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회피처, 한국인 465명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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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보고서 #누가누가 #돈 빼돌렸나

또 하나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2016년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인물들의 명단인 ‘파나마 페이퍼스’를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3일 또다시 유명 인사들의 역외 탈세 정황을 폭로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도피처 고객 정보가 담긴 이번 보고서의 이름은 ‘판도라 페이퍼스(Pandora Papers)’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을 포함한 90개국 330명 이상의 정치인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역외 탈세 과정이 담겨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주요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던 거야?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엘리트와 부패인사들의 숨겨진 거래와 그들이 어떻게 역외 계좌를 활용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호했는지를 밝혔기에 알면 위험한 비밀을 뜻하는 ‘판도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보고서엔 판도라의 상자속 재앙에 견줄만한 내용들이 들어있습니다. ICIJ는 전 세계 14개 기업에게서 입수한 약 1200만 개의 파일을 검토한 결과 수백 명의 지도자와 힘 있는 정치인, 억만장자, 유명연예인, 종교지도자 등이 지난 25년간 저택과 해변 전용 부동산, 요트 및 기타 자산에 대해 ‘몰래 투자’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인들이 누군데?

보고서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전·현직 정치인은 336명으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등 전·현직 국가수반 35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역외 탈세를 했다는 거야?

이들은 역외 계좌, 비밀 재단, 페이퍼컴퍼니 등에 자산을 보유하면서 재산 일부를 은닉하는 형태로 큰돈을 관리하고 세금 포탈 등 혜택을 누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압둘라 2세는 조세회피처를 통해 영국과 미국에 7000만 파운드(약 9460만달러)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편법으로 31만2000파운드(약 42만1636달러)의 인지세를 절약했죠.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한 한 러시아 여성이 급작스럽게 재산이 불어난 정황도 문건에 나옵니다.

한국의 유명인은 없어?

ICIJ의 자료 분석에는 한국 매체 뉴스타파도 참여했는데요.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 회장)가 역외 탈세에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다수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의혹 자세히 설명해줘

뉴스타파는 ‘조세도피처로 간 한국인들 2021’이라는 제목으로 ‘K팝 대부 이수만 관련 홍콩 페이퍼컴퍼니 무더기 발견’, ‘이수만과 유령법인의 말리부 별장 매매 콜라보’ 등 2건의 기사를 게재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홍콩 소재 한국계 회계법인인 일신과 일신컨설팅의 고객 관리 파일에 이 회장의 이름이 399회 언급돼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유출된 이들 자료를 토대로 이 회장과 SM이 관련된 홍콩 페이퍼컴퍼니는 총 8개로 분석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5개 법인의 대표이사는 차명으로 추정되며 이들 내부 문건엔 실제 수익소유자로 이 회장의 이름이 등재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명 법인으로 뭘했다는거야?

뉴스타파는 이 회장이 이들 법인 중 ‘폴렉스 디벨롭먼트’라는 회사와 함께 캘리포니아 말리부에 있는 별장을 사들였다면서 해외부동산 투자 한도 제한을 피할 목적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또 다른 차명 계좌인 ‘스카이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의혹도 자세히 전했습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곳 법인 이사는 일신 직원인 홍콩인 청혼컹과 한인 손모씨로 기록돼 있고 주요 주주도 청혼컹으로 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이 회장이고 스카이 크리에이티브의 주식 700여만 주 가운데 500여만 주의 실소유주도 이 회장으로 돼 있다고 합니다.

SM측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텐데?

SM측은 홍콩 법인은 이 회장의 부친 이희재(2010년 사망)씨가 지난 2006년 국내 예금 40억원을 홍콩으로 반출해 설립한 회사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이 법인의 재산권은 2010년 고인이 사망한 이후 부인에게 상속됐으며 이 회장과 SM은 이들 홍콩 법인의 운영과 자산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SM 측은 또 “의혹이 제기된 법인에 대해선 2015년 검찰청의 외국환 거래 관련 조사 등 국가기관의 조사마다 불법적인 자금으로 설립, 운영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게 밝혀졌던 사안”이라며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판도라에 포함된 또 다른 한국인은 없어?

뉴스타파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가 미국령 사모아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막대한 재산을 빼돌린 사실을 보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자료들이 어떻게 공개된 거야?

이번 판도라 프로젝트에는 117개국 159개 미디어에서 600여 명의 언론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라이던트 트러스트, 알코갈, 아시아시티트러스트, 일신회계법인 및 기업컨설팅(홍콩) 등 14개 역외 서비스업체에서 유출된 1190만 건의 문서를 입수했다고 합니다. ICIJ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 홍콩, 중미의 벨리즈 등 익숙한 역외 피난처에 등록된 계좌를 파헤쳤다고 합니다. 그 결과물인 ‘판도라 페이퍼스’에는 640만개의 문서, 300만개의 이미지, 100만개 이상의 이메일과 50만개에 달하는 스프레드시트 파일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75만장의 스마트폰 사진과 맞먹는 3테라바이트 분량이죠.

한국인 관련 기록은 어떻게 찾았데?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한국계 조세도피처 서비스 업체 내부 자료가 공개됐다는 점입니다. 홍콩 기반의 회계법인 일신과 일신 기업컨설팅입니다. 일신에서 나온 문서는 모두 150만 건이 넘습니다. 뉴스타파 데이터팀은 판도라페이퍼스 데이터에서 한국인 이름이 등장하는 문서 8만8353건을 추출해 분석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만274건이 일신에서 나온 문서라고 합니다. 한국인 수익소유자(beneficial owner, 실소유주)는 개인과 법인 총 465명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후폭풍 만만치 않겠는데?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본인의 측근이 조세 회피 의혹을 받자 사임 요구에 즉면했는데요. 판도라 페이퍼스 문서에 나온 자국민을 모두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외 이름이 공개된 대부분의 유명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조세 회피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블레어 전 총리는 880만 달러짜리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을 보유한 버진아일랜드 업체를 인수해 2017년 건물주가 됐습니다. 이 건물은 현재 인권변호사 출신인 부인 셰리 블레어의 로펌이 주인입니다. 블레어 부부는 바레인의 산업관광부 장관 부부로부터 그 업체를 사들이면서 40만 달러 이상의 세금을 절감했죠. 셰리는 남편이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바레인 장관 측은 영국법을 준수했다고 각각 주장했습니다. 제러드 라일 ICIJ 사무국장은 역외탈세 비리를 끝낼 수 있는 자들이 오히려 이를 이용해 이득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을 듣긴했는데 사실 잘 몰라 설명해줘

알면 위험해질 수 있는 비밀, ‘만악의 근원’을 뜻합니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자’입니다. 신들의 우두머리 제우스의 지시로 만들어졌죠. 아름다운 여자는 인류에게 선물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습니다. 신만이 가질 수 있는 불을 얻게된 인간에게 제우스가 그에 상응하는 ‘재앙’으로 보낸 것이 판도라였다고 해요.

판도라가 왜 재앙이 된 거야?

제우스는 판도라를 인간 세계에 내려보낼 때 항아리를 하나 주면서 ‘절대 열지 말라’고 했답니다. 항아리는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인 셈입니다. 하지만 호기심을 참지못한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고 말았고 그 안에서 욕심, 시기, 원한, 질투, 복수, 슬픔, 미움 등 온갖 재앙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뚜껑을 닫았을 때 항아리 안에 남은 것은 딱 하나, 희망이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