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감축법안’의 진짜 목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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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이제 사라지나요? 10일 오전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8.5% 상승에 그쳤습니다. 6월의 9.1%는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인 8.7%보다도 낮은 수치를 보인 것인데요.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물가가 정점을 지나 이제 하락 안정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요. 이럴 경우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속도도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7월 식료품 물가와 주거비용 상승세가 계속된 점은 향후 인플레 전망을 무조건 낙관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과 직결된 장바구니 물가와 주거비 상승이 안정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똑개비 205호는 역시 인플레와 관련된 이슈를 다뤄 보려 합니다. 지난 7일 연방 상원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인데요. 인플레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돈을 더 푸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정치적으로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등을 살펴봅니다.
우선 법안 내용부터 알아봅니다.

이 법안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부자 증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 한국 원화로는 약 480조원을 투자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합니다.

이 법안의 통과 여부는 정치권의 큰 관심사였는데요. 그 이유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던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을 일부 수정해 지난 18개월 동안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까지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과연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가가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결국 연방 상원은 지난 7일 본회의에서 각각 당의 노선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해 찬성과 반대 표가 각각 50 대 50 동수를 기록했습니다. 양당 모두 이탈 표가 전혀 없었구요. 이에 따라 당연직 상원 의장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법안을 가결 처리했습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연방 하원의 승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남았는데요.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도 당연히 서명하고 공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법안의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친환경 에너지 안보 확보 및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투입하는 3690억 달러 규모의 지원책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는 소비자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인데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에 총 90억 달러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소비자 가정 에너지 리베이트 프로그램‘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 들어 휘발유값 등 에너지 비용 폭등세로 늘어난 가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입니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합니다. 저소득·중위소득 계층이 구입하는 중고 전기차에 대해서도 대당 4000달러까지 지급되는데요. 민주당은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는 연방 정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법안의 2번째 항목인 ‘미국 에너지 안보 및 제조업’ 요건에서는 전기차 생산과 관련된 북미 공급망 강화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해당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받으려면 북미 지역에서 조립·생산된 전기차여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또 전기차 배터리에 포함된 특정광물이 해외 우려국가에서 추출 및 제조되거나 재활용 되는 경우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는 전기차 제조업계에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압박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 대부분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3년 이후 중국산 부품을 탑재한 차량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고령층의 의약품 부담을 줄이기 위해 64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도 이번 법안의 패키지로 묶여 있습니다. 공공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서 시니어의 본인 부담금을 연간 2000달러로 제한하고, 1300만명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각종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세수 마련 방안으로 대기업에 부과하는 법인세율을 최소 15%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도 함께 마련됐는데요. 연간 10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타깃이 될 것 같습니다.

싱크탱크인 헤리티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겨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은 시중 유동성이 너무 많을 때 발생하는데, 이번 법안의 각종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등으로 인해 또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헤리티지는 “바이든 정부와 연방 의회가 지출을 중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의 관심도 이 법안이 현재 인플레 상황에서 당장 효과를 볼 지 여부인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야 이 법안이 인플레를 낮추는데 효과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부에서 돈을 더 풀게 되고, 그러면 이는 인플레를 더 키우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을 우려합니다. 법인세 인상도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부분이고요.

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 230여명이 ‘인플레 감축법’에 대해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지난 4일 반대 목소리를 낸 것도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버넌 스미스,  연방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케빈 해싯, 짐 밀러 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등도 포함됐는데요, 이들 외에도 전국 유명 대학 소속 교수들 이름도 보입니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인플레에 오히려 독이 될른지, 아니면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플레를 잡는 효자가 될지는 시간이 증명해줄 것입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 약 2개월 반 동안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에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험한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