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틴스 데이’는 왜 연방 공휴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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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연방 공휴일이 몇 일이나 있는지 혹시 아십니까? 2020년까지만 해도 매년 정기적으로 지켜지는 연방 공휴일은 10일이었는데요. 2021년 한 날이 더 추가되면서 지금은 11일로 늘었습니다.

바로 2년 전 11번째로 생긴 연방 공휴일 때문에 지난 19일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는데요. 회사에서 올해 초 정기 공휴일로 지정해 휴일이 없던 6월에도 하루 유급으로 쉬는 날이 생겼습니다. 한인사회 대부분 회사나 업소는 아직 이날을 공휴일로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휴일의 이름은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라고 부르는데요. 노예제 폐지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어떻게 보면 흑인 해방의 날인데요. 텍사스 주에 살던 흑인 노예들이 남북전쟁이 끝나고 자신들이 자유로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한 축제에서 유래했습니다. 1861년 4월부터 1865년 4월까지 벌어진 남북전쟁이 막을 내리고 그 다음해인 1866년 6월19일 텍사스 갤버스틴 주민들이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이후 이들의 축제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서히 흑인 커뮤니티가 있는 전국의 마을과 도시로 확대합니다.

준틴스 데이는 노예제 폐지 축하 행사가 처음 열린 6월 19일을 상징하는 6월의 준(June)과 19일을 의미하는 나인틴스의 뒷부분인 틴스(teenth)를 합쳐서 만든 단어인데요. 다른 이름도 있습니다. ‘블랙 인디펜던스 데이(Black Independence Day)’, ‘주빌리 데이(Jubilee Day)’, ‘이맨시페이션 데이(Emancipation Day), ‘프리덤 데이(Freedom Day)’라고도 불렀습니다.
아프리카 계 미국인들이 자체적으로 기념하던 이날은 10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공식적인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1980년, 텍사스 주에서 처음으로 주 공휴일로 선포합니다. 이후 다른 도시나 주에서도 하나 둘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전국적인 기념일로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하지만 연방 차원의 공휴일로 지정되는 것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흑인 커뮤니티의 바람처럼 쉽게 지정되지 않고 세월만 흐릅니다. 그러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비롯한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잇달아 사회문제화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은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들불처럼 전국적으로 번져 나가면서 흑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졌고, 이와 함께 ‘준틴스’에 대한 연방 차원의 관심도 높아집니다. 이에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준틴스’를 미국의 11번째 연방 공휴일로 만드는데 적극 나섭니다. 그리고 2021년 처음 연방 공휴일로 기념합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인도 상당수가 아직까지 이날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위기인데요. 텍사스와 뉴욕, 버지니아, 워싱턴, 네바다 주 등 40여개 주는 주 공휴일로도 기념하고 있습니다.
준틴스 데이와 관련해 어떤 자료는 미국의 11번째 공휴일이라 하고, 다른 자료는 12번째 공휴일로 적기도 하는데요. 이는 대통령 취임일을 포함시키느냐 여부에 달린 것 같습니다. 매년 지키는 공휴일만 따지면 연방 공휴일은 11일이 맞고, 만약 4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취임일을 포함하면 12일이 됩니다. 대통령 취임일은 1965년 이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1월 20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한편 준틴스 데이 이전에 마지막 연방 공휴일로 지정된 날을 보니 1983년에 제정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였는데요.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즉 이렇게 현대에 와서 늦게나마 흑인과 관련된 날을 잇달아 연방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는 것은 흑인이 고난의 세월을 지나 이제는 당당히 주류에 편입되고 있고 이는 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앞으로 새로 생길 연방 공휴일에 히스패닉과 아시안 커뮤니티의 기념일도 포함될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준틴스 데이가 연방 공휴일로 지정되는 것을 지켜보는 히스패닉과 아시안 커뮤니티 활동가와 지도자, 정치인들은 앞으로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기념하는 특정한 날을 연방 공휴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역사와 존재를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인종에게 각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아시안 커뮤니티의 공휴일로는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베트남 등도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음력 새해 첫날을 최우선적으로 밀어붙일 확률이 가장 높지 않나 싶습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공휴일 추가 지정은 각종 소매업체는 물론이고 제조업이나 식음료 관련 업체, 각종 전시관, 파티 용품점 등에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여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아시안 음력 설을 연방 공휴일로 맞이하는 날이 오리라 확신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안 커뮤니티가 하나로 뭉쳐 연방 의회와 행정부에 더 조직적으로 요구를 주장하고 강력하게 압박하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국가 공휴일과 관련해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한국의 경우 법정 공휴일은 양력이든 음력이든 모두 날짜로 정해져 있는 반면 미국의 연방 공휴일은 날짜가 정해진 경우와 특정 요일로 정한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날짜가 고정된 연방 공휴일은 새해 첫 날인 1월 1일, 6월 19일 준틴스 데이, 7월 4일 독립기념일, 11월 11일 재향군인의 날,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있습니다.

요일제 연방 공휴일로는 1월 세 번째 월요일인 마틴 루터 킹의 날, 2월 세 번째 월요일인 대통령의 날(워싱턴 대통령 생일), 5월 마지막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노동절, 10월 두 번째 월요일인 원주민의 날(예전에는 콜럼버스 기념일), 11월 네 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사기업들이 유급 휴일로 가장 많이 제공하는 날은 추수감사절로 97%의 사기업이 유급 휴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크리스마스와 노동절이 95%로 많았고 메모리얼 데이와 독립기념일은 93%로 높았습니다. 신년 첫 날은 90%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마틴 루터 킹 생일과 대통령의 날(또는 워싱턴 대통령 생일)은 각각 39%와 34%의 기업만이 유급으로 휴일을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재향군인의 날과 원주민의 날(이전 콜럼버스의 날)은 각각 19%와 14%만 기록하며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준틴스 데이도 아마 이들 휴일과 비슷한 수준의 대접을 받지 않을까 예상되는데요. 사기업의 유급 휴일 제공률은 종합 경제정보 웹사이트인 ‘더 밸런스’ 자료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