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시위서 여성 폭행한 한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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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시위 #트럼프 지지 한인 #여성 폭행

지난 뉴스레터 톱10 뉴스 코너에서 LA의 한인 부자가 하와이 여행길에서 가짜 백신접종 카드를 제출했다가 체포됐다는 소식 전해 드렸었습니다. 명문대 출신의 보험회사 대표인 노버트 정(57)씨와 아들 트레버(19)군이 지난 8일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붙잡힌 소식을 주류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었죠. 정씨가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대는 할 수 있어도 문서를 위조하는 건 분명 범죄입니다. 더군다나 아들과 함께 가는 여행길에서 가짜 카드를 내미는 건 아버지로서 부끄러운 행동입니다.
그런데 이들 부자가 체포된 지 1주일 뒤인 지난 14일 LA에서 백신 찬반 시위 현장에서도 ‘부끄러운 한인’이 있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백신 반대쪽에 섰던 한인 남성이 여성 2명을 폭행했다는 소식이 17일 전국 뉴스로 보도됐습니다. 오늘은 ‘다알기’ 코너 대신 이 소식을 요약해드립니다.

폭행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이날 시위 배경부터 잠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난주 LA시의회가 식당, 술집, 경기장, 영화관 등 실내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죠. 이에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쪽이 이날 오후 2시 다운타운에서 ‘자유를 택하라 시위(Choose Freedom march)’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에 백신 접종에 찬성하는 쪽도 맞불 시위를 예고했죠.
시위는 우려했던 대로 백신과 상관없이 양극 진영간 폭력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백신 접종 반대쪽엔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같은 극우단체가, 백신 의무화 찬성 쪽엔 ‘안티파(Antifa)’ 등 극좌단체가 포진했으니 ‘평화로운 시위’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죠. 결국 양극의 이념이 충돌하면서 백신 의무화 반대쪽 1명이 흉기에 찔렸습니다.

그래서, 한인도 폭력을 휘둘렀다고?

그렇습니다. 허핑턴포스트와 데일리메일 등 여러 주류언론들이 17일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정작 한인 언론들은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매체들에 따르면 폭력을 휘두른 한인은 토니 문이라는 모기지 브로커(mortgage brokerㆍ융자 대출 중계인)라고 합니다. 백신 의무화 반대파쪽인 토니 문은 이날 시위 현장에서 손잡이를 단 보온병을 마치 무기처럼 휘둘렀는데요. 여기자와 여성 시위자를 보온병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혔죠. 뿐만 아니라 영상에는 “마스크 다 벗겨(Unmask them all)!”라고 외치는 장면도 담겼습니다.

원문기사   동영상1   동영상2

시위만 하지 왜 때린 거야?

토니 문은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폭행한 것이 아니라 밀치기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데일리메일은 그가 ‘밀쳤던’ 이유를 말하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의 답변을 들어보시죠.
“그 여자는 기자가 아니다. (극좌 안티파)시위대에 명령하는 현장 지휘관이다. 헬멧에 통신기기가 부착되어있다. 그래서 그 여자가 쓴 마스크를 벗겨 (정체를)노출시키려 했다. 왜냐하면 (마스크를 쓰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케이트 보드를 탄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저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허핑턴포스트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토니 문에게 폭행당한 여기자는 티나-데저리 버그라는 베테랑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라고 합니다. 안티파라는 극좌단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죠. 버그 기자는 토니 문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헬멧은 혹시 모를 폭행에서 날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였다. 토니 문 같은 사람들은 시위 현장에서 기자들을 노려 공격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낀 것은 이들이 반대쪽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누군가 곧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주장이나 행동 모두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에 따라 단순 폭행 정도로 볼 수도 있잖아? 왜 이렇게나 크게 기사화된거야?

토니 문의 ‘과거’ 때문입니다. 지난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동했을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언론들에 의해 확인되면서죠. 이 때문에 그가 프라우드 보이스 같은 극우단체 소속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가 의사당 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본인 트위터에 올려놓았죠. 28초짜리 영상에서 그는 이런 발언도 남겼습니다. “난 지금 (의사당) 계단에 있다. 우리가 의사당 건물을 점령했다. (우리가)사방에 있다. 최루탄도 우릴 막지 못했다! 이 많은 애국자들을 보라!(So I‘m on the steps. We’re taking the Capitol building,everywhere! Teargas couldn‘t stop us! Look at all the patriots!)”

동영상 보기

토니 문, 어떤 사람이야?

찾아봤습니다. 먼저 트위터 계정에 올린 본인 소개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미국 애국자
●1977년부터 LA거주
●1992년 옥상 한인(rooftop korean)
●2021년 안티파 사냥꾼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이요 왕이시라. 자유와 아내, 아이들, 애완동물을 사랑한다.
본인의 직업을 소개하는 홈페이지(tonywmoon.com)도 어렵지 않게 찾았습니다. 현재 C2 파이낸셜 코퍼레이션사의 모기지 고문이자 퍼스트링컨 파이낸셜사의 브로커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USC 대학을 졸업하고 캘스테이트 LA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옥상 한인’이라는건 무슨 말이야?

위의 사진 기억하시는지요?1992년 LA폭동 당시 한인타운을 상징하는 장면이죠. 폭도들이 한인 마켓에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한인들이 총을 들고 지키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본인이 당시 총을 든 사람 중 한 명이었다거나 그 ‘정신’을 지지한다는 표시로 추정됩니다. 토니 문의 트위터 계정 이름 역시 ‘The Roof Korean’입니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 왜 이런 일에 연루된거야?

그게 저도 참 궁금합니다. 위의 본인 소갯글을 보시면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이시요 왕이시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 애완동물을 사랑한다고도 했죠. 사랑과 폭력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아내를 사랑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여성을 폭행할 수 있을까요. 또 92년 폭동 당시 타운을 지키려 총까지 들었던 한인들의 용기와 여기자를 상대로 한 폭행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토니 문, 경찰이 수사해?

허핑턴포스트가 LAPD에 문의했는데요. 경찰은 그가 폭행을 휘두른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FBI에도 연락해봤더니 의회 난입 체포자 명단에 없었다고 합니다. 경찰 수사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가 소셜미디어상에서 ‘스타’가 된 건 확실합니다.
극우단체들 편에 서서 그가 폭행을 휘둘렀다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면서 트위터상에는 그를 고발하는 해시태그(#)까지 등장했습니다. ‘나는 토니문이다(#IAmTonyMoon)’라는 해시태그인데요. 그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약한 여성들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머리말에서 언급했던 하와이에서 가짜 백신 제출 혐의로 체포된 노버트 정이나 토니 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본인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