네소타주 브룩클린 센터라는 소도시의 도로위에서 발생했습니다. 던테 라이트(20)라는 흑인 청년이 운전중 교통 단속에 걸려 차에서 내렸다가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을 확인한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 했죠. 이 과정에서 던테가 경관을 뿌리치고 다시 운전석에 탔고, 수갑을 채우려던 경관 바로 뒤에 서있던 여성 경관이 운전석에 탄 던테를 향해 총을 쐈죠. 던테는 총상을 입은 채 차를 몰고 도주하다가 얼마 안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멈춰섭니다. 뒤쫓아간 경찰에 의하면 던테는 차량 안에서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경찰 잘못이라는 프레임 아닌가? 용의자가 수배자였고, 체포에 불응한 거잖아?

그렇습니다만, 경관이 총까지 쏴야했느냐는 질문은 남습니다. 과잉진압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졌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경찰은 총을 쏜 것이 ‘사고’였다면서 불필요한 총기 사용을 자인한 내용을 발표합니다. 총격을 가한 여성경관이 사실은 전기충격총 테이저건(taser gun)을 쏘려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총이었다는 황당한 발표였죠. 그러면서 경찰은 총격 당시 이 여성경관의 몸에 부착된 바디캠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40초짜리 영상을 보면 이 여성경관은 총을 쏘기 직전 “테이저! 테이저! 테이저!”라고 3차례 다급하게 외칩니다. 그런 뒤 실제 총을 쏜 것을 알고는 ‘이런 제기랄(oh my s***)!’이라고 내뱉죠.
총격 영상보기

아니 무슨 경찰이 진짜 총하고 전기충격총도 구별하지 못해?

경찰 발표처럼 상황이 다급한 나머지 실수를 한 듯 보입니다. 물론 실수는 있을 수 있습니다만, 파장은 큽니다. 일단 사건 발생 장소와 시기는 화약고에 불을 지른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낳고 있죠.

장소와 시간이 어떤데?

말씀드렸듯 사건 현장은 지난해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니애폴리스에서 불과 10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러 숨지게 했던 데릭 쇼빈 전 경관의 재판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죠. 또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흑인이 죽었다는 분노가 현지에서 들끓었죠. 이날 밤 100여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는데요. 시위대는 경찰차에 돌을 던졌고, 경찰차 위로 올라가 뛰며 항의 했습니다. 진압에 나선 경찰이 시위대에 고무탄을 발사해 1명이 크게 다치는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시위가 더 격화될 상황을 대비해 미네소타 주방위군 500명이 대기중이라고 합니다.

쇼빈 전 경관 재판에도 영향이 있을까?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던테는 경찰이 차를 세우자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 벌어진 과정을 어머니는 전화기 너머로 고스란히 들었고, 심지어 아들이 총격을 당해 숨진 장면을 아들 옆좌석에 탔던 아들의 여자친구의 영상통화로 고스란히 지켜봤다고 합니다. ‘측은지심’이 쇼빈 재판의 배심원단에게 미칠 수밖에 없죠. 쇼빈의 변호인은 배심원단의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법원에 배심원단이 외부의 소식을 듣지 못하도록 격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총기 참사도 발생했다고?

12일 오후 테네시주 녹스빌의 오스틴-이스트 특수공립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명이 사망하고 경찰관 한 명이 부상했는데요. 12일 오후 5시 현재까지 피해자 신원 등 아직 정확한 사건 경위는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현지 언론 녹스빌 뉴스-센티널은 한 명이 사건과 관련해 구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류 언론들은 사건을 보도하면서 지난달 한인 4명이 희생된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기 사건 등을 다시 조명했습니다.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 총기난사야? 

주류 언론들은 애틀랜타 사건을 비롯해 콜로라도 볼더 마켓 총기 난사, 지난주 오렌지시 사건 등을 언급했는데요. 실제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연방수사국(FBI)은 총기 난사(massive shooting)을 3명 이상 숨진 사건으로 정의합니다. 총격사건 데이터베이스 ‘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12일 현재까지 올해 3명 이상이 숨진 총격 사건은 63건에 달합니다. 하루 반만에 한 건꼴로 총기난사가 터진 셈입니다.
슬픈 현실은 총격사건이 터지면 총기 판매량은 늘어납니다. 내 주변에 누군가 총격에 희생되면 총기를 규제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불안감에 총기를 구입하게 되는 심리 때문이죠. 도대체 언제까지 얼마나 더 희생되어야 악순환이 잦아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