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 얼마면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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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예전부터 밀리어네어라고 해서 1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이나 자산을 가진 사람을 부자로 여겨왔는데요. 이런 전통 때문인지 은퇴와 관련해서도 100만 달러 정도만 준비해 두면 돈 걱정 없이 노후를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이 기준은 여전히 유효할까요? 마침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최근 이와 관련한 기사가 나와서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은퇴자금 목표액으로 ‘100만 달러’라고 정해 놓은 근로자가 수 백만 명이 넘습니다. 100만 달러를 모은 은퇴자의 경우 이 자금은 4% 지출 규정을 사용하여 30년 은퇴기간의 첫해에 4만 달러의 물가인상분 조정 소득으로 전환해서 계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은퇴자를 위한 평균 연간 소셜 시큐리티 연금으로 1년에 2만 달러가 더해지면 100만 달러의 기본 은퇴 자금은 7만 달러 중위 가계 소득의 약 85%로 대체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이 됩니다.
연방준비제도(FR)에 따르면 65~74세 연령대 가구주의 은퇴계좌에 저축된 평균 금액은 42만6000달러 정도라고 하는데요.  은퇴가 가까운 다수가 1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생명보험과 은퇴보험 등을 취급하는 대형 보험사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자산 관리부문 PGIM에서 은퇴 분석 책임자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블란쳇은 그럼에도 “100만 달러는 많은 사람에게 합리적인 목표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지금 같은 세상에, 특히 요즘처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세대에게 100만 달러는 결코 큰 돈으로, 또 충분한 은퇴자금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변수도 많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 드렸던 물가상승률 외에도 은퇴자의 건강, 거주하는 지역, 운, 타이밍 등을 따라서 여전히 100만 달러는 충분할 수도,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100만 달러 정도의 자금을 마련한 뒤 은퇴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내가 은퇴 자금을 준비하는 데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지난 8월, 4명의 은퇴자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생활을 살펴봤습니다.

*윌리엄 맥키니: 저축과 투자금 100만 달러, 연간 지출 8만4000~10만 달러
올해 71세인 맥키니는 주식이나 채권 대신 자신의 은퇴지에 은퇴 자금을 투자한 것에 대해 가장 뿌듯해 합니다. 원래 뉴욕 인근에 거주하던 그는 아내와 함께 2015년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뉴포트로 이주했는데요. 이들이 1년에 내는 재산세는 3000달러, 유틸리티 납부금은 월 250달러 수준입니다. 이전 거주지에서 재산세 1만5000달러, 유틸리티 500달러를 내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맥키니는 5년 정도 더 빨리 내려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맥키니는 현재 연금으로 1000달러, 소셜 시큐리티로 4500달러를 매달 받고 있는데요. 이들 부부가 매달 지출하는 액수는 적을 때는 1500달러, 많을 때는 3000달러 정도입니다. 이들 부부는 모기지 페이먼트가 없는 상태여서 비교적 여유있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해양 관련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고 가끔 여행도 가고 싶은 곳을 다닌다고 하네요.

