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언행에 메시지 담고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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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습니다.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 참석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을 지원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는데요. 21일에는 유럽 지성의 중심으로 불리는 소르본 대학교에서 개최된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도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마르쿠스 가브리엘, 라자 샤틸라, 다니엘 앤들러와 같은 유럽의 석학들과 한인 2세로 아시아계 최초 프랑스 장관을 지낸 기업인 플뢰르 펠르렝 코렐리아 캐피털 사장, 모리스 레비 퍼블리시스 전 회장,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리 광역권 일드프랑스 지역 총장 등 프랑스 대표 인사들이 참석해 글로벌 디지털 규범 원칙과 국제기구 설립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유럽 지성의 중심 소르본대에서 파리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고 밝혔는데요. 행사가 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윤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이 문제였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이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아마 윤 대통령의 공식 석상 발언으로는 최악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대통령실 공식 사이트에 올라 있는 윤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 첫 부분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석학분들과 소르본대 학생으로부터 정말 통찰력 있는 유익한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규제라는 것이, 또 법이라는 것이 나쁜 것이냐 좋은 것이냐 이렇게 인위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스위스 치즈와 스위스의 해물 시판을 할 때 식품보건당국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사하고, 또 그 기준이 충족됐다고 하는 것을 상품에 표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이 식품이 안전한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거래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런 식품들을 구입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품 산업이 훨씬 발전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일까요? 규제나 법은 나쁜지 좋은지 정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스위스 산 치즈와 해물은 철저히 검사하고 표시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날 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계속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논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너무나 허술했습니다. 그야말로 횡설수설, 중구난방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수준 이하였는데요. 왜 이런 참사에 버금가는 사태가 벌어졌을까요? 이날 행사장에 참석했던 유럽의 석학들과 프랑스의 유명인들, 그리고 소르본 대학교 학생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행사장에 자리했던 몇 명이나 윤 대통령의 말을 알아들었으며 불어 통역자는 이 내용을 어떻게 통역했을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윤 대통령이 프랑스에 도착해 국제박람회 행사나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여줬던 발언 내용과는 너무나 수준 차이가 나는 공식 석상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어리둥절하기까지 한데요.
윤 대통령이 끝맺음으로 디지털 문화 및 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법적이고 규범적인 논의를 하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더 철저한 준비로 매끄럽게 핵심 내용을 전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분명 대통령 연설팀에서 준비한 원고가 있었을 겁니다. 연설팀에서 그렇게 엉망으로 원고를 작성하지는 않았을테고,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 꼬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공식 석상에서 말 실수를 하는 것은 윤 대통령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영국 수낵 총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실언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자는 항상 말과 행동 속에 사상과 철학, 가치, 그리고 전략을 담아야 합니다. 내뱉은 말이나 가볍게 손을 흔드는 행동의 파장이나 효과까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언급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 뺄 것인지, 길이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 모든 발언은 계산돼서 나와야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필부의 짓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너무 큽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 진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주기를 바랍니다. 불안하고 좌절해 있는 국민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 넣고, 절망과 슬픔에 엎어져 있는 시민을 보듬을 수 있는 언행이 뒤따라야 합니다. 국민의 귀와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는 진실성 있는 희망의 메시지여야 합니다. 미사여구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간결함 속에 확실한 내용이면 됩니다.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국민은 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