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부인의 깜짝 고백 “나는 성폭행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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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메인 뉴스는 뉴섬 주지사의 부인인 제니퍼 시에벨 뉴섬의 성폭행 피해 고백으로 잡았습니다. 상대는 바로 2017년부터 시작된 미투운동에 도화선 역할을 한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입니다.
이번 주 LA 다운타운에서 와인스틴에 관한 재판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그 동안 익명의 피해자 가운데 하나로 재판에 참여해왔던 제니퍼 뉴섬이 본인의 신분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입니다.
저는 이 보도를 접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몇 가지 의문도 떠올랐습니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남편이 현직 주지사이고 차기나 차차기에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권을 노리는 잠룡인데 이런 정치 거물의 아내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 있는 아주 사적일 수 있고 대부분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를 스스로 공개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되는 사실을 왜 지금 들춰낼까라는 기자적 의문이 들었고 여기에 정치적인 계산까지 포함됐을까라고 한 발짝 더 나가보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을까 였습니다.
한국 정치 상황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한 현역 도지사 부인이 십수년 전에 있었던 자신이 성폭행 당한 사실을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가 당당히 털어놓을 가능성은 몇 %나 될까요.

제니퍼의 남편인 개빈 뉴섬은 현재 미국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인물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민주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고 있지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 2024 대선이나 차차기인 2028년 대선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 8일 치러진 중간선거의 주지사 재선 도전에서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여유있게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본인은 주지사 재선 도전을 하면서 대선 출마는 하지 않고 4년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100% 곧이곧대로 믿는 유권자나 정치인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1967년생인 뉴섬은 샌프란시스코 출생으로 샌호세 지역에서 성장한 뒤 2003년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당선되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는데요. 4년 뒤인 2007년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시장 재선거에서는 무려 72%의 득표율을 올릴 정도로 정치권의 아이돌로 인기를 누립니다. 이후 2010년 가주 부지사직에 도전해 당선되고 8년 뒤인 2018년 선거에서 당당히 주지사 직에 오릅니다. 지사 직에 오른 뒤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지난해 9월 주민 소환 투표까지 치르는 궁지에 몰리기도 하지만 이 같은 난관을 결국 극복하고 올해 재선까지 성공하며 대선 가도가 활짝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점에 그의 아내가 법정에서 미투사건의 시초가 된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 십수년 전 성폭행 당했다고 밝혔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제니퍼는 남편에게 자신이 숨겨왔던 비밀을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의논을 했을까요? 아니면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던 뉴섬 지사가 아내에게 익명으로 남기보다는 차라리 공개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나중에 정치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득시켰을까요?
미국에서는 유명인이 자신의 유년기나 성장기에 겪었던 각종 상처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일이 드물지 않기는 합니다만 뉴섬 부인의 법정 진술을 통한 이번 성폭행 고백은 왠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고도의 계산된 언행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한쪽에 자리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동정, 또 그와 같은 수많은 고난을 극복하고 주지사의 아내가 됐고 어쩌면 미국 대통령 영부인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감동과 흥미는 물론이고 투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치인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세속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세상은 워낙 별의 별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 이런 가능성을 걸쳐 두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애매한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비 와인스틴의 변호사가 주장하듯, 제니퍼와 와인스틴 두 사람의 성관계는 서로 합의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건 당시 제니퍼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무명에 가까워 배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때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제작자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을 때 흔들리지 않을 배우가 몇 이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신분 상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나타난 동아줄이 썩었는지 아닌지는 하늘에 맡기고 일단은 그 줄을 잡는 게 어쩌면 더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운, 상식적인 반응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당시에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와인스틴과 관계를 가졌지만 이후 여러 상황이 크게 바뀌면서 말이 바뀔 여지는 없는가라는 합리적인 의심도 해보는 것입니다.
제니퍼는 개빈 뉴섬과 2008년에 결혼하는데요. 바로 그 전 해인 2007년부터 활발히 활동했지 그 이전에 출연한 작품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거의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제 의견은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이런 경천동지할 고백은 일어나기 힘들다고 봅니다. 학창시절 왕따를 당한 것도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고백하려면 쉽지 않은데 하물며 성폭행 사실을 스스로 폭로한다는 것은 한국의 정서나 분위기에서는 용납되기 어렵고 스스로도 어색한 시선들을 견디며 살기가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자신이 잘못해 벌어진 일이 아님에도 계속 피해자처럼 살아가야 하는 사회가 특히 한국인 것 같으니까요. 미국은 성폭행 피해자를 보는 시각이 한국 사회보다는 개방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고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기에는 꺼림직한 사안인데 여성을 여전히 성적 대상으로 보고 성폭력이나 성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한국의 성 인식 수준에 비춰볼 때 유명인이나 유력 인사가 공개적으로 성폭행 사실을 밝히고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튼 제니퍼 뉴섬의 성폭행 피해 고백은 다른 유명 배우의 고백이나 폭로와 달리 현직에 있는 유력 정치인의 부인이라는 위치에서 밝힌 것이기 때문에 더 흥미롭고 대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제니퍼와 개빈 뉴섬 부부가 성폭행 피해자 공개 이전과 이후를 어떻게 달리 살아갈 것인지, 또 이들의 정치적 행보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함께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