*어마 클레멘트: 저축과 투자금 160만 달러, 연간 지출 5만 달러
어마 클레멘트는 46세에 은퇴해 60세인 현재 뉴저지 주 클리프사이드 파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은퇴 당시 세금 전문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는 60세 넘어서까지 일할 것을 권했지만 그는 더 이상 커리어를 쌓는 것이 중요해 보이지 않았고 한 2년 정도 머리를 식히면서 인생의 목표를 재점검하려다가 그 길로 바로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46세 때 이미 약 11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아놓은 상태였고 지금은 160만 달러로 더 불어났습니다. 1년에 지출하는 돈은 약 5만 달러 정도인데 대부분은 재산세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여행 경비라고 하네요. 홀로 여행하며 또 다른 취미인 사진으로 자신의 여행 추억을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모기지 페이먼트가 16만 달러 정도 남았는데 이자율이 2%대 일 때 변동 모기지로 융자해 내년 8월이면 이 이자율이 7%대로 껑충 뛸 예정이어서 조만간 남아 있는  모기지 융자 잔액을 전액 갚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20년 전에 구입한 주택은 지금은 거의 배로 뛰어 100만 달러 정도 가치가 있답니다. 자녀가 없는 클레멘트는 2년 뒤부터 조카의 대학 학비에 보탬을 줄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또 현재 뉴저지 집을 팔고 노스 캐롤라이나 산악지역에 꿈꾸던 집을 지어 이주할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제프 골드만: 저축과 투자 160만 달러, 연간 지출 6만2000달러
골드만 부부는 은퇴 계획을 세울 때 재정 문제 만큼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 공군 비행사 출신으로 올해 65세인 골드만은 거주할 지역을 포함해 “부부가 함께 은퇴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네바다 주 메스키트에 있는 집에서만 거의 지냅니다. 조종사 출신이지만 군을 나와 민간 항공사에 취업한 직후 9.11테러가 발생해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그 이후 아내의 간과 신장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고 본인도 목에 이상이 생기는 등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로 은퇴 생활이 순탄하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여전히 몸이 불편한 아내에게 또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에 대비해 50만 달러 정도는 항상 병원비로 지출할 수 있는 예비비로 준비해 두고 있다고 하네요. 소셜 시큐리티 혜택도 최대한 늦춰서 받을 계획입니다.

*코니 고레스: 저축과 투자 110만 달러, 연간 지출 5만~6만 달러
코니는 50대 중반에서야 재정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약 25만 달러 정도 저축해 놓은 상황이었는데 재정전문가가 더 많이 저축하지 않으면 은퇴한 뒤에 소셜 연금에만 의존해 살아갈 수도 있다고 했답니다. 이후 연봉의 26% 정도를 과감하게 은퇴용으로 저축을 시작했고 지금은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조금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대략 100만 달러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학 총장을 지냈기 때문에 여전히 각종 회사 임원진에 대한 강연이나 컨설팅 일이 들어와 월 2500달러 정도의 수입이 있고 여기에 또 월 2500달러의 소셜 시큐리티 수입이 들어옵니다. 기본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저축하고 있다고 하네요.
여유 시간에 손주들을 돌보고 손주가 다니는 학교 자원봉사활동에도 나갑니다. 2개의 독서 모임과 다수의 자선 단체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피아노도 다시 배우기 시작했고 살사와 벨리 댄스 수업도 최근에 수강 신청했다고 하네요.
크레딧 카드 빚은 전혀 없고 모기지 융자 잔액이 대략 5만 달러 정도 남았습니다. 현재 사는 곳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웨이크 포레스트입니다. 모기지 융자 잔액은 현재 3.2% 금리로 15년을 갚아나가기로 해 그 일정대로 갚아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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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4명의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모두 일반적인 것 같으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40대 중반에 은퇴하거나 파일럿이나 대학 총장으로 은퇴하고 여전히 추가 수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특권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죠. 어쨌든 미리 은퇴자금을 준비했던 이들도 100만 달러 자금으로 빠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아직 은퇴 시기가 멀리 있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조금 더 많이 은퇴 자금으로 저축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형 금융회사인 찰스 스왑에서 올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부자 기준은 순자산으로 따져 220만 달러는 넘어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전국 12개 대도시의 평균 부자 기준은 300만 달러를 육박하는 만큼 대도시 생활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더 많이 저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6월 한 은행이 발간한 미래설계 보고서를 보면 직장인의 절반 이상은 은퇴 후 한 달에 200만~3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적정 노후자금으로는 5억~10억원 미만은 돼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는데요. 미국보다는 절반 수준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의료보험 체계가 워낙 잘되어 있어서 은퇴 후 건강문제로 인한 의료비 걱정이 거의 없는 게 미국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일반적인 은퇴 연령은 연금을 기준으로 67세입니다. 예전에는 65세였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두 살이 더 올랐습니다. 62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이 나이를 조기 은퇴 나이